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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쓴소리 칼럼] 김영환·홍준표 지사, 억울해선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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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일부 시도 지사들의 잇따른 수해 관련 언행에 ‘오만함의 극치’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충청권·영남권에 많게는 1주일 넘는 이번 집중 폭우 때, 일부 지사의 언행은 여러 날이 지났으나 비판받기에 충분해서다.

 

사과도 했고, 유감도 표명했지만, 수재민과 국민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집중 폭우 수재민 위로차, 현장을 찾은 국민의힘 김모 국회의원이 ‘사진이 잘 나와야 할 텐데’라고 했다가 중징계받았다.

 

올봄 잇단 대형산불 때도, 일부 지사들의 골프 연습이나 골프 회식설로 구설수에 이어 이번 역시 공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저런 구실을 둘러대고 사과하고 변명하지만, 국민의 분노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물난리에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과 생계를 하루아침에 씻겨버린 수재민의 망연자실한 눈물과 한숨을 생각해 보라. 그 수재민이 내 형제요, 이웃인데 내 가족이 아니라고 그런 언행을 할 수 있나.

 

김영환 충북지사 발언이 우선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일 충북 도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에게 사과는 했으나, “거기(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내가)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은 ‘김영환이 우리 유족을 두 번 울렸다’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왜냐면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충북도·청주시 등의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나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누가 뭐래도 재난 지휘 본부 역할을 했어야 하는 책임자인데도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그는 “골든 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고, 임시 제방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처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것은 또 있다. 그는 그러면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김 지사 본인이 가장 큰 책임자인데, 참사 책임을 누구에게 또 하급자에게 지우겠단 말인지 되묻고 싶다.

 

거듭 말하지만, 참변을 막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관할 떠넘기기’와 무대응으로 아까운 시민의 죽음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김 지사는 참사 당일인 지난 15일 사고 발생 1시간 뒤에 보고받았는데도 오송 현장이 아닌 괴산댐으로 출발했다.

 

그가 참사 현장에 왔을 때는 참사 후 몇 시간이 지난 오후 1시가 넘어서였다. 이범석 청주시장 역시 김 지사보다 더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그런 그가 지난 21일 충북 도청 홈페이지에 “참으로 슬프고 참담한 심정"이며 "도지사로서 깊은 애도와 함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그뿐만 아니다. ‘수해 골프’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대구시장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대선주자급 홍 시장에 대한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시작한 상태다.

 

홍 시장은 집중호우 탓에 경북지역에 산사태가 났던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 라운딩했다.

물론 홍 시장의 말마따나 경북 예천 등에서 참사가 났지 골프를 친 그날 대구에는 이렇다 할 큰 피해는 없었다.

 

비판이 들끓자, 그는 인터뷰 및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항변했다.

 

그는 “주말에 골프를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 “공직자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며 되받아쳤다.

 

국민적 비판 여론이 더 커지자 지난 19일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리강령은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가 벌어졌을 때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힘 소속 일부 시도지사의 언행은 곧 오만이 아니고서는 뭐냐 말이다.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시·도정 잘 이끌 테니 표를 달라며 겸손한 듯한 그 말투들은 대체 다 어디 갔나.

 

이들도 과거 여느 정치인들처럼 이제 화장실을 다녀왔으니, ‘내가 누군데?’하는 건가. 우스운 일은 이들 중에 사실 보도, 비판 보도, 지방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자숙할 생각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못된 정치인들이 목에 힘을 주고 걸핏하면 법적 대응이니, 강경 대응이니 하며 소인배 같은 꼴을 연출하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과거 정권부터, 3.9 대선을 통해 갈라진 편 가르기, 선출직들의 배신감, 여야 정쟁, 하루하루 팍팍한 삶에 지친 국민을 다독이고 섬겨야 한다. 당당함이야 나무랄 수 없지만, 국민 앞에 더 겸손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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