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지와 만나기로 했다. 혜지는 키가 작은 나와 달리 키가 크다. 아니, 외형을 생각하면 크다는 말보다는 길쭉하다는 말에 더 가깝고, 내면을 생각하면 크다는 말보다는 넓다는 말에 더 가깝다. 더 잘 어울리는 친구이다. 웃음이 화사하고, 소리는 청아하고. 18년을 함께 하면서, 특히나 어른의 문턱을 넘고는 매번 만날 때마다 배울 점을 탐사하게 하는 친구이다. 추억이 유리 구슬이라도 되는 양 매만지고 닦아내기를 반복했다. 강아지가 무서워 친구의 집 소파 위에 둘이 같이 서 있었던 일, 꼭 읽어야 하는 책 소개하기 조별 과제를 위해 주말에 친구들과 모였던 일, 어리숙해서 후회되었던 일, 그럼에도 강단 있게 결정했던 일. 유리 구슬에는 어떠한 힘이 있어서 무더운 날씨조차도 만족스럽기만 했다. 오히려 담쟁이가 틈을 빼곡히 메워가는 초록의 여름을 빛내는 듯했고, 도리어 지상의 열기를 붉은 빛으로 뽐내고야 마는 능소화가 더욱 고개를 빳빳하게 들도록 하는 듯했다. 초록의 담쟁이와 주황의 능소화를 보라고 뜨겁나보다, 여길 정도였다. 추억을 야금야금 먹는 우리와 같이 햇살을 야금야금 먹는 하늘이었다. 두 볼은 채 삼키지 못한 햇살로 가득했다. 말갛던 볼은 분홍으로 물들었다. 저
충남 서천지역에 물 폭탄이 터졌다. 이로 인해 사망, 고립자 구조 등이 속출하고 주택, 차량 침수 피해 등이 잇따랐다. 지난 10일 오전 6시 기준, 서천에는 이날 오전 2시 16분부터 한 시간 동안 111.5㎜의 폭우가 쏟아져 지역 내 강우량은 평균 396.4㎜ 집계됐다. 이 중 종천면이 455.5㎜ 가장 내렸다. 인명구조 7건, 배수처리 5건, 기타 안전조치 245건 등 총 234건이 발생했으며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3시 57분쯤 비인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주택 붕괴로 집에 있던 70대 남성이 숨졌다. 토사에 매몰된 이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김기웅 군수는 서천지역에 비가 집중되면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집중호우 대비 대처상황 점검 회의를 진행하며 안전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군은 하천, 해안가, 도로 등 집중호우 시 피해가 예상되는 시설별 대응 상황을 점검했고, 김 군수는 집중호우 대비를 마칠 것을 요구했다. 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우선으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폭우와 같은 재해를 단순하게 여름철 통과의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상이
최근 서천군청 공직자로 추정되는 제보자가 충남도청 홈페이지에 익명 제보한 내용과 관련하여 언론이 여과 없이 제보내용을 보도하면서 서천군수 부인이 군청 여성 공직자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이 서천지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보령·서천 지역위원회가 지난 9일 충남도청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또다시 의혹을 부풀려 제기하고 있다. 소위 서천군수 부인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제보자의 A4용지 4~5장 분량의 익명 제보가 전부이다. 아직 실체나 정황 근거가 드러난 것이 없다. 만일 익명 제보자의 제보내용대로 군수 부인이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면 서천군수는 즉시 사퇴하고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제보내용이 허위이고 보도 내용이 가짜뉴스로 밝혀지면 피해자인 군수부인과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고 알려진 서천군청 여성 공무원이 본 그간의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현재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서천군수 부인과 선물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서천군청 여성 공직자는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여성 2명 모두 정신적인 충격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가방을
김기웅 충남 서천군수가 지난 1일로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거두절미하고 2022년 오늘 군수는 취임사를 통해 밝힌 군정 운영 철학과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김 군수는 취임사를 통해 “군민의 염원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더 큰 서천의 희망을 찾아야 할 때”라며 “신명과 열정을 바쳐 누구나 잘 사는 변화된 서천 건설에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당장 성과보다는 미래를 이끌어갈 서천의 100년 기반을 튼튼하게 조성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군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세부적으로는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 장항국가산업단지 기업 유치, 사회적 약자 맞춤형 일자리 확보, 향토기업·영세 소상공인 지원책 마련, 응급의료체계 구축, 브라운 필드 생태복원을 통한 정주 여건 조성 등에 대해 기업가 출신 경제전문가인 점을 내세워 총력을 다짐했다. 또한,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균형발전, 품격 있는 명품관광 도시 조성, 농어가 소득 증대, 맞춤형 복지정책 시행 및 사회안전망 구축, 경쟁력 있는 평생학습 도시 육성, 투명하고 청렴한 청정 행정 구현 등에 대해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취임 2주년을 맞은 김 군수의 군정 입지는 취
‘갈대가 / 비에 젖을 때 / 금강이 울고 있다는 것을 / 그때는 몰랐네. 갈대가 / 시린 발을 담그고 / 은실 머리를 흔들 때 / 별빛이 울고 있다는 것을 / 그때는 몰랐네 / 비로서 알 수 있으려나. 갈꽃의 사랑은 서로를 기대어 / 무수히, 무수히 흔들리며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며칠 전 필자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신성리 갈대밭을 다녀왔다. 모내기가 한창인 서천의 들녘은 비단 포를 깔아 놓은 듯 파릇한 새싹 모가 초록 바다를 이뤄 넘실거렸다. 옛날 어머니들이 아주까리기름을 머리에 발라 가르마 타서 곱게 빗질한 그것처럼 서천 들녘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처음이란 단어는 언제나 설렘을 동반하듯 우리는 설렘 가득 싣고 주차장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농경 문화체험관과 특산품 판매장이 있었다. 매장은 서천 특산품과 갈대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쉼터인 카페가 있다는데 그날은 문이 닫혀 있었다. 한 바퀴 들러 보고 2층 전망대에 올라서자 잠잠히 여물고 있는 서천의 젖줄인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갈대밭을 바라보며 금강이 서천 사람들에게 미쳤을 역사와 시대적 영향력에 대해 생각했다. 금강을 서천 사람들은 진강이라 불렸다는 기록이 있
서천지역 내 교통 사망사고가 지난해 대비 400%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올해 교통 사망사고는 65세 이상 군민 4명으로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면서 노인 교통사고 예방책이 절실하다. 사망사고 줄이기 교통 캠페인, 경로당 방문 노인 교통안전교육, 마을주민 홍보, 교통안전 언론홍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고 예방 활동하고 있으나 결과물은 낮은 수치를 보인다. 노인 교통사고는 현장에서 바로 사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연세가 많고 신체기능이 저하되어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충격하면 중상 또는 사망이다. 농촌지역 노인들은 편리하고 용이성 때문에 자동차보다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오토바이는 안전성이 낮아 장구·장비를 갖추더라도 여전히 미흡해 예방은 운전자의 몫이다. 오토바이 안전모 착용은 필수인데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는 습관적으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이동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안전띠 착용, 안전모 착용 생활화로 나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지키는 노령운전자가 점차 늘어났으면 한다. 교통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차 대 차 사고, 차 대 이륜차 사고, 차 대 자전거 사고, 차 대 보행자 사고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차 대 차 사고는 노
검사는 무채색의 세상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주 오래전 어느 장관께서 취임하고 검사들에게 끈이 있는 검정 구두만 신으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검사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세상에 검정과 흰색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범죄자와 피해자로 세상을 구분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빨간, 파란, 노란 등 아름다운 색깔이 많습니다. 한 사람을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구분 지을 수 없습니다. 그의 어느 부분은 검은색이지만 다른 부분은 빨간색도 노란색도 있을 것입니다. 검사들은, 아니 저는 오랫동안 그것을 몰랐습니다. 검사들은 보수적일까요? 진보적일까요? 검사는 검찰 조직을 운영할 때는 지극히 보수적인 집단입니다. 혁신이나 미래에 대해 어색해합니다. 그러나 수사할 때는 보수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보수는 국가와 사회의 잘못을 보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하려는 집단이다. 진보는 국가와 사회의 잘못을 보면 ‘축적된 이론’을 바탕으로 급진적으로 혁신하려는 집단입니다. 검사들은 타인의 잘못을 집요하게 찾아내 그 잘못을 단죄하는 집단이다. 단죄보다 급진적인 혁신은 없습니다. 처벌을 통해 사람이나 조직은 새롭게 거듭나게 된다. 검사들은 백지
최근 서천군청의 소위 판도라 상자 사건과 관련하여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기자윤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공익을 위한 언론의 역할은 매우 크다. 언론은 사회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 불의를 밝혀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사회구성원들이 의사결정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등 공익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책임이 있는 언론의 중심에는 기자들의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윤리적 원칙이 앞서야 한다. 기자들은 사회의 감시자로서 대중에게 정확하고 공정하게 정보를 알리는 중요한 의무를 진다.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윤리 규범이 언론의 바탕이 되어야 하며, 언론은 이와 같은 윤리 규범을 준수함으로써 신뢰성을 유지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을 통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사회적 책임과 윤리 규범을 망각하고, 편향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남발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공정한 보도 원칙을 무시하고 정치적 편향성에 사로잡힌 언론의 모습을 비췬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가짜뉴스를 여과
5월 말, 교장 선생님과의 차담회가 있었다. 그 시간, 교장 선생님의 ‘마음의 근육’과 관련된 문장들이 마음에 아로새겨졌다. 누구나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고민은 갯벌과도 비슷해서, 방심하면 어느새 무릎까지 붙들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전시된 나의 모습과는 다르게, 마음과 정신은 개흙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련해서 얻어진다면 내게 꼭 필요한 것이 ‘마음의 근육’이었다. 보름 넘게 괴로움을 삼키고 있었다. 분노와 우울을 넘어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괴로움은 결국 나를 향한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운이 좋게도 그 시기에 맞물리게 차담회를 갖게 되었고, 그때 들은 ‘마음의 근육’이라는 말이 판도를 뒤집었다. 근육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을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둥실 떠올랐다. 더 이상 괴롭고 싶지 않은, 정확히는 스스로를 괴롭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무엇이든 하게끔 만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정을 끊어내는 것이나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나는 무언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유감스럽게도 그 힘을 걱정 따위에 쏟아서 괴로웠지만, 거두절미하고 긍정적인 것에도 충분
악기의 황제라는 피아노가 탄생한 것은 바로코시대다. 풀 네임은 ‘피아노포르테(약자 Pf)’이다. 이탈리아어로 피아노는 합성어다. ‘약하게(piano)’, 포르테는 ‘강하게’의 의미(forte)이다. 건반을 누르는 힘을 조절해서 이 2가지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이름에서 위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악기 관리인 겸 악기 제작자였던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피아노의 원형을 발명했다. 크리스포토리가 1698~1700년경 발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피아노의 건반은 54개였다. 이후 1780년대 모차르트가 피아노를 접하고는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작곡에 사용하게 된다. 연주자가 왼쪽 무릎과 오른쪽 무릎을 들어 올려 건반 밑바닥에 댐으로써 오늘날의 페달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100년 후가 지나서 스타인 웨이에 의해 54개의 건반이 88개로 늘었다. 그래서 지금의 피아노 건반은 88개다. 흰 건반(백건) 52개와 흰 건반의 사이음을 내는 검은 건반(흑건) 36개로 구성됐다. 피아노의 초창기에는 검은 건반은 흑단(ebony)으로 만들었고 흰 건반은 상아를 쪼개 덧대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피아노의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을 ‘Ebo
우리나라 산림은 2020년 기준으로 약 259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온실가스 흡수저장기능을 비롯해 토사유출 방지 기능, 산림휴양기능, 수원함양기능, 산림 경관 기능 등 다양한 가치를 가진다. 이처럼 산림의 높은 공익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산불로 산림이 훼손돼 가고 있다. 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실수, 빈번한 농촌 지역의 밭두렁 태우기, 불법적인 쓰레기 소각 등이 주된 원인이다. 이러한 작은 실수들이 산림을 파괴하고, 그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로 남기도 한다. 이런 산불예방을 위하여 산림청과 지자체에서는 1년 중 봄과 가을 두 계절로 나눠서 산불조심기간을 설정하고 산불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에, 우리 서천군은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봄철 산불조심기간에 홍보물 5000점을 설치 배포했으며, 산불감시원 109명을 배치해 산불취약지를 집중적으로 순찰하기도 했다. 또한, 신속한 산불진화를 위해 산불진화차량 신규 2대와 산불 무전기 12대를 구입해 현재 차량 17대, 무전기 124개를 보유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진화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마산면 요곡리에서 발생한 산불을 겪으며 한순간의 실수가 많은 것을 앗아간 것을 교훈 삼아, 같은 실
충남 서천군 서면에 있는 부사호에 추진하는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사호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SK E&S와 EPC 협약에 따른 것으로 서천군 서면과 보령시 웅천읍 일대 부사호 352㏊ 중 만수 면적의 20%에 달하는 70㏊에 90㎿급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양측의 협약에 따라 SK E&S가 1,305억 원을 투입해 향후 3년간 부사호에 90㎿ 규모 수상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한 뒤 20년간 발전사업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계약은 주민참여형 부사호 햇빛나눔사업을 통해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SK E&S는 이중 최대 규모인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두고 지역 주민 간 찬반 갈등으로 인해 지난해 7월 28일 석탄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심의에서 ‘심의 보류’ 결정됐다. 전기위원회는 ‘부사호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1·2·3단지 등의 3건에 대해 서천군의 의견 등을 반영한 지역 수용성 추가 제고 노력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에 SK E&S 측은 지난 1년간 지역민에게 발전사업에 따른 지역 발전 및 경제적 효
모시 꽃 피고 나면 절정에 오른 매미 울음도 차라리 시원한 여름이다 모시밭길 바람 벗겨 빨랫줄에 널어놓고 흔들리던 불안에 잠 못 이루시던 어머니 모시 한 필 팔러 나가 바람 따라서 오지 않는 남편 기다린 지 반평생 반달로 사시다가 이제는 반달 되신 어머니 모시 덤불 무릎으로 끌어안고/삼베처럼 살았어도 당신 생의 속껍질은 하늘빛이었다고 모시 포기 나누듯 자식새끼 나눠 보내고 모시송편 하나 배불리 먹이지 못한 서러움에 모시 꽃으로 다시 피는 어머니의 청춘이여! 모시 올 사이로 살아생전 모시 적삼 입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한산으로 시집온 할머니는 태모시를 앞니로 쪼개는 일이 하늘빛을 쪼개는 일이라고 믿으시며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가난에 침을 바르고 민둥산처럼 반들반들해진 쓰리디쓰린 무릎을 곧추세우고 그저 운명처럼 한세월을 사셨다. 그랬어도 가난은 모시 광주리에 쌓인 실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고 차라리 모시 방 뜬소문들은 7월에 더위를 한바탕 웃음으로 식혀주었다. 온몸을 사르며 밤낮으로 번지는 통증을 뒤로하고 가마솥에 모시풀을 찌고 솥이 작으면 모시풀 키만큼 비닐로 칭칭 감아 찌고 삼기를 한나절, 삶은 모시풀을 빨랫줄에 널고 속 껍질을 벗겨내고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장독대에 침 마르기 전에 다녀올게요.” 며칠 전 아들 집에 오신 어머니를 혼자 집에 모셔두고 아내와 내가 출근하며 어머니께 드린 말씀이다. 왜 이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을까? 문득 내 나이 열 살 무렵의 이야기들이 바로 엊그제 일처럼 떠오른다. 어느 여름날 장에 가시는 어머니를 따라가려고 칭얼대는 나를 달래시려고, 장독대의 큰 호박돌에 침을 뱉고 기다리면, 그 침이 다 마르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하시면서 장으로 향했다. 난 장독대 곁을 떠나지 못하고 언제 침이 다 마를까 눈이 빠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장독대 옆 분꽃 잎사귀가 더위에 축 늘어지고, 내가 몇 번이나 다시 뱉은 침이 다 마를 때에야 집에 돌아오셨다. 모든 것이 궁하던 어린 시절, 시장에서 돌아온 어머니의 모습보다 더 반가운 것은 장에 다녀온 어머니의 시장바구니였다. 어머니는 어려운 살림에도 한없이 기다렸던 아들 생각에 상처 난 과일 몇 알이라도 잊지 않고 사 오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그 상처 난 과일 몇 알을 사 오셨을까? 생각할수록 가슴이 메어 온다. 이제 90을 바라보시는 어머니는 그 옛날 내가 어머니를 그렇게 기다렸던 것처
국립생태원~동서천IC 등 2개소 국도 건설공사가 7월에 준공된다. 이 중 1개소인 마서면 송내리에서 도삼리까지 2.7㎞ 국도 21호선은 4차로 확장 공사가 막바지에 들어섰다. 이 확장 공사는 국립생태원 방문을 위해 차량이 몰리면서 지속되는 병목현상과 교통혼잡이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고자 서천군이 정부에 건의해 시행된 사업이다. 또한 국도 4호선과 21호선이 교차하는 송내교차로에서 장항읍 진입도로 역시 생태원을 방문한 관광객이 장항읍 시가지 진입을 원활하게 주행하도록 확장 공사를 시행해 완공됐다. 이는 증가한 교통량과 병목현상 등의 해소로 양질의 교통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고무적인 사업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도 4호선 송내교차로에서 장항읍과 국도 21호선 방향으로 진입하기 위해 조성된 회전교차로가 대형 교통사고 유발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이곳을 이용하는 차량 운전자들이 습관적으로 국도 4호선에서 21호선에 진입 시 이용하던 기존 도로가 폐쇄돼 혼란을 겪고 있지만, 고작 교차로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이 전부다. 기존 도로 폐쇄는 국토교통평가위원회에서 교통안전에 저해되는 위험한 진입도로로 판정해 장항읍에서 서천읍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