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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화의 소중한 이야기] 생문동의 매력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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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으면 동네에서 조깅을 하고 2만 달러를 넘으면 차 끌고 전국 여행을 하고 3만 달러를 넘으면 비행기 타고 세계를 누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3만 달러를 넘어선지 벌써 5년이 지났고 국제원조를 받는 개발도상국에서 원조해주는 선진국 그룹으로 유엔에서의 지위가 변경된 지도 2년이 넘었다.

 

우리나라는 정말 선진국이 된 것일까?

 

물질은 쉽게 변하지만, 우주보다 복잡한 인간의 의식구조는 일사불란하게 변화되지 않는다.

 

유럽이 2세기에 걸쳐 이룩한 경제 성장을 우리는 반세기 만에 달성했지만, 사회질서와 가치관의 전환은 이 속도를 따르지 못해 여러 가지가 뒤엉킨 채 일정한 방향 없이 좌충우돌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 국민과 개발도상국 국민과 후진국 국민이 함께 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수년째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인의 행복 순위는 149개국 중 62위라는 2021년 세계행복보고서의 발표는 우리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잘 보여준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다른 생각을 한다’라는 속담처럼 소득 증대는 삶에 관한 인식에 변화를 가져온다.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장에 따르면,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시대에는 ‘소유’가 아닌 ‘경험’을 중시하게 된다고 한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중 최고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에 해당하는 ‘가치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에는 수백만 원짜리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해야 행복했다면 이제는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열광하거나 직접 무대에 올라야 행복해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삶의 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문화예술이 곧 복지인 시대가 오고 있다. 그 이유는 문화예술이 바로 가치소비의 주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이른바 ‘예체능’에 익숙해져야 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가 깔려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어려서 공부만 하고 젊어서 일만 하다 늙는 탓에 취미도 없고 ‘잘 노는 법’을 몰라서 돈을 쌓아놓고도 해외여행 한 번 못 가보고 죽는 불행한 노인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생활문화예술동아리, 이른바 ‘생문동’과 생활체육동호회 등이 그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생문동은 개인이 건전한 취미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의 역할을 한다.

 

취미활동이 주목받는 까닭은 그것이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생문동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읍면 주민자치센터나 평생학습센터, 문화원 등의 주민 강좌 수강생들로 만들어지는 가장 초급단계의 동아리가 있고, 주부독서회처럼 동호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여러 해 동안 꾸준히 이어오는 그룹도 있고, 생활음악협회처럼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임도 있다.

 

특히, 삶의 반경과 사회성이 넓지 않은 사람에게 생문동은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생문동을 통해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게 되면 그때부터 비로소 예술이 주는 쾌감을 알게 되고 삶에 또 다른 목표를 갖게 되면서 반짝반짝 윤기를 더하게 된다.

 

예술에 대한 안목이 높아질수록 좋은 공연과 전시에 대한 욕구가 짙어지므로 생문동 회원은 훌륭한 관객이 되어 지역 예술의 저변을 확장하는 역할도 한다.

 

문화예술의 소비가 증가할수록 사회는 풍성해지고 발전의 동력이 강해진다.

 

서천에 생문동이 많아지고 회원이 늘어나 전 군민이 하나 이상의 취미를 갖게 된다면 우리는 비록 삶이 고단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탄력 있는 정신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예술 분야와 스포츠와 봉사활동까지, 이렇게 3종의 취미를 갖는다면 삶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생문동은 인간관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연과 학연을 가장 중시해왔다.

 

이런 관계는 선택이 강제되고 외부에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농경사회의 유산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의 연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범위에 제한이 없고 외부와 공존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인식과 행동양식에 합리성을 부여한다.

 

합리적 인간관계는 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앞으로 생문동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더해지기를 소망한다.

 

“전문예술가에게는 지원금이, 생문동에게는 무대가 필요하다”라는 서천군의회 모 의원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무대는 공연자를 자극하고 성장시킨다.

 

생문동의 무대를 늘려가는 것이 우리를 안정된 선진사회로 이끄는 여러 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를 더 즐겁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모두 어우러져 춤추고 노래하고 뛰어가는 서천! 그 꿈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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