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서천] sbn서해방송 = 2일 충남 서천군 시초면에 거주하는 구재기 시인은 '오늘의 시 한 편'의 첫번째 작품으로 김사인 시인의 '오누이' 를 소개한다.
'오 누 이' / 김 사 인 시 인
57번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에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 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바짝 당겨앉으며
'오빠 여기 앉아' 비운 자리 주먹으로 탕탕 때린다
'됐어' 오래비자리는 짐짓 퉁생이를 놓고
차가 급히 설 때마다 걱정스레 동생을 바라보는데
계집애는 앞 등받이 두 손으로 꼭 잡고
'나 잘하지' 하는 얼굴로 오래비 올려다본다
안 보는 척 보고 있자니
하, 그 모양 이뻐
어린 자식 버리고 간 채아무개 추도식에 가
술한테만 화풀이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멀쩡하던 눈에
그것들 보니
눈물 핑 돈다
<구재기 시인>
• 충남 서천 출생
•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휘어진 가지』와 시선집『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등 다수
• 충청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충남시협본상, 한남문인상, 신석초문학상 등 수상.
• 현재 40여년의 교직에서 물러나 서천군 시초면 <산애재蒜艾齋>에서 야생화를 가꾸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