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장항 제련소 굴뚝을 바라보며 - 충남 서천군 장항읍 화송길 어느 민족에게나 때때로 비 오는 날도 있고 어둡고 음산한 날은 있다. 어두운 역사 속의 나날들은 항상 비가 오고 어둡고 음산하게만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긴 시간 속의 잠시일 뿐이다. 비바람이 불고 비 온 뒤에 따라오는 것은 무지개라는 희망이 있다. 음산한 역사 위의 무지개는 더욱 찬란하기 마련이다. 중국의 노신(魯迅)은 <생각컨데 희망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고도 또한 없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은 것이다.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다. 걷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9년 7월 5일 오후의 시각은 이미 16시를 넘고 있었다. 장항 해송림숲에 들기 위하여 내딛은 발걸음은 장항제련소 굴뚝을 바라보며 이어졌다. 동행인으로부터 장항신어선물량장의 풍광이 아름답다는 말을 귀담아 듣고 방향을 돌리고 만 것이다. 결국 장항 해송림숲의 방문은 뒤로 미루게 되었다. 장항신어선물량장으로 가는 길은 장항도선장에서 바다쪽으로 건설된 쭉 뻗은 4차선 도로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장암진성(長巖鎭城)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마음은 또 변하였
013. 해 뜨고 지는, 마량포구(馬梁浦口)에서 포구의 안온과 휴식과 더불어 간간히 밀려오는 이웃의 웃음소리와 갈매기의 끼룩거리는 소리가 만찬을 준비하려는 듯 바쁜 아낙의 손길처럼 따뜻하게 들려온다. 아, 이 아름다운 포구의 정경(情景)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그리움이란 그리움을 모조리 끌어 안겨주는 듯 삶의 향기를 북돋워주면서 가슴 설레게 한다. 마량 포구의 푸른 물결은 끝없는 이랑을 만들어대고, 힘찬 바다 물이랑은 하늘 높이에서 푸르름을 끌어내려 한 몸을 이루더니 마침내 갈매기의 흰 날개 빛으로 바다와 하늘 사이를 활기차게 한다. 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바다를 향해 달린다. 길은 군도 5호선, 2011년 국토해양부 선정 한국의 경관도로 52선 중 ‘낙조 감상하기 좋은 해안길’로 선정된 그 도로 위를 가볍게 달린다. 이미 낙엽으로 변해버린 잎을 다 떨어뜨리고 매끄럽고 깔끔하게 돋보이는 나무결과 바다를 곁눈질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달린다. 모름지기 해안도로를 달릴 때는 갑자기 속도가 줄어든다. 넘실대는 푸른 파도가 이랑이랑 넘실대고 있으며, 저 멀리 작은 섬의 아리아리한 모습은 무한으로 눈길을 잡아놓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파도와 함께 춤을 추는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이번 sbn뉴스-젊은서천의 주인공은 김종면(63) 오창건설(충남 서천군·읍 소재)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어려운 이웃을 방문해 지붕수리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횟수는 11번으로 1년에 한 번 정도 지붕을 고쳐준 셈이다. 한 집 지붕을 고쳐주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1천만 원 선으로,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 원 까지 든다고 한다. 열여덟에 아버지에게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종면 대표는 올해 63세로, 어느새 45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 됐다. 지붕을 만들고 주방 후드를 설치하는 등 지붕계통 일만 해왔다고 한다.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우리 집에 잠깐 일을 다녔던 사람이 있는데 형편이 어려워 지붕을 못 고치고 있기에 그냥 해줬다”고 말했다. 오래 다녔던 직원도 아니란다. 일용직 같이 조금 다니다 그만 둔, 잠깐 거쳐 간 직원이라고 했다. 그는 봉사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은 듯 했다. ‘왜 봉사하냐’라는 질문에 그저 “딱한 집이 많잖아. 내가 원래는 잘 살지 못했어”라는 두 마디 답을 내놨다. 김 대표는 힘들고 어렵게 살아도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집이 있다며 “집이 동생
012. 비인면 선도리 당산을 찾아서 - 충남 서천군 비인면 갯벌체험로572번길 18-2 (선도리 399) 저 당산바위의 소나무 세 그루는 부부로서 혹은 외동이로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제공하여 주고 있기 때문에, 부부는 부부로서, 외동이는 외동이로서 삶의 방향을 바로 하여 전범이 되는 가족의 모랄(Moral : 인생이나 사회에 대한 정신적 태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19년 10월 31일 목요일.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간밤에 인터넷을 통하여 ‘당산의 일몰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읽고 난 뒤에 다시 가고 찾고 싶은 곳은 다름 아닌 ‘선도리 당산’이다. 그러나 당산의 일몰이 아름답다 하여 일몰을 보고자 찾는 것은 아니다. 그냥 다시 보고 싶다는 것일 뿐이다. 당산을 처음 찾았을 때는 9월 19일 역시 같은 목요일이었으니 이미 한 달도 더 된다. 그때의 그 가슴 벅찬 느낌은 좀처럼 잊을 수가 없었고, 다시 찾아가는 것 또한 처음 찾았을 때의 그 느낌 그대로 되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아무튼 서천읍을 빠져나와 군도 5호선을 타고 해안으로 달린다. 배롱나무가 점점 가을을 한껏 모아 가는지 하나 둘 낙엽으로 날리는 품이 조금은 안타깝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2019희망콘서트-애수와 정열의 아코디언’ 무대가 오는 30일 오후 3시 충남 서천군 문예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이번 sbn뉴스-젊은서천에서는 이 무대를 기획한 (사)한국생활음악협회 서천지부장이자 아코디어니스트인 정인숙 씨(이하 정 지부장)를 만났다. 현재 서해대학교 음악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 지부장은 남부대학교 대학원 실용음악과 석사 학위와 러시아국립 그네신·쉬닛케 음대, 이태리 팔레스트리나 음악원 디플로마를 가지고 있다. ◇아코디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원래 피아노를 했었다. 그러다 ‘언제까지나 젊을 수는 없는데, 어떤 음악을 해야 내가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럿이 함께 음악을 즐기고 싶었다. 어르신들과 음악을 즐기고 싶었다. 재능기부도 하며 행복한 노후도 보내고 싶었다. 아코디언이 딱이었다. 그렇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피아노는 움직이며 연주할 수 없는 정적인 악기다. 한 군데서 밖에 못하기도 하고, 소수 인원끼리 밖에 못한다. 반면 아코디언은 휴대하기 좋아 어디서든 할 수 있고 연주하며 움직일 수도 있다. 가격으로 봤을 때 아코디언이 접근하기 쉬운 악기는 아니다. 입문자용도 7~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 서천군장애인역도부 소속 황재권(서천고1) 선수를 발굴하고 지도한 심다영 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황재권 선수는 지난 10월 서울올림픽경기장에서 열렸던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도 -85kg에 출전해 스쿼트 215kg, 데드리프트 215kg의 기록으로 각각 은메달을 획득, 종합 430kg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황 선수가 들어올린 430kg이라는 무게는 대회신기록이자 한국신기록이다. 그리고 이 대회까지 황 선수의 역도훈련경력은 7개월에 불과하다. 이번 sbn뉴스-젊은서천에서는 황재권 선수의 지도를 맡은 서천군장애인체육회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 심다영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체육회 지도자로 활동한지는?=작년 8월부터다. 보디빌딩을 해 와서 주로 근력운동을 지도한다. 가르치는 대상은 다양하다. 연령, 성별 가리지 않는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주로 놀이형태의 ‘뉴스포츠’(New Sports : 대중적인 스포츠 종목을 결합하거나 변형해 만든 새로운 스포츠 *시사상식사전)를 지도한다. 가르치는 종목도 다양하다. 서천지역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지도하느라 힘들 때도 있다. 나뿐만 아니라 서천의
011. 아, 사우[四五]고개! - 충남 서천군 서천읍 태월리-화금리, 지방도 611호선 인간이 삶을 영위하고자 할 때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할 고개는 언제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수많은 사연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비록 오늘날 ‘사오고개’, 그 험하고 구불구불했던 고개는 말끔히 포장되어 지워져 버리고 겨우겨우 넘나들던 자리에는 칡넝쿨로 뒤덮여 보이지도 않지만 그 속에 ‘보릿고개’와 같은 사연들이 깊이 잠들어버릴까 봐 지극히 염려스럽다. 과거의 아픈 삶이 역사의 거대한 회오리 같은 고개 위에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많아서 넘치거나 편리해서 즐거움만 찾게 된다면 마음속에는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혹이 생기게 마련이다. 오늘도 ‘사우고개’를 넘는다. 산애재(蒜艾齋)에서 서천읍으로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사우고개, 아니 넘을 수밖에 없으며, 당연히 넘게 되는 ‘사우고개’다. 사우고개는 지방도 611호선 서문로에 위치해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천읍 태월리와 화금리 사이를 가로막는 고갯길이다. 이 고개에서 계속 올라가면 금북기맥(錦北岐脈)의 한 줄기인 태봉산(해발 90.0m)에 이르게 되고, 이에 사우고개의 높이를 대략 짐작할 수 있거니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이번 sbn뉴스-젊은서천에서는 지역주민을 위해 4년 넘게 잔치와 봉사를 이어온 충남 서천군 마서면 남전리에 위치한 장솔가든의 문오남 대표를 만나봤다. 문 대표는 지난 1일 ‘주민잔치’를 열고 4~500여 명의 주민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초청공연을 펼쳤다. ◇장솔가든을 운영한지 얼마나 됐는지?=5년 다됐다. 그전부터 30년 넘게 요식업에 종사하긴 했었다. 경기도 안양에서 5~60평대 정육식당을 운영했었고, 서천이라는 곳을 모르고 살았다. 안양에서 살 때 어려운 일이 있었다. 잘 살아보려고 투자했던 게 너무 힘들어졌다. 살던 곳이 재개발지역에 선정이 됐었다. 빚 얻어 집을 샀는데 재개발이 빨리 되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걸 잃게 됐다. 재기를 위해 학원에서 목욕탕 세신일을 배웠다. 학원에서 장항으로 취업을 시켜줬고, 그렇게 서천에 귀촌한지 11년이 넘었다. ◇4년 넘게 이어온 봉사. 고되지 않나?사실 허리협착증이 있다. 몸이 아파 힘들기도 하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날마다 병원 다니면서도 했다.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다. 여전히 경제적으로 힘든 점도 있다. 하지만 한 번 해야지 마음먹은 것은 해야 마음이
010. 봉서사(鳳棲寺)를 찾아서 - 충남 서천군 한산면 건지산길 122 2019년 10월 17일 목요일 오후. 산애재(蒜艾齋)를 나선다. 가볍게 마음을 모은다. 마악 대문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툭, 하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대문 곁의 잔디 위에 붉은 감 하나 떨어져 있다. 유난히 붉은 감이다. 이미 떨어진 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붉어질 대로 붉어진 감일수록 쉽사리 낙하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익을 때가 아닌데 익어버려 통째로 떨어져버리는 붉은 감알, 성급하게 삶을 마감한듯하여 안쓰럽기도 하다. 대부분 익지 않은 감들은 그대로 감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으면서 서서히 익어간다. 익을 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때마다 감나무 가지는 지상을 향하여 공손히 고개를 늘어뜨린다. 산애재를 빠져나와 가을 들판을 가로지른다. 그야말로 황금물결이다. 태풍과 당당히 맞서 이겨낸 벼일수록 꼿꼿이 서서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런 벼일수록 더욱더 짙은 황금물결을 이룬다. 승용차의 핸들을 이리저리 꺾으며 달리는 마음에 풍요가 넘친다. 그동안 농부들의 발자국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으면서 오늘날을 기다려 왔을 것인가. 농부들의 발자국 소리가 황금물결을 이르고 있다.
009. 마산면 새장터 3․1운동 기념탑 앞에서 3·1 독립 선언은 우리 민족의 독립이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단계라고 말한다. 신분과 계층, 이념과 사상, 종교가 다르더라도 우리 민족은 오직 독립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초개와 같이 버리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리도 바랐던 민족의 해방 이후에 마주한 민족의 또 다른 고통, 곧 분단과 전쟁, 오랜 대립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를 극복해야 하고, 우리의 진정한 의미의 한반도 평화를 이루어낼 것인가. 2019년 9월 26일 목요일 오후 날씨가 무척 더웠으나 하늘이 보살핌이 있었던가, 구름이 얄포름하게 끼어 있어 그다지 더운 맛이 없어진다. 좋다. 마산면 소재지를 지날 무렵 문득 ‘새장터 3․1운동 기념탑’의 모습이 떠오른다. 몇 번 그 앞을 지난 적은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볼 요량으로 승용차의 핸들을 꺾어 ‘새장터 3․1운동 기념탑’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향한다. 바로 마산초등학교 못미처에 위치해 있다. 특히 이곳에는 필자가 1979년 4월 첫 부임지로 근무한 마산초등학교 바로 곁이기 때문에 기념탑을 찾아가는데 옛 생각이 떠올라 조금은 설레기도 한다. 어떻게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이번 sbn뉴스 젊은서천에서는 충남 서천군 비인면 장포2리 청년회장을 맡고 있는 이달성 씨를 만나봤다. ◇자기소개와 청년회 소개 부탁드린다=서울로 상경해 자동차 정비 일을 하던 중 1998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홀로되신 어머니가 걱정돼 귀향하게 됐다. 그렇게 20년 동안 비인면에 살고 있고 지금은 김양식도 하고 주꾸미도 잡고 있다. 올해 1월 장포2리 청년회장직을 맡게 됐는데, 소개하자면 정회원 26명에 회장, 총무, 감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객지에 나간 청년들도 명절 때 만나 소통하고 있다. 주된 활동은 마을정화사업으로 1년에 2~3차례 풀 깎는 등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또 면민체육대회, 단오제, 풍어제 등 거의 모든 마을의 행사들을 청년회에서 주최하고 있다. 행사가 크든 작든 청년회에서 도울 것이 있으면 나서고, 같이할 수 있는 부분들에 참여하고 있다. 마을에 행사가 있으면 부녀회원님들이 특히 고생이 많으신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청년회가 마을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모두가 그냥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른들께 그렇게 보고 배웠다. 다른 동네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경사는 물
[sbn뉴스=대전] 신수용 대기자 = 충남 논산 출신인 임관혁(53‧사법연수원 26기) 안산지청장(차장급)이 세월호 참사를 재수할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았다. 특수단 수사라인에는 조대호(30기) 대검찰청 인권수사자문관(부장급), 용성진(44‧33기) 청주지검 영동지청장(부장급)의 발탁이 유력하다. 임 단장은 대전 보문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임단장은 김상환 대법관과 고교와 대학의 동기동창으로 절친으로 알려졌다. 임단장은 1997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부산지검 특수부장과 순천지청 차장검사와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을 거친 대표적인 강골 ‘특수통’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자리를 2년에 걸쳐 두 번 이나 역임할 만큼 실력파로 전해진다. 기업 비리는 물론 권력형 비리 수사에 정통한 ‘강골 특수통’으로 손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임단장등의 인선을 보니 윤석열 검찰총장의 남다른 수사의지가 어떤 지를 볼수 있다"고들 말한다. 임 단장은 6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세월호 사건에 대한 중대성은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수사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혼신의 노력을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이번 sbn뉴스에서는 삼랑 구기순 작가를 만나봤다. 석 삼(三)자에 밝을 랑(朗)자를 쓴 그녀의 호 삼랑(三朗)은 항상 밝게 살라는 의미로 스승인 석정 윤병건 씨가 지어줬다고 한다. 구 작가는 지난 12~17일 충남 서천문화원에서 ‘내 숨이 있는 곳 서천’ 개인전을 열었는데, 모두 서천에 관련한 작품을 전시하며 주목받았다. ◇서예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대학 때 서예 동아리에서 시작했고, 졸업하고 동아리 강사로 나왔던 선생님의 서실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배웠다. 지금까지 계속해오며 여러 대회에서 상도 받았고 초대작가, 심사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서예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대학에 들어갔는데 동아리는 들어가야 되겠고, 마침 서예 동아리가 눈에 들어와 하게 됐다. 서예에 대한 첫 기억은 중학교 특별활동시간에 있었던 서예부다. 말이 서예부지 붓으로 써 본 기억은 없다. 연필로 획 모양을 그리는 정도였다. ◇서천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 이유는?=개인전 전시를 기획하며 무엇을 테마로 할까 생각했는데, ‘50년 동안 나를 품어준 내 땅에 대해 너무 모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서천에 대해 공부를 하고
008. 임벽당 김씨(林碧堂 金氏)를 찾아서(下) - 충남 서천군 비인면 남당리 어지러운 시대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곧은 마음의 길을 바로 보면서 숱하게 겪을 수밖에 없는 온갖 질곡 속을 헤치며 살아가기가 얼마나 고난스럽겠는가? 인류 역사를 바꿔놓은 인류의 성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지만 역사의 흐름에서는 여전히 난세를 부르고, 고난의 역사를 펼쳐놓은 파렴치한 치정(治政)의 역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작은 개울을 건너자 곧바로 이어지는 반듯한 길, 그 끝머리에 청절사가 초여름의 햇살 아래 찬연한 모습으로 서 있다. 둘레가 환하다. 청절사(忠節祠) 위로 펼쳐진 하늘도 한결 맑아져 있다. 그러나 이마로 흐르는 땀방울은 어쩔 수 없다. 땀의 흘러내림을 손수건으로 달래고 있는데 안내판이 기다리고 있다. 충청남도문화재 자료 제 399호(2008년 4월 10일 지정). 연산군 때 연산군의 폭정을 극간하다가 교살당한 좌의정 성준에 연좌되어 유배되었다가 중종반정으로 석방되어 이곳에 은거했던 첨지중추부사 유기창(俞起昌)과 예조판서를 지낸 유여림(俞汝霖)과 선조때 좌의정으로 난을 저리하여 광국일등공신에 오른 유홍(俞泓)과 인조 때 배청파의 거목으로서 병자호란 때 척화
007 임벽당 김씨(林碧堂 金氏)를 찾아서(上)- 충남 서천군 비인면 남당리 단 한 마디 허투로 침묵을 깨뜨리지 않은 채로 꼿꼿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의 올곧은 모습이야말로 거대한 침묵의 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찍이 말하는 것은 인간으로부터 배우고, 침묵은 신(神)들로부터 배운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은행나무가 침묵으로 일관하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동안 임벽당은 그 허구한 세월 동안 말하는 것을 침묵으로 배우면서, 그 침묵으로 시를 써온 것은 아닐까. 2019년 6월 14일 금요일 오후 4시 초여름의 한낮은 이미 지났지만 아직도 여름의 더위는 그칠 줄 모른다. 너무 덥다. 초여름답지 않게 하는 것은 내리쪼이는 일찍 여름으로 찾아온 햇살 때문이다. 길거리나 산과 들에 햇살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산과 들의 초록은 아침보다 더 푸르게 짙어져 가고 있다. 그러나 거리의 그늘마저도 열기를 가득 품고 있어서 좀처럼 더위를 피할 수 없다. 훅훅 솟아오르는 열기에 부지런히 땀을 흘려댄다. 너른 주차장이라 하지만 겨우 틈을 비집고 들어가 주차해놓은 곳이라곤 뙤약볕 아래일 뿐이다. 차창을 열어젖히자 그동안 차속에서 가뜩이나 옹크리던 열기덩어리가 한꺼번에 밀려와 얼굴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