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기를 지나면서, 대외적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류의 말을 내뱉으면서 겸연쩍어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막상 키우는 과정에 들어서면, 오히려 아이가 부모를 키우는 순간들을 곧잘 마주하게 되는 탓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이가 나를 부모로 키워내는 것이 아닐까 궁리하기도 하였습니다. 궁리를 뭉쳐 간결하게 펼쳐 보이면, ‘부모와 자식은 각각 자식과 부모를 키워냄으로써 비로소 궁극의 가족을 이루어내는 것’ 정도로 나타날 것입니다. 저는 딸과 함께 커가면서 무수히 많이, 그토록 자주, 어이없게 넘어지곤 합니다. 하지 말라고 짜증 내며 무릎이 까지기도 하고, 서두르라고 채근하며 삐끗하기도 하고, 딸의 이름을 호되게 외치며 턱이 깨지기도 하고, 서럽게 어깨를 들썩이면서도 소리 내지 않는 딸의 모습에 가슴이 해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긴 상처에 묻은(어쩌면 상처에 묻힌) 티끌을 털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오로지 딸을 위해 달콤한 디저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가장 달콤한 것을 떠올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장 정성껏 달콤한 것을 만듭니다. 마치 고해성사를 요리로 대신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네가 좋아하는 푸
2025-06-20 강소산 칼럼위원(시인/서천중학교 국어교사)더 나은 삶과 금(金,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태초부터 존재해 왔고 인류의 역사를 움직여 왔으며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의 시대를 만들었다. 드넓은 태평양의 작은 섬들에서도 그 섬에는 존재하지 않는 광석으로 만들어진 화살촉이 출토될 만큼 교역의 역사는 오래됐으며 전 지구적이었던 것이다. 포르투갈의 뱃사람들이 수십 년간 목숨을 걸고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의 반 바퀴를 돌아 인도로 가려고 했던 이유도 교역을 위해서였다. 이렇게 육로보다 훨씬 효율적인 바닷길이 열리자 전 지구에 흩어져 있던 자원과 기술, 사람들의 교류가 더욱 확대됐고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금융이란 개념이 탄생되자 인간은 미래의 투자가치만으로도 이전과는 비교불가한 대량의 신용 자본을 창출하게 됐다. 마침내 자본주의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인류의 역사, 나아가서는 인간 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경제 혹은 경제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9장 11조 1항의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는 조항처럼 자유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나라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이 헌법조항을 바탕으로 세계의 교역망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세계
2025-06-12 이병학 소장(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미술이 나의 발전이다. 자연은 그리기 위한 대상이 아닌 내 삶의 모든 이야기다. ‘그리움/ 쉬다가 생각하고 웃다가 하늘을 본다/ 갑자기 그리움에 사무치고 밤하늘의 별들을 본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주섬주섬 나를 찾아 떠난다/ 비움을 채우는 여행이 아니라 채워진 것을 비운다/ 자연은 말 없는 친구/ 만나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다/ 자연이 나고 내가 자연인 까닭이다/ 나의 그림을 통해 별과 달을 만나고 새벽을 맞이하고 태양을 볼 수 있다/ 이들을 만나고 느끼고 만지고 싶어 그림을 그린다/ 가슴 가득 그리움’ 예술은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온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이기도 하고, 동시에 관객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주기도 한다. 예술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에서 오는 그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나 작가의 의도, 그 시점을 어떤 식으로 경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술이 감정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는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데, 예술은 사람 개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매우 개인적인 체험이다. 그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과 연결해 보는 그것이 중요하다. 작은 순간이
2025-06-12 전형옥 칼럼위원(서양화가/한국미술대전 특선)5월 21일은 ‘둘(2)이 하나(1)이 되는 날’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부부의 날입니다. 2003년 한 민간단체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2007년에는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가정의 달 한가운데 자리한 이 날은 “부부가 화목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는 낯설고 조용히 지나가는 하루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결혼을 성인이 되는 필수 단계이자 일종의 의무로 여겨왔으나 시대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독신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동거나 비혼 출산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 대중가수의 노래처럼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입니다. 실제로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초혼 연령은 높아지고 이혼율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바로 그 안에 삶의 본질적인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만난 평생의 동반자, 부부.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가장 많이 사랑하고, 또 때로는 가장 깊은 상처를 주고
2025-05-30 이병학 소장(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동토(凍土)>의 작가 박경수는 자전적인 소설에 보이는 대로 전형적인 농가에서 태어나 학력은 국민학교 졸업이지만 독학으로 성장한 놀라운 문학인이다. 작가는 1930년 우리 고장 충남 서천(逝川) 한산(韓山)에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14세에 소학교를 마치고 농사짓기에 땀을 아끼지 않는 한편 밤을 낮삼아 피나는 독학을 해나갔다. 고학으로 20세에 국민학교 교사자격 검정시험에 합격하여 국민학교 교단에 서게 되었고, 국민학교 교사로 만족할 수 없던 그는 중학교 교사자격 검정시험에도 합격하면서 중등학교의 교단에 설 정도로 목표에 대한 작가의 성취욕이 강하였다. 작가의 소설 <동토(凍土)>은 흙에 뿌리내리고 자라며 살아온 곳을 거룩한 땅으로 알고, 작가는 아무런 가식이나 과장 없이 떳떳하게 돌이켜보고 서술해 나가는 점에서 작가의 강인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강문호는 날품팔이를 하는 아버지와 삯베를 짜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을 끝마치고 나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영숙이네 집에 가곤 했으나 영숙이 어머니에게 밥을 많이 먹는다하여 자주 핀잔을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끼니를 이어갈 정도로 가정형편의 어려움을 극복
2025-05-30 양화춘 칼럼위원(한군문인협회 서림지부 회원)따뜻한 봄 날씨와 함께 찾아오는 매년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유독 5월에는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은데요.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을 비롯하여 15일 스승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까지. 5월은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함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달입니다. 싱그러운 5월, 충남도민 여러분들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계획하고 계신지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5월을 맞아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기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은 처음으로 속하는 사회의 기본이며 그 안에서 도덕적 가르침, 일상적 교육, 경제적 보살핌을 받습니다. 특히 가정 안에서 가족들과의 유대를 통해 ‘사랑’을 받고 느끼며 주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가정은 사회의 근본이자 핵심이며 사랑의 원천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대 산업 시대를 지나 지금의 현대인들은 점점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가족들 간 소통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예인들이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수년째 인기를 끌 정도로 1인 가구의 비율도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죠. 물론 예전의 농경사회와는 달리 지금의 사회는 가족
2025-05-23 이병학 소장(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봄, 향긋하지 않을 수 없는 계절입니다. 달래와 냉이, 미나리와 두릅, 쑥, 그리고 딸기와 매실. 그 이름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코끝에는 봄바람이 내려앉습니다. 봄의 향긋함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게 됩니다.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그 시절, 그 봄날이 잊히지 않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 할머니의 저녁 일과는 항상 같았습니다. <6시 내 고향>부터 시작해서 <러브 인 아시아>/<우리말 겨루기>/<한국인의 밥상>을 거치고, 일일 연속극과 뉴스를 잠시 본 후에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생로병사의 비밀>로 하루를 마무리하셨습니다. ‘본다’기보다는 그저 ‘틀어두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6시 내 고향>이나 <한국인의 밥상>은 제철 음식의 향연이었습니다. 화면 너머의 극진한 향연은, 화면 밖에 있는 사람조차 잔치에 머무르고 싶게 했습니다. 먹어본 음식에는 침이 고이고, 처음 보는 음식에는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제철 음식들이 어찌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던지. 입이 짧던 저조차도, 그 영상들을 보면 기분 좋게 배를 곯았습니다. 그리고
2025-05-23 강소산 칼럼위원(시인/서천중학교 국어교사)5월 1일은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고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제정된 근로자의 날(또는 노동절)입니다. 이 날은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헤이마켓 사건을 시초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8년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하였으며, 1963년 4월 17일 '근로자의 날'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1994년부터는 날짜가 5월 1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발전의 밑바탕에는 선배 세대들의 피땀어린 노동이 있었습니다. 전쟁 후 폐허만 남은 이 땅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시작됐고 당시의 관료들과 기업가들은 전쟁의 잔해 속에서도 기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였습니다. 그렇게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공업 중심의 산업화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당시의 여성 노동자들 중 대부분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이렇게 어린 여공들에 의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외화를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간 노동자들은 어땠을까요. 1960년대 초, 수천 명의 간호사와 광부들 또한 가족의
2025-05-18 이병학 소장(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