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같이 유행하는 전염병은 사람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변화의 국면을 맞이한 지 오래다.
일주일에 한 번 대면 출석 수업하던 詩 분야의 평생교육 수강도 몇 해 전부터 줌이라는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는 데 익숙해져 가고 있다.
우리 부부는 시 장르의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이뤄지는 문단의 문학기행에서나 서로 만남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인지 비교적 많은 문인이 참여하곤 한다.
작년 하반기 문학기행의 총괄담당자로 지정된 남편이 기획하고 추진하게 되었으며 나는 곁에서 자문 담당을 하였다.
두 달간의 준비 끝에 작년 8월 31일에 계획된 문학 탐방이 진행되었다.
진행된 문학기행은 문인들의 생활권이 주로 수도권이어서 이 기회에 우리 서천지역을 적극 소개하고자 남편과 탐방계획을 마련하였는데 예기치 못한 수해로 인해 아쉬움을 지우지 못한 채 서천 장항송림산림욕장 및 김제 조정래아리랑문학관과 벽골제로 변경하여 진행되었다.
참가자 문인들을 태우고 서울 강남역에서 출발한 리무진 관광버스는 송림산림욕장에 도착하였고 우리 부부는 반갑게 맞이하였다.
줌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만나 부둥켜안거나 손을 맞잡는 느낌은 비할 바 없었다.
일행은 보라빛깔의 맥문동이 피어난 해송을 따라 곡선으로 이어진 구불한 길을 산책하면서 10년은 젊어진다는 신선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힐링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후 단체 사진 촬영을 마치고 서천읍 내 맛집에서 한방오리백숙으로 식사를 마친 문인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황금 옷으로 갈아입은 알곡 넘치는 김제평야, 만경평야를 지나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로 향했다.
아리랑 문학마을은 일제수탈관, 일제수탈기관, 내촌 외리마을, 하얼빈 역사로 구성되어있다.
문학관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소설 아리랑 줄거리를 정리해 놓은 일제수탈관을 비롯해 하얼빈 역사까지 도착하였다.
1910년 중국 하얼빈역을 60%로 축소해 재현해 놓은 역사의 현장을 확인하였다.

총괄 담당자인 남편의 사회로 행사를 진행하였다.
환영사에서 신라 말기의 문신이자 유학자, 최고의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의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꽃은 웃어도 소리가 없다’는 우주만물을 통달한 시를 소개하며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를 깨달을 각(覺)으로 생각해 보라고 제안하였는데 가슴에 닿았다.
또한 덴마크의 세계적인 철학자인 쇠렌 키에르케 고르가 말한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를 보고 깨달아야 할 점을 소개했는데,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과 자기 자신의 유일성에 감사하라는 것, 침묵과 기쁨 그리고 순종을 배우라’는 것을 강조하며 서로 협력해 선을 이루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음 탐방지로 백제시대의 수리시설 벽골제였다. 해설사의 안내로 제방의 땅 밟기까지 하면서 사방으로 트인 광활한 지평을 관람하는 문인들의 표정은 강한 햇볕과 더위 속에서도 환한 웃음으로 피었고 시창작의 보고라는 말도 이어갔다.
우리 부부가 예약한 만찬장으로 이동해 우렁제육쌈밥에 과일로 식사하며 정겨움을 나눈 자리에 아쉬움을 남겼다.
문인들의 손에는 우리가 준비한 서천 특산물인 자하젓과 칼슘의 보물창고인 모시송편을 들고 차기 문학관 탐방을 약속하고 헤어짐의 정을 일일이 나누며 승차한 관광버스는 서울 강남역으로 향했으며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김제에서 서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부부는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아쉬움 속에서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