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정치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아집과 만용 그리고 여·야간 상대방 흠집 잡기로 일관하며 마치 극한 대립이 정치의 미덕인 것처럼 보이면서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설명과 설득보다는 변명과 항변을 위한 사례들만 나열하면서 자신들을 합리화하기에만 급급한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이다.
최근 서천군 행정 조직개편을 위한 조례개정 추진과정에서 서천군이 보인 태도 또한 우리나라 정치의 잘못된 폐단을 답습하려는 듯하여 안타깝다.
군청창설 후 최대규모의 조직개편안을 수립하면서 행정의 수요자인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서천군은 타 지자체의 전례가 없다고 했다.
대규모 행정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지방의회 및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한 사례는 있다.
입법 예고 20일이라는 법정기한을 예로 들며, 타 지자체의 경우 5일의 입법 예고 운운한 것은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는 대통령령에 따른 규정으로 주민 생활과 직결되지 않는 조직개편의 경우 20일의 입법 예고 기간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서천군이 그간의 행정조직을 실·과 중심 체제에서 국·과·담당관 체제로 전환하면서, 부서 배치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행정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조직 재배치의 경우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최초 계획단계에서부터 공개된 석상에서 관련 단체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타 지자체의 선례 등을 참고했어야 했다.
이것이 바로 농업정책과와 농업기술센터의 통폐합 안(案)이다.
서천지역은 전통적인 농업 기반 사회로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주민 생활에 직결되는 농정과와 기술센터의 통폐합은 중요한 사안이다.
서천지역은 바다를 접한 지리적 특성상 수산업이 발달하였다고는 하나, 서천군 산업경제의 기본은 여전히 농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서천군 산업경제의 근간인 농업정책을 시행하는 농업정책과는 신설되는 경제산업국에 편제되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
어찌 되었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서천군의 행정조직개편안은 입법 예고 절차에 들어갔다. 이제 입법 예고 과정에서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이 도출될 것으로 본다.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주요한 사안인 농정과와 기술센터의 통합안은 농·축협은 물론, 각종 농민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개인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이 제출될 것이다.
이제 입법 예고 절차를 마치고 주민의 다양한 의견이 제출되면, 서천군은 군의회에 조례개정안을 제출하기 전 행정의 공급자 관점에서 편견에 사로잡혀 잘못된 판단을 하지는 않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제는 사전에 군민과 의회를 충분히 설득하고, 수요자 중심 원칙에 따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행정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도출해야 한다.
행정조직에 관한 권한과 인사권은 군수의 고유권한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권한은 군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