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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린이보호구역 제도적 융통성 없는 건 아닌지 다시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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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School Zone)은 유치원, 초등학교 등 교육 시설 출입문에서 반경 300m 이내 도로에 지정돼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 공간을 확보하는 제도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차는 물론 5분 이내 정차도 전면 금지되고 자동차 통행 속도도 시속 30㎞ 이내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 개정안으로 초래된 부작용과 혼란이 시행 이후 지금까지도 지역 곳곳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인근 지역에서 수십 년을 살던 주민들과 이용자들은 법을 지키고 싶지만, 차 댈 곳이 없어 지키기 어렵다는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규제가 꼭 필요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 인근 주민들은 기존 주·정차 시설을 대체할 시설이 미흡한 상황에서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려 가혹하다는 거다.

이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노상주차장 폐지는 불법 주정차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학교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상인이나 이용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제한속도 30km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통학하지 않는 심야와 휴일에는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도로교통공단의 최근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분석 결과, 학교 등·하교 시간에 사고가 집중됐다는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전국 지방의회들은 저마다 어린이 안전을 위한 규제는 꼭 필요하지만, 시민 편의와 원활한 교통체계를 위한 탄력적 운영 요구에 따른 제도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고 있다.

최근 충남 서천군에서도 이 같은 민원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서천 장항읍 해당 지역 상인회가 노박래 군수 면담을 통해 오는 3월 2일부터 시행되는 장항중앙초등학교 정문 일대의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단속 예고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장항중앙초등학교 후문 일대에는 안심 승하차 존(Zone), 과속 및 주·정차 단속 CCTV를 설치와 함께 교통안전시설이 설치돼있는 반면 정문 일대에는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만 있을 뿐이다.

이에 서천군은 정문 일대에 과속 및 주·정차 단속 CCTV를 비롯해 과속방지턱, 무단횡단을 방지할 방호울타리 등 교통안전시설 설치와 함께 주·정차 단속을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학교 정문 일대에는 버스 정류장을 비롯해 전기조명 판매장, 학원, 식당, 한의원, 의원, 미용실 등 주민들이 애용하는 상권으로 형성돼있다.

그동안 주민들과 이용객들은 상권 주변에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 않아 해당 점포 바로 앞에 주·정차를 하며 이용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코로나 정국으로 매출이 반토막 난 상태에서 또다시 어린이보호구역 규제로 인한 단속이 이어진다면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위협받을 지경에 달한다는 것이다.

즉,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단속에는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동의하지만, 그에 따른 대안도 없이 무작정 단속한다고 통보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볼멘소리다.

이에 서천군은 관련 법률에 따른 원론적인 규제는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주민들과 이용객들을 위해 약 20대의 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등교가 시작되는 시각에는 5분간 주·정차가 가능하고 그 이후 저녁 6시 30분까지 20분간의 주·정차를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도 전했다.

아울러 저녁 6시 30분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전까지는 단속이 유예되고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점심시간에도 단속을 유예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천군 행정당국의 주민 편의와 원활한 교통체계를 위한 탄력적으로 운영 결단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상인회 측은 20대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40대 이상 주차 공간을 요구하고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장항중앙초등학교와 장항초등학교의 통폐합도 거론하고 있다. 

이렇듯 주차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효과적인 제도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주변 도로에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등 주정차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우선이다. 

무엇보다도 어린이 안전과 보호라는 대원칙이 훼손되면 안 되지만, 이 때문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발생해서도 안 된다. 

현실을 무시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그 좋은 제도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좋은 취지를 떠나서 차를 잠시 멈춰야 하는 상황도 있는 만큼, 이젠 정부나 국회도 제도적 융통성이 없는 것은 아닌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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