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 [서천 문단(文壇)] 기다림, 그 애잔함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장독대에 침 마르기 전에 다녀올게요.” 며칠 전 아들 집에 오신 어머니를 혼자 집에 모셔두고 아내와 내가 출근하며 어머니께 드린 말씀이다. 왜 이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을까? 문득 내 나이 열 살 무렵의 이야기들이 바로 엊그제 일처럼 떠오른다. 어느 여름날 장에 가시는 어머니를 따라가려고 칭얼대는 나를 달래시려고, 장독대의 큰 호박돌에 침을 뱉고 기다리면, 그 침이 다 마르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하시면서 장으로 향했다. 난 장독대 곁을 떠나지 못하고 언제 침이 다 마를까 눈이 빠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장독대 옆 분꽃 잎사귀가 더위에 축 늘어지고, 내가 몇 번이나 다시 뱉은 침이 다 마를 때에야 집에 돌아오셨다. 모든 것이 궁하던 어린 시절, 시장에서 돌아온 어머니의 모습보다 더 반가운 것은 장에 다녀온 어머니의 시장바구니였다. 어머니는 어려운 살림에도 한없이 기다렸던 아들 생각에 상처 난 과일 몇 알이라도 잊지 않고 사 오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그 상처 난 과일 몇 알을 사 오셨을까? 생각할수록 가슴이 메어 온다. 이제 90을 바라보시는 어머니는 그 옛날 내가 어머니를 그렇게 기다렸던 것처
- 조효정 수필가(구세군 사관 은퇴 후 귀촌)
- 2024-06-02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