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법무부장관 자리에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의원이 지명됐다. 지난 10월부터 50여일 만에 이뤄진 발탁이다.
호불호를 떠나, 산적한 법무 행정현안을 앞둔 터라 다행이다. 애초 검찰개혁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두고 장관 지명이 늦어진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여당대표를 지낸 추 지명자는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소신을 밝혀온 법조인이다.
하지만, 판사출신의 5선인 추 내정자의 지명에 여야 입장은 극명하다.
민주당은 “법무·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을 받들 경륜 있고 강단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당대표 출신 5선 의원을 임명한다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 ‘추미애’라는 고리를 통해 아예 드러내놓고 사법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고 꼬집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와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궁여지책 인사고, 문재인 정권의 국정농단에 경악하고 계시는 국민들께는 후안무치 인사”라고 비판했다.
검찰얘기가 나왔으니, 여권의 지금 태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조국 전법무부장관 일가의 의혹에 이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비리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찰을 공격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던 지난 4일 “검찰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험한 말도 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말이다.
모든 권력을 쥔 여권지도부가 검찰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게 무슨 뜻인가. 어떻게 할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이 대표 뿐 만 아니다. 여당 지도부는 한결같이 검찰을 대놓고 압박한다. 검찰의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은 잘못된 게 아니다.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의 감찰중단 의혹을 밝히기 위해 청와대를 압수수색은 당연하다. 범죄의혹이 있는 곳에 대한 수사는 당연하다. 국민적 의혹이 확산된 이상 청와대도 성역이 아니다.
법원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해줬을 것이다.
민주당은 2017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수사 당시의 얘기와 이번은 정반대다.
당시 민주당은 청와대 측이 특검의 압수수색을 저지 했을 때 수사에는 성역이 없다고 한결같이 외쳤었다.
기억에 생생한 것은 “문을 열고 압수수색을 받으라”고 압박했다. 이번에는 그 반대다. 급기야 청와대도 이에 가세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청와대를 전격 압수수색을 집행한 검찰을 향해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해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 불가능하고 이를 허용한 전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요청한 자료를 두고 “지난해 12월26일 ‘김태우 사건’에서 비롯한 압수수색에서 요청한 자료와 대동소이하고, 성실히 협조했다”며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태우의 진술에 의존하여 검찰이 국가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하여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여권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연일 비난전이다. 민주당은 ‘선택적 수사’ ‘정치개입’이라며 강공모드다.
민주당은 아예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설훈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법조인출신이 위원들이다. 설 위원장 말마따나 1945년 해방 이후 집권 여당에 이런 역할을 공개적으로 하는 조직은 없었다.
이 위원회는 5일 “존재하지도 않는 선거개입이라는 허깨비만 들고 온갖 무리수를 동원한다” “검찰이 청와대 표적수사로 검찰개혁 법안 논의를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까지 했다.
진보매체들까지 도가 지나치다고 혹평한다. 위원회는 6일에는 대검 차장검사와 경찰청 차장을 불러 ‘울산 사건’ 등에 대한 사실을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열 명 남짓한 여당 의원들이 하루 전에 모여 국가 양대 사정기관 2인자를 “내일 불러 모으자”고 결정·통보했다.
당연히 외압으로 비친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기관 책임자에게 브리핑을 듣겠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조사나 수사를 받아야할 처지에 있는 쪽에서 수사를 하는 쪽으로부터 보고를 받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왜냐면 하명이 됐던 이첩이 됐던, 유재수 전 금융위 감찰무마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일부 민주당의원들도 직간접적인 당사자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이처럼 전례도 없고, 경우도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두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당사자이다. 심하면 피의자 신분이 될 수도 있다.
한 진보언론은 이런 부적절한 자리는 다분히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겁박’이란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당장 취소해야 하라고 외치고 있다.
울산 사건만 해도 최초 제보자는 김 전 시장 반대편에 섰던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부시장이다.
야당 후보에 대한 비위 첩보를 생산한 사람이 여당 후보의 측근이었다면 누구라도 ‘청부 수사’ 의혹일 아닐 수 없다.
한데 청와대는 그를 “민정비서관실 파견 공무원이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다른 공무원”이라고 했다.
그 행정관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고교 친구였다. 그가 비위 첩보를 재작성·편집해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백 비서관은 오리발이다.
그는 지난달 “첩보는 가공하지 않았으며 단순 이첩했다”고 다른 말을 했다.
입수 경위를 놓고서도 행정관은 비위 첩보를 스마트폰 SNS를 통해 받았다고 하고, 송 부시장은 행정관이 울산 동향을 물어 보내줬다고 한다. 서로 말이 다르다. 이 모든게 검찰수사로 가를 의혹이다.
뭐 뀐 놈이 성내듯이 조국 일가의혹, 김 전 울산시장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의혹이 갈수록 커지는 여권의 생각은 다르다.
이처럼 “검찰을 가만두지 않겠다”,“유감이다”,“전례가 없다”, “야당과 검찰이 뒷거래를 했다”는 말과 함께 특위까지 만들어 검찰수사를 압박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제 검찰수사를 지켜보라. 그리고 그다음에 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