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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수용 쓴소리> 김명수의 거짓말을 감싸는 자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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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나온 날, 방송 패널 A의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변호사인 패널 A는 드러내놓고 여권을 지지하는 이였다. 

그날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 뒤였다.

스튜디오로 A와 B를 패널로 초청해 남녀 뉴스 진행자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언급한 녹음파일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그 전날,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와 대화 중에 탄핵이라든가, 정치권 얘기를 들먹이며 사표수리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말했던 사실이 뒤집히는 녹음파일이 공개된 뒤였다.

패널 A의 대답은 기가 막혔다.

A는 "대법원장의 녹음 내용을 보니, 문제 될 게 없더라. 국회에서 탄핵얘기가 나오니까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게 뭐가 문제냐"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대법원장과 대화 내용을 녹음한 임성근(부장판사)이가 문제 아니냐"고 했다.

한 뉴스 진행자가 "공개된 녹음파일을 보니, 구체적으로 탄핵이 국회에 상정되기전의 일이고, 정치적 상황 등을 살펴야 한다고 사법부 수장이 말한 것은 3권 분립 체제에서 사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살핀다는 해석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A는 대답이라고 내놓은 말이 "3권분립이 왜 훼손되는 발언이냐. 법관 인사권을 가진 수장이 정치권에서 탄핵얘기가 흘러나오니까 정치권 상황을 고려하겠다며 사표수리를 거부한 건데"라며 우겼다.

B 패널의 답변은 180도 A와 달랐다.

B는 "김 대법원장이 '내가 사표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라고 언급한 말한 대목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고 일어난 것이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라는 것이 '사법농단'의 핵심이지 않느냐"라며 "사법부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저렇게 된 게 아니냐"고 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의) 이러한 발언 자체가 대법원장이 외부로부터 사법부 독립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A패널은 "대법원장이 사표수리를 했다가 (더불어)민주당이 탄핵하려는 사람을 왜 사표처리했느냐고 질타가 쏟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거부한 것"이라고 거듭 대법원장을 감쌌다.

그는 "이를 왜 녹음했는지, 무엇에 쓰려고 녹음했는지 그게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귀가 의심스러웠다.  이래서 국론이 분열되는 것 아닌가 했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지켜야할 사법부, 사법부 수장이 국회 눈치나 보고 대법원의 공식 입장문조차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 큰 충격이었다.  

그러자 B패널이 "본질이 그게 아니지 않느냐, 무조건 대법원장을 두둔하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혼란스럽지 않느냐. 대법원장이란 분이 정치권 눈치를 보고 고위법관의 사표를 거절한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해야 하지 않느냐"고 A를 반박했다. 

그중에 여권을 의식해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꺼린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리더십의 위기까지 자초했다. 

임 부장판사의 탄핵 반발과 김 대법원장의 실책이 맞물리면서 사법부 신뢰를 둘러싼 논란은 정국의 이슈로  작용했다.

재판 할 사건도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컴퓨터 추첨으로 재판부를 지정하며 중립을 외쳐온 사법부인데, A와 같은 패널의 논리는 양승태사법농단과 무엇이 다른가.
  
법의 정의를 앞세워 재판을 하는 법관들이 의심스러웠다.

뿐만 아니다.

5일 아침 일부 조간은 임성근 부장판사의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이 본질인데, 대법원장의 국회 눈치보기와 거짓말만 부각시킨다는 보도도 있었다.

시각에 따라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배고파서 여러차례 빵을 훔친 절도범의 범죄보다, 10계명을 지키기를 외치는 성직자의 절도는 같은 절도지만, 성격이 다르다.

3권 분립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상호 감시견제가 강조되는 시점에 사법부가 입법부인 국회, 특히 여당의 임 부장판사의 움직임에 넙쭉 동조하면서 감시와 견제가 가능할까.

힘 없는 서민들에게는 법조문을 죄다 끌어모아 중형을 하면서, 권력앞에서 절절매는 모양새가 아니고는 무엇인가.

더구나 어떤 외압과 심지어 탄압도 막아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할 대법원장의 이 편파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언행을 어떻게 봐야할 지 한심스럽다.

대법원장은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 5월 22일 대법원장과 면담하기전 사직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의 표명이 받아들이지 않자 대법원장을 면담했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판사들이 10년, 20년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면서, 그는 불과 수개월 전의 일이라기억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사과를 했다.

사법부의 불신은 바로 김명수 대법원장의 언행과 거짓말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법개혁을 주도하겠다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김 대법원장의 사표수리 거부는 여러갈래 해석될 수 있다.

그 하나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쏠릴 정치권의 비판을 우려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막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법원 내부에선 대법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해 공개한 임 부장판사의 행위를 놓고도 곱지않은 시선이다.

임 부장판사 측은 내용을 기억하기 위한 차원의 녹음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탄핵 위기를 피하기 위해 계획적인 행보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어찌됐든, 여권에 편향적인 언행의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여러모로 심각한 사법부를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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