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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폭우, 수재민 모두 다시 일어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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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그리고 지난 18일 오전에도 내 고향 충청을 비롯해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폭우로 많은 분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습니다.

 

특히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매년 이런 일을 겪습니다.

 

이를 겪을 때마다 참 무력감을 느낍니다.

 

저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여러 번 읽었던 책 한 권을 펼쳐 들었습니다.

 

로마의 귀족 보에티우스가 쓴 ‘철학의 위안’입니다.

 

평생을 화려하게 살다가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사형 판결을 받고 옥사한 사람입니다.

 

이 책은 그가 옥중에서 자신의 급전직하한 삶을 돌아보며 쓴 책입니다.

 

보에티우스는 운명의 속성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너를 슬픔과 절망의 수렁 속에 던져 넣은 것은 무엇인가? 운명의 여신이 너를 배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변하는 것이야말로 운명의 정상적인 행위이며 그녀의 참된 본성이다.’

 

‘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부유한 자가 억제할 수 없는 황금 욕으로 인해 부를 아무리 많이 거두어들인다 할지라도 그는 날마다 마음을 갉아먹는 근심과 더불어 살 것이며, 그가 죽게 되면 변덕스러운 그의 재물은 그를 저버릴 것이다.’

 

‘높은 지위’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되면 그 지위가 그를 명예와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사실은 그 반대이다. 높은 지위는 그들의 사악함을 제거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드러낸다. 만일 그들이 높은 지위에 올라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저열함은 덜 드러날 것이다.’

 

보에티우스는 ‘권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시라쿠스의 왕 디오니시우스는 부하 한 사람이 그에게 왕좌의 부유함과 행복에 대해 과장되게 말하자 화려한 향연에서 머리카락 한 올로 칼을 매달아 놓은 다음 그를 그 밑에 앉아 있게 함으로써 왕좌의 두려움을 일깨워 주었다. 왕들은 근심으로부터 해방되어 살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권력을 탐하는 것이다.’

 

그는 ‘명성’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떤 사람이 큰 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웃 지역의 사람들은 그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평판을 얻는 것은 우연한 일이며 그 평판은 언제라도 잃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육체적 쾌락’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육체적 쾌락을 즐거움의 원천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육체적 쾌락은 종종 큰 질병과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쾌락의 끝이 슬픔이라는 것은 방탕함을 회상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보에티우스는 이 모든 것을 ‘거짓 행복’이라고 규정하고 ‘진정한 행복’은 철학자들이 추구하는 최고선(Supreme good)이라고 결론짓습니다.

 

최고선은 소크라테스가 주창한 이래 그리스, 로마 철학자들의 지향점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지점에 도달한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보에티우스의 결론에 대해 답답함을 느낍니다.

 

옥중에 갇힌 보에티우스에게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그는 정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고선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정신적 승리의 도피처로 삼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지적인 최고선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결론을 대단히 높이 존중하지만,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또 저는 뮤지엄산에서 현재 전시 중인 ‘안도 타다오의 청춘’전이 생각났습니다.

 

전시장 초입에는 모형 푸른 사과 2개와 함께 사무엘 울만의 시가 적혀 있었습니다.

 

제목은 ‘안도 타다오의 청춘’ 2019년 작입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는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익히 아는 시지만 오늘 아침 이 시를 읽어 보니 다시 용기가 생깁니다. 제가 요즘 의지, 상상력, 열정이 식어가고 있었는데 내면에서 다시 불길이 서서히 타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딛고 있는 발판이 허물어 내릴 때도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을 부여잡고 있으면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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