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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인은 보스가 아닌 민의의 대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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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바다에서는 유능한 선장이 나오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배를 삼킬 듯한 산더미 같은 검은 파도가 들이닥치는 비바람 속에서야 능력 있는 선장이 나온다.


나라도 위기에 빠졌을 때, 진정한 리더가 나오는 법이다. 옛말대로 난세에서 영웅이 나온다. 


하지만, 난세에는 비단 영웅만 나오는 게 아니라, 간신도 나온다. 영웅들이 무용담이 눈부셨기에 간신들의 존재가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이다.


중국 고사에 이런 얘기가 있다. 송나라 때 간신의 무리를 대표하는 가사도(賈似道)란 인물이 있었다. 


그에게는 배다른 누이가 황제 이종(理宗)의 후궁이 됐다. 그 누이는 미모가 빼어나고, 영민해 입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종의 총애를 얻어 귀비(貴妃)로 봉해졌다.


그녀는 현명하고 덕이 깊어 황제의 총애를 얻자, 그에게 과장하여 말한다. 가사도의 재능이 출중하고, 지혜롭다고 고하여 기용해 줄 것을 청했다.


사랑에 빠진 이종은 시비를 가리지도 않고 곧 가사도를 중용했다. 감히 누구도 ‘안 된다’라고 말하는 이가 없었다.
가사도는 누이 덕에 출세 가도를 달려 마침내는 승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더니 그는 이종에 이어 도종(度宗), 공제(恭帝)의 3대에 걸쳐 황제 곁에서 권력을 누린다.


이를 소개한 중국 리정이 쓴 ‘권력의 숨은 법칙’에는 가사도가 무덕(無德), 무공(無功), 무재(無才)한 빈 그릇이었다고 소개한다.


심신이 편해진 그는 큰 건달의 습성이 살아나 도박과 여색만 즐겼다. 유람선은 서호(西湖)에서 규모가 가장 컸으며, 그가 거느린 가희의 수만 수천 명이었다고 한다.


야밤에 서호에 가면 등불의 밝기만으로도 그의 거처를 알아낼 정도였다. 


그가 권력을 쥔 뒤, 조정에는 부패 탐욕 뇌물수수, 매관매직 등 온갖 비리가 성행했다. 그의 집에는 관리가 되고 싶어 하는 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 무렵 징기스칸의 손자 몽케(蒙哥)가 세 갈래의 길로 남송을 침공했다. 


가사도는 우승상 겸 추밀사의 자격으로 군사를 이끌고 출정했다. 그러면서 전권을 휘두르며 나라를 그르쳤다. 황제에게 허위로 전공(戰功)을 보고하면서 자신의 세력만 키워나갔다.


불량배 출신인 그에게 전술이나 지휘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전쟁을 치를 용기가 있으리 만무했다. 


그는 몽골군이란 이름만으로도 겁을 집어먹었다. 쿠빌라이(황제 몽케의 동생으로 후에 5대 황제)가 양주를 공격해오자 급히 사신을 보내 화친을 청했다.


그러나 몽골군은 협상을 거부하고 양주로 진격했다. 결국 가사도의 빈 그릇 같은 능력과 허세에 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중국의 장개석. 모택동, 등소평, 장쩌민, 시진핑 등 근래의 국가주석들은 모두 이 고사를 담을 책을 즐겨 읽었다. 


최고 통치자가 인재를 고르고 골라 등용하고 아낀 이유는 자신의 천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서기 290년쯤 있었으니, 1700여 년이 지난 얘기다.


최근 서천군의회 이지혜 의원의 ‘갑질’ 더 나아가 정치 보스의 행태를 보인 점은 서천군민은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스럽다. 


지난해 우리 군민은 지방선거를 통해 군민의 대변자를 새로 뽑아 군의회로 보냈다. 특히 젊은 정치인인 이 의원을 선택한 군민의 기대는 남달랐다. 


물론 군민이 신이 아니기에 이성적인 판단을 벗어나 종종 자신의 감정과 주관에 따라 선택한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사도 같은 무뢰배에다, 무덕(無德), 무공(無功), 무재(無才)한 인물은 아니길 기원했다.


작금에 보여준 이 의원의 정치 보스 행태를 보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오죽하면 함께 의정활동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의회 사무과 직원들이 ‘서천군의회 이지혜 의원의 갑질에 관한 입장’의 글을 올렸을까.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정당이나 학연. 지연, 혈연이 아닌 인물을 보고 뽑자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를 선택해야지, 정치 보스를 뽑아서는 안 된다. 


리더는 나를 따르라며 사회의 어려움을 솔선해 푸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위기를 슬기롭게 이기기 위해 함께 미래로 가자고 외친다. 


정치 보스는 그 반대다. 우선 사리사욕, 이해타산이 먼저다. 당신들이 하라고 외치는 자들이다. 


나라와 사회는 강 건너 불구경하며 남의 탓만 한다. 이것은 상대의 잘못이며, 그 잘못의 책임은 상대에게 있다고 우긴다. 탐욕, 막말, 오만, 독선, 탈법, 무례, 무능, 무책임이 정치 보스의 상징이다. 


따라서 정치인은 보스가 아닌 민의의 대변자로 인정받기 위해 무난히 노력해야하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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