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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뽑을 놈이 없다”라는데…저들끼리 우물 안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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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를 1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지역 정가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번 선거는 정말 뽑을 놈이 없다”라고 지적하는 군민들이 많은데, 후보들은 저들끼리 우물 안 개구리 경쟁을 펼치느라 이 같은 지적을 듣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지러운 지역 정가를 살펴보면, 유권자들이 투표할 후보들의 30%에게서 전과 기록이 확인됐고, 군수 후보들은 TV 토론 참석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또, 오랜만에 정가에 전해진 미담 소식에 사실 확인도 없이 네거티브 선전을 가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경선 후 후폭풍으로 탈당,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는 후보들도 속출했다.


먼저, 유권자들이 투표할 후보들의 30%에서 전과 기록이 확인됐다. 도의원 비례대표를 제외한 27명의 후보 중 8명에게서 전과 기록이 확인된 것이다. 폭력, 모욕 등 전과 5범의 후보가 출마하는 한편, 뇌물수수로 징역을 살다 온 후보로 있다.


CMB 충청방송 서천군수 후보 토론회를 놓고서는 김기웅 후보가 불참을 통보하자 유승광 후보는 “김기웅 후보가 무능을 숨기려고 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김기웅 후보는 “유 후보는 근거 없는 네거티브를 중단하라”라고 맞선다.


최근 지역 정가에 훈훈한 선거 문화를 전한 강신두, 김경제 전·현직 부의장이 정치 후배들에게 ‘가 번’을 양보한 소식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도 없이 ‘정치적 쇼’라며 막무가내식 비판을 가한 이도 있었다.


서천지역 국민의힘 진영은 경선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군수, 도의원, 비례대표 등 경선 결과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후보들은 각각 원팀 거부, 탈당, 무소속 출마 등을 감행하고 있다.


이런 어지러운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정당, 후보, 선거에 관심을 가질 수나 있을까.


정치인들에게 요즘 ‘정치’라는 단어가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아냐고 묻고 싶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라는 단어는 권력, 지위, 이권 획득을 위해 선동, 날조, 분탕 등을 하는 경우에 쓰인다.


다수가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고 원하는 바를 쟁취했을 때, 사실 여부를 떠나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것이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라는 단어의 정의다.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정치라는 단어가 이렇게 쓰이는 세태가 부끄럽지 않은지.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정치’를 이렇게 인식하는 것이다.


선거에 대한 지지는커녕 표심을 버리고 정치에서 눈을 떼버리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저분한 곳을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심각하게도 “이번 선거는 정말 뽑을 놈이 없다”라고 지적하는 군민들이 많다. 각 후보가 외치는 정책, 구호, 선전이 유권자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는 뜻이다.


후보들이 들어야 할 목소리는 열성 지지자들의 찬양이 아니다.


진정으로 후보들이 들어야 할 목소리는 그에게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것이다.


어떤 점이 서운했는지, 어떤 점이 미비했는지, 어떻게 해야 좋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바른 정치인의 모습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찾아가고 질문을 던지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미움 사는 곳에 제 발로 찾아가는 인물은 성인군자나 책 속의 이야기에서나 보아왔다.


그러나 ‘서천을 살리겠다. 뒤바꾸겠다.’,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겠다.’, ‘경제를 살리고 새바람을 일으키겠다.’, ‘살맛 나게 하겠다.’라는 등 당찬 포부를 외치며 출마하지 않았던가.


입바른 헛구호였다면 지금이라도 출마를 포기해 유권자들의 눈을 흐리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각 후보는 저들끼리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경쟁에서 벗어나 ‘뽑을 놈 없다’라는 군민들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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