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서울] 신경용 대기자 =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수사의 최종 목표였던 국민의 힘 대선 경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눴던 공추서 수사는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으면서 신속한 의혹 규명을 천명했던 당초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장기화할 수 있다.
즉, 손 검사 체포영장이 이미 기각된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수사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던 공수처는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법원의 판정을 받아든 채 전열을 다시 가다듬어야 하는 실정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손 검사를 소환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공수처가 23일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이틀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뒀으나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기각 이유로 손 검사의 방어권 보장을 고려했을 때, 이 권한의 범위를 넘어 그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환 날짜를 미뤘던 손 검사의 행위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법원이 '방어권'을 언급한 것은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도 손 검사 측에게 즉각 알리지 않는 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손 검사 측은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법원에 접수된 뒤 이틀이 지난 25일 오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으며, 영장청구서도 심리 16시간 전에야 받아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손 검사측은 방어권을 위해 심문을 27일로 늦추자고 했지만 공수처는 거절했다고 한다.
손 검사가 이날 심문에 출석하기 전 "구속영장의 부당함을 설명하겠다"고 강조한 이유로도 풀이된다.
법원은 수사기관은 구속영장을 청구한 당일에 피의자 측에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선례를 깬 점 등에 비춰 방어권 기회가 손 검사에게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지만 공수처는 그러지 않았다.
법원은 구속 필요성만이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영장 기각 사유로 들었다.
이는 피의자에게 도망 내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공수처가 손 검사의 범죄 혐의라고 적시한 내용도 소명이 불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법원이 기각 사유에 '수사 진행 경과'를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손 검사 측은 심사에서 공수처가 구속영장에 고발장 최초 작성자를 '성명 불상자'로 적시한 점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0일 수사의 신호탄을 쏜 압수수색 영장에서도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데, 결국 40여 일이 넘도록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공수처는 '김웅-조성은' 녹취록 등 증거자료를 손 검사의 개입 근거로 제시했으나, 법원은 이를 명백한 범죄 증거라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원의 영장 기각은 이 사건 수사가 윤 전 총장을 향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인 대검의 고발장 작성 관여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넉넉히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눈과 귀'라고 불렀던 손 검사는 윤 전 총장과의 관계가 직무상의 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을 법원에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에서 손 검사가 "윤 전 총장 밑에서 일했지만 그를 위해 일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검의 고발장 작성 관여 의혹을 밝혀낸 뒤 윤 전 총장 관여 여부를 규명하는 단계로 속도감 있게 나아가려던 공수처는 중요한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올해 1월 출범 후 '1호'로 기록된 구속영장 청구가 결국 기각되면서 체면마저 구긴 상태에서 향후 수사 계획을 수정하고 증거 보강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 됐다.
공수처는 불구속 상태로 손 검사를 소환 조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손 검사 측에서 내달 2일이나 4일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만큼 조만간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고발장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가게 된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도 확정해 금주내 부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건상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내달 5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