부엉바위가 지키는 저수지에 물결이 일렁이면 내 마음도 함께 일렁인다 저수지를 끼고 돌아 봉선지 외가마을로 가는 길 아득한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마을 어귀에서 반기며 내 마음을 녹였던 할머니의 미소가 그립다 외가에서 보냈던 하루 그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해 봉선지 물결 안에 이 순간에도 영원히 간직한다
여름에게 묻지 못한 말도 많은데 가을이 먼저 와 연못에 앉았다 스미고 물들면서 손쓸 수 없이 그대로 고추잠자리 떼 날아들자 연못의 부레옥잠 뛰쳐나오려는 걸까 푸른 하늘이 한결 높아졌다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지난 21일 충남 서천군 문예의 전당에서 열린 서천청소년오케스트라(단장 강정남)의 정기연주회가 큰 감동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연주회는 ‘오! 해피데이’를 주제로 2024년을 마무리하며 지역민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충남도와 서천군, 한국마사회 사회공헌재단(KYDO)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서천청소년오케스트라가 주최하고 주관했다. 연주회는 윌리엄텔 서곡으로 시작해 마림바 연주자 김보람과 하지율 학생의 협연, 영화 마녀배달부 키키와 맘마미아의 OST 연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또한 서천초등학교 ‘빛나는 우쿠렐레’와 장항초등학교 ‘꿈빛아모이퓨전오케스트라’ 단체가 참여해 약 130명의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무대를 채우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번 공연의 출연진은 모두 서천 출신으로, 베이스 박성준, 소프라노 안하영, 뮤지컬 배우 김영재 등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협연해 본 공연등의 멋진 하모니를 선사해 한 겨울밤을 녹이는 열띤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강정남 단장은 “앞으로도 지역 예술가를 발굴하고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라며 “청소년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값진 경험
여자가 초록을 연모한 빛이 머문 자리 쌀을 양동이에 반만큼 담고 빗소리가 범람하는 물웅덩이에 하얀 꽃 부족한 잠을 물속에서 채우고 쌀눈 제 몸 불러 하얀 스민 물에서 건진다 쌀들이 사라지고 넓은 그릇에 담긴 가루 쑥 구절 버무려 연둣빛 마음 반죽을 떼어 손바닥에 둥글납작 봄볕이 등을 쓰다듬어 다독인다 한 덩어리 솥에 목단꽃 깔고 쑥이 녹색 물 되어 흐르는 동안 구름 속엔 숨소리가 떠돌고 당신을 향한 쑥 소반에 담는다
어렸을 때 산이 울었다 모깃불 옆에 잠드는 졸음에 실려 은은하고 처량히 시집와서 굶어 죽은 며느리가 보릿고개 지나면 나와 운단다 아주 먼 데서 배고파 우는 구슬픈 징 소리처럼 엄니 가슴에서 산 울음 운다 배고프지 않아서도 들을 수 없는 울지 않는 산 포만감에 졸며 밤에 주저앉아 있다 아쉬울 게 없는 요즘 산이 울지 않고 내 가슴만 쓸어내린다
일을 하다가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며 진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냉정한 듯 위험을 보이지만 속마음은 늘 가족들 생각을 합니다 습관처럼 보일러를 줄이고 전등을 끄고 버려진 치약을 주어 쥐어짜는 내 모습에서 당신을 봅니다
기다림과 외로움에 기대 사는 독거 어르신들처럼 6월의 햇살이 그리움에 도탑다. 기후 변화로 일찍 찾아온 더위를 뒤로 하고 나는 산과 들을 지나 마서면 어리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 댁으로 들어선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제일 먼저 나를 반겨 주는 할미꽃 한 무더기를 천천히 들어다 본다. 그 빛과 향기는 지금 내가 만나는 어르신들과 가장 많이 닮은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할미꽃 설화보다 더 힘들었던 전쟁 세대 어르신들! 당신 몸은 아랑곳없이 해와 달을 따라 수천 번씩 허리를 굽혔다 폈다 결국, 기역 자로 등이 굽은 모습과 줄기의 솜털이 흰 머리카락처럼 변한 모습에 할미꽃이 더 애잔하게 느껴진다. 성글진 꽃망울에 눈인사를 건네며 어르신을 부르며 문을 열고 안부를 여쭙는다 “어르신 잘 지내셨지요?” 어르신께서는 기도하고 계셨다며 남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그저 잠자듯 데려가 달라고 기도 하셨다고 하시면서 내 손을 꼭 잡으시고 하시는 말씀이 마지막 소원은 까막눈인 당신이 자식에게 하고 싶은 말을 꼭 편지로 남기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간절함에 나도 모르게 도와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어르신께서는 6.25를 겪으시면서 배움에 기회를 놓치신 것이었다
발이 시렸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구멍 난 바닥에 제각기 몸을 뉘고 꿈꾸던 시간이 마르지 않게 서로의 여윈 발목을 끝없이 적셔주었다. 쳇다리를 지나 물받이 자배기 속으로 떨어지는 물소리는 자주 꿈의 언저리를 적셨고 젖을수록 강해지는 꿈들은 조금씩 겨울의 빗장을 풀며 자랐다. 아무도 함부로 뿌리 내리지 않았다 어깨에 어깨를 기대면서도 서로의 아픔과 기억을 더듬어 거리를 두고 서로가 일어서야 할 공간을 위해 몸을 움츠렸다. 뒤돌아보지 말고 오직 한 줄기로만 살아 오를 것 바닥을 알 수 없는 어둠의 깊이 제각기 허공을 향해 쏘아 올리던 작은 주먹 같은 별들 어둡고 무거웠던 하늘을 밀어 올리고 검은 보자기 속 헤아리던 시간과 마주하였을 때 우리는 겨울 아침을 녹이는 국 한 그릇, 어울려 위안이 되는 나물 한 접시가 되었다. 오래도록 꿈꾸던 자들의 열망을 모아 소박한 밥상을 다독이는 샛노란 희망이 되었다.
살아도 살아도 잊혀지 않는 게 있더라 흘러가는 구름 속 청춘의 눈물 씻던 하늘과 서쪽 바다, 쪽빛 노을의 일렁이는 고요와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푸르름 떠나지 않는 동산이 그러하고 호숫가에 아름아름 피어나는 안갯속 굴곡진 삶의 자유가 그러하다 살아도 살아도 그리운 것이 있더라 먼 산 밤마다 울어오는 소쩍새며 풀벌레며 애 닮던 그 의미를 가늠할 수 없어 뒤척이던 밤이 그러하고 해 질 녘 얼기설기 삼대 울타리처럼 산마루에 걸터앉자 사라진 뭇별의 이야기를 노래하던 동무들이 그러하다 눈처럼 시린 달밤이면 초가지붕에 하얀 박꽃들의 웃음소리가 그러하고 쑥 향기 가득한 한 여름밤 강냉이의 가지런한 청초함이 그러하다 살아도 살아도 길이 되는 길 내 고향 ‘서천’ 길이더라
엄마 분 냄새가 노을에 스민다 아침에 잠자고 저녁에 눈뜨는 꽃 빨강 분홍 노랑 하양 방울 무늬 핀다 다양한 꽃들이 피는 것은 자식들 예쁘게 봐 달라고 한 가지에 모여 피는 이유는 세상을 널리 보라고 흔들며 인사하는 뜻은 웃는 얼굴이 성공한다고 세상에 분꽃 없어도 하늘에 엄마 꽃 핀다
마산 신장을 새 장터라 부를 때 봉선 저수지도 물을 가득 삼키고 그 곁을 지켰다 그곳에서 찰박거리며 밤새 고기를 잡아다 뷩바위 아래 쏟아 놓은 어린 도깨비도 인파를 따라 새 장터에 같이 놀았다 엄마가 보름 걸려 짜준 모시를 팔러 가신 아버지 늦은 밤까지 주막에서 술을 먹는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버지 빈손으로 집으로 가고 아버지만 남았다는 그 새 장터 아직도 나는 그 뷩바위 아래 사는 어머니 모시 판 돈 후려 먹은 그 어린 도깨비를 만나고 싶다
중앙은 항상 고요했다 무거웠고 깊었다 가장자리는 항상 번잡했다 가벼웠고 얕았다 중앙은 항상 먼저 채워지고 먼저 녹았다 나머지가 가장자리의 몫 큰 고기들은 중앙으로 몰려들었고 크고자 하는 고기들도 중앙으로 향했다 중앙이 때때로 첨벙 튀어올라 파문을 만드는 것은 가장자리의 플랑크톤을 약탈하려는 교묘한 술책 중앙을 키운 것도 먹여 살리는 것도 가장자리다 중앙은 망각의 장소다 치어들은 커서 중앙으로 향했고 중앙에 도착해서는 가장자리를 잊었다 그러고도 뻔뻔한 중앙은 때때로 가장자리를 찾아와 입 안 가득 먹이를 훔쳐 돌아갔다 가장자리는 중앙을 미워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먼저 마르고 먼저 얼지만 가장 늦게 녹고 가장 늦게 채워지지만 비 온 다음 날처럼 연못이 벙벙해지면 중앙으로 떠난 치어를 생각하며 철벙철벙 뒤척일 뿐이다 갈대를 부여잡고 그리움을 숨기려 스멀스멀 안개를 피울 뿐이다
예전과 같은 길이 아닐지도 몰라 오늘따라 하늘은 푸르지도 않은 거 같아 그렇지만 난 알고 있다 언제나 걷던 길이 아니란 걸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발걸음을 움직인다 발걸음을 따라 시간의 그림자들이 따라온다 내 귓가에 속삭여준다그날의 사연들을... 그날의 그 길은 외롭지 않았어 같이 마음을 기대고 의지할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 길에서 함께 불렀던 노래 너무도 뜨거웠던 눈빛 온 누리를 뒤덮던 메아리 우린 그날 그 길에서 함께 했어 너와 나의 의연함은 하늘은 감동 시켜 마침내 커다란 물결을 만들었어 나는 텅 빈 이 길에 나 혼자 서 있다 예전의 흙먼지가 날리던 길이 아니지만 그날의 함성을 기억한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이 길을 걷는다 예전과 같은 길이 아닐지라도 나는 걷는다
싸리꽃 피면 갈기갈기 찢긴 그림자의 무게를 네모난 바퀴에 싣고 천 리 길 달리시어 이 몸이 살았습니다 마당 가득 메운 싸리꽃이 흰 쌀처럼 쏟아져도 아버지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던 날 초가지붕에 내린 서리를 모아 어린 새끼 추울까? 바람의 가시로 풀무질하시며 새벽을 깨우시던 그 기침 소리 마를 날이 없습니다 어쩌다 그 소리 잃어버린 채 가늠할 수 없는 세월에 묻혀 당신을 찾아가도 붉은 눈물 닦아 주시던 당신! 아득해진 하늘 아래 홀씨 되어 홑눈으로 험지를 더듬고 살아온 내가 핏빛 노을에 아버지를 묻고 오던 날 당신 닮은 발소리 나를 따라옵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당신이 바라시는 것이 오래 당신을 바라다보는 일이었다는 것을 어리석은 나는 왜 미처 몰랐을까요 당신은 큰 산이며 큰 바다였다는 것을 황혼에 물든 서녘 바람은 자꾸만 저만치 멀어지는데 빛과 어둠에 스미던 휘어진 살들의 통증은 오래도록 시린 발등을 덮어줍니다
찻잔에 눈물을 따랐습니다 눈물에 달이 차니 늙은 아버지의 통증이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금방 오실 줄 알았습니다 읍내에 잠시 마실 나가 생선 두어 마리 들고 오실 줄 알았습니다 생선의 대가리만 방향을 잃은 채 납작하게 길 위에 서성입니다 쉬 오실 뜰 안에는 맨드라미와 채송화 피고 또 씨를 맺고 계절 잃은 코스모스가 안방 창호지 문에 꽂힌 채 기다립니다 풀 먹은 날 선 무명 이불깃 달의 공전에 얇아지고 이가 시린 달만 사무치게 온몸을 휘감습니다 식어버린 찻물을 다시 부을 때쯤 가슴에 익은 인기척이 들립니다 바람도 알고 있는 따뜻한 목소리 꽃구름 등지고 걷는 아버지 닮은 나는 민둥산 같던 당신 닮은 집 한 채 지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