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 장항 옛 도선장을 찾아서 -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산로 여객선은 언제나 추억을 만들어 주곤 한다. 여객선 통학생은 물론이려니와 선남선녀만이 누릴 수 있는 사랑의 결실을 여객선이 또한 엮어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장항에서 배를 타고 군산으로 데이트를 하러 간 선남선녀가, 군산으로 건너가서 월명산 공원을 오르내리다가 은파호수공원(유원지)에도 산책하고, 극장에서 좋은 영화도 보고, 좋은 찻집에서 차 한 잔도 마시는 등 슬슬 시간을 끌면서 이곳저곳을 다닌다. 그러다가 그만 막배를 놓쳐버린 안타까운 행운(?)을 만난다. 끝내 막배를 놓쳐버린 그날 이후 사랑에 더욱 무르익어버린 남녀는 결국 한 가정을 이루기도 했단다. 그렇다면, 사랑을 위해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막배를 놓쳐라―, “항구에서는 오늘도 푸른 파도가 이랑이랑 넘실거리고 있고, 푸른 파도 위에서는 흰 갈매기가 너훌너훌 날개를 치고 있고, 또 그 위에는 남빛 하늘이 훤칠하니 개어 있어 하늘과 바다 사이의 청청한 공간을 어선들은 아득한 수평선을 향하여 바다로 바다로 기운차게 달려 나가고 있다.” ― 정비석의 「항구풍경港口風景」의 한 구절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새롭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28. 득음(得音)길, 대바람 솔바람 소리 - 충남 서천군 종천면 도만리 이동백의 소리길을 따라 시나대 숲은 한적하리만치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이따금 작은 바람이 스쳐 지날 때마다 추임새가 질펀하게 내려깔릴 듯하다. 지난 가을 내내 떨어진 낙엽이 푹신 쌓여있어 발걸음이 한결 부드럽다. 너름새가 분명하다. 강하고 맑은 계면조의 소리가 확실하다. 소리의 고저가 분명하고 명확히 구분하여 들려준다. 평평하게 시작하여 중간을 높이다가 끝을 다소 낮추어 끊어버린다. 판소리 중고제의 기교가 시나대숲에 살아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소리가 시나대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인가 했더니 그것이 아니요, 저만큼의 소나무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인가가 했더니 그 소리는 더욱 아니다. 소나무와 왕대숲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시나대숲에서 갈무리되다가 절로 우려내지듯 들린다. 2020년 2월 20일 목요일 오후. 아직 벽면에 매달린 달력 위에는 겨울이 머물고 있지만 지상 위에는 완연한 봄맛이다. 입춘을 지나 이미 우수를 맞기는 맞았지만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경칩을 보름가량이나 남긴 터라 포근한 봄 날씨를 보인다는 것은 그다지 탐탁치만은 않다. 하기사 ‘우수(雨水)’라는 말이 ‘눈이 녹아서 비나 물
027. 한산(韓山) 건지산성(乾芝山城)에 오르다 -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에 있는 백제시대의 산성 곧바로 몇 계단에 이어서 성벽을 타고 앞으로 천천히 오른다. 성벽은 지금 한창 지표조사 중이다. 석성(石城)의 모습을 엿보여준다. 성벽 주위에는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한편 꺾이고 토막 난 채로 썩어 뒹굴고 있다. 노송 몇몇은 불어오는 바람결에도 의연한 부답(不答)으로 묵상 중일뿐 아무런 몸짓을 드러내지 않는다. 흘러간 세월 동안 보고 듣고 느껴온 바를 아무리 몸을 흔들어 보여준다 하더라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리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생각은 곧 무념무상(無念無想) 함 일 뿐이다. 역사는 그렇게 유유한 흐름 속에서 성벽으로 견고하게 쌓여있는 거대한 돌처럼, 돌 틈에 파고들어 있는 듯 없는 듯 바짝 스며든 흙 한 줌처럼 무언(無言)으로 기록된 자취만으로 남겨진다. 2020년 2월 23일 일요일, 한산 건지산성(乾芝山)을 찾기로 한다. 이미 품속에 안겨있는 듯한 봄기운은 화창하기 이를 데 없어 온몸은 철철 온기로 넘친다. 천천히 봄을 만끽하면서 시초로를 벗어나 시초남로에 이어 화산로를 거쳐 삼일로에 든다. 부엉바위를 곁에 끼고 부드러운 바람에 출렁이는 봉
026. 풍정리 유적공원(遺蹟公園)을 찾아서 - 충남 서천군 시초면 풍정리 106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확실하게, 그리고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이다. 다만 언제 어디서 죽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태어나서 죽는다는 불확실한 시간 동안에만 사람은 생명을 가진다. 그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사람은 살아가는 길을 걸으면서 생명조차도 잃어버린 채 가장 강하다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숨을 고른다. 이것이 모든 비열한 것의 가장 큰 근본 원인이 되기도 함에도 사람은 생명을 부지하려고 하고, 또 한 생명체로서의 존재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일생을 돌아보면 ‘사람은 태어나서 죽는다’만 남는다. 사람만이 아닌 모든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는 운명이다. 2020년 2월 13일 일요일. 지방도 611호선을 따라 달리다가 문산면 소재지에서 핸들을 꺾어 시초동로를 따라 동부저수지(봉선지) 쪽으로 몇 걸음 건너니 서천-공주 간 고속도로가 보인다. IC로 닦여진 길이 고속도로와 곧장 연결되어 있으나 위협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바로 생과 사의 갈림길을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IC개통이 거부되어 있다.
장항도시탐험역을 찾아서 - 서천군 장항읍 장항로 161번길 27 장항역사驛舍가 본래의 장항선에서 벗어나 영영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가 했지만 ‘문화관광 플랫폼’이란 문화예술 소통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이름도 ‘장항도시탐험역’. 한때 장항의 발전의 초석이 되어 왔던 장항역에는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장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형성한 것이다. 따라서 옛 장항역의 겉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현대적으로 증축하고, 그 역사적 가치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재단장하는 등 장항의 옛과 오늘의 조화로움을 재탐험하고 재발견하게 하는 등 소통하는 문화예술의 장場을 이루고 있다. 장항선長項線은 조선 경남京南 철도주식회사에 의해 사설철도 노선으로 처음에는 충남선忠南線이라 불렸는데, 1922년 6월 1일 개통되면서 첫 구간이 천안역에서 온양온천역까지, 그리고 1931년 남포역부터 판교역까지의 구간이 개통되면서 전 구간이 완전히 영업을 개시한다. 오늘날에는 충남 천안시의 천안역을 기점으로 서해안을 경유하여 전북 익산시의 익산역을 종점으로 하는 한국철도공사의 철도 노선이 된다. ‘장항선’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서천군 장항읍에 위치하였던 종착역인 장항
024. ‘상굴앞 풋농사’라는 말을 아시나요? - 시초면 태성리와 신곡리 사이, 풋농사의 현장을 찾아서 물 흐름이 정조情調하여 변함이 없고, 본래부터 기름진 농토라서 농사 걱정 전혀 없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푸른 들녘을 바라보면서 미리부터 풍년가를 준비해오던 곳, 농민들에게 다른 고장 어느 곳보다도 풍년을 먼저 예약해주곤 하던 상굴앞 너른 들녘이 그만 청천벽력과도 같은 태풍을 만나 노도와 같은 큰 물줄기에 묻혀버림으로써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아지게 하였던가? 우리의 아버지 아저씨들은 당산뫼 마루에 올라 여지없이 휩쓸려버리는 알밴 벼포기가 흙탕물에 잠기고 있는 것을 애태우며 바라보아야 했으며, 우리의 어머니 누이들은 밥술을 푸던 주걱으로 놀란 가슴을 치면서 눈물을 씹어야만 하였으니 ‘상굴앞 풋농사’가 할퀴고 간 상처를 어디에 견줄 수 있었으리오. 시초북로 시초초등학교와 면사무소 사이에서 시초로로 꺾어들다 보면 일군一群의 비석들을 만날 수 있다. 각종 송덕비頌德碑, 기적비記蹟碑, 불망비不忘碑, 공적비功績碑 들이다. 그중의 한 기적비에는 ‘태성리와 신곡리의 극심한 침수피해로부터 물 흐름을 잘 이끌어내어 벼농사가 완전하게 하였으니 주민이 어찌 감히 잊겠는가, 비를 세
023. 판교, 그 시간이 멈춘 마을 -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일원 한길 위에 늘어뜨린 옛 건물의 짙은 그늘에서 마치 말하지 못하고 차마 남겨놓지도 못한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질펀하게 깔려 있음을 본다. 바람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남겨진 ‘시간이 멈춘 마을’의 모든 건물들은 비록 낡았을망정 오랜 세월을 함께 비와 바람과 햇살과, 그리고 한때의 온통 침침하고 답답한 하늘과 땅을 우러르고 굽어보면서 견디어왔으리라. 곁에서 방앗간을 지켜주는 고목 가지 사이사이로 이름 모를 새소리까지도 알뜰하게 멈춘 시간들을 모아왔음이 분명하다.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오후.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포근하다. 조금은 싸늘한 기운이 손등을 살짝 건들고 지났으나 이내 따스한 온기의 햇살이 뒤를 따라준다. 산책하기엔 아주 좋은 날씨이다. 걷는 발걸음마다 번지는 온기는 자칫 말라붙기 쉬운 겨울의 마음까지도 부드럽게 다독여준다. 세칭 흥림저수지로 불리는 서천 서부저수지 둘레의 구불부구불한 길을 따라 달리는 풍광은 더없이 신선한 맛을 돋아준다. 더더욱 흥림저수지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장항선 철길은 색다른 눈 맛을 톡톡히 해준다. 너무 아름답다. 몸은 비록 두꺼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1986년, 자산 6천만 원에 불과한 수금 사원의 가슴에는 ‘정도(正度)’라는 두 글자가 있었다. 34년 뒤, 월급도 제대로 못 받던 수금 사원은 어느새 전무이사 자리까지 올랐고, 자산 6천만 원에 불과했던 충남 서천군새마을금고는 1만6천여 명 고객과 1,070억 자산을 확보한 건실한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34년 동안 어떻게 경영했길래 성공을 이루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정도(正度)를 알고 경영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퇴임식을 갖고 수금 사원 때보다 큰 꿈으로 오는 22일 서천군새마을금고 이사장 후보로 출마할 홍순경 전무를 만나봤다. ◇34년 간 어떻게 지금의 새마을금고를 이뤘나? = 초창기 서천군새마을금고가 공신력이 상당히 없었고, 이를 해결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장항 읍내를 발로 누비고, 심지어 가정집까지 쫓아다니면서 고객을 확충하고 예금을 끌어모으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급격히 성장한 계기는 IMF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것을 꼽는다. 또 하나는 서천·장항지점이 합병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것. 당시 서천지점의 경영 문제 등 부실한 점을 정리하면서 공신력이 상당히 올라갔다. 이것이 오늘날 서
22. 붱바위(부엉바위)에서 추억을 더듬다 바위 아래로 저수지가 생기자, 바위와 함께 물까지 어우러진 명승지로 변하였다. 그 당시에는 놀러 갈 변변한 공원 하나 가지지 못하였던 시절이라서 붱바위는 자연 놀이공원이 되어 숱한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특히 행락철인 봄가을이면 서천군뿐만이 아니라 인근의 거리에서도 선남선녀들이 몰려와 북적거리곤 하였다. 또한 추석 명절에는 붱바위의 바위 꼭대기에 올라가서 눈 아래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보기도 하고, 달 밝은 밤이면 저수지 깊숙이 잠긴 달을 잡으려는 청춘의 낭만도 출렁이곤 하였다. 2020년 1월 20일 월요일. 오전의 햇살은 구름 뒤에 숨었다가 나타났다를 반복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반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햇살은 걷기에 알맞도록 길 위에 질펀하게 풀어놓는다. 하기사 겨울 날씨라니 햇살이 아무리 강하게 내여 쬐인다 하더라도 어디 여름날 같을 수 있겠는가.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산애재蒜艾齋를 벗어나 걷기 시작한다. 더더구나 오늘의 동행은 초등학교 동기인 지우知友가 아닌가? 벌써 며칠 전부터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가던 그 ‘붱바위’에 한 번 올라가 보기로 약속해놓았던 터라 같이 걷는다는 것 그 자체
021. 아, 「바라춤」의 시인 신석초 - 충남 서천군 화양면 활동리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은 어느 한 곳 바람 한 점 없이 너무나 고요하고 한없이 편안하게 보인다. 이곳에서는 단 한 줌의 추위도 허락하지 않는지 겨울이라 해도 햇살만을 고스란히 내려놓아 다사로움과 맑음과 밝음을 그대로 품고 있다. 회관 앞으로는 튤립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잎을 다 떨어뜨린 알몸이래도 자못 위엄스럽다. 홀로 서서 든든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추운 겨울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라도 슬그머니 밖으로 나와 잔잔한 미소와 수줍은 목소리로 마을의 이야기라도 들려줄 듯도 하다. 그 속에 선생의 고고한 모습이 엿보인다. 2020년 1월 18일 토요일 오후,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의 틈을 빚어 가볍게 산애재蒜艾齋를 나선다. 문헌서원文獻書院 앞을 지나 곧바로 충절로에 이르고, 광암삼거리로 지칭된 ‘장승배기’에서 국도 29호선인 장선로를 불과 150여 미터 따른다. 그리고 곧 왼쪽으로 활동리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활산로로 방향을 튼다. 천천히 걸음하다 보니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맑고 밝은 양지마을 활동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 마을은 지난날 서천군 한산면 숭문동崇文洞이라 불리웠
20. 선도리 '쌍도雙島'로 가다 - 충남 서천군 비인면 갯벌체험로 428-13 쌍도는 뿌리를 바다에 묻은 채로 온몸을 드러내 보인다. 바다는 이미 먼저 와 있었고, 쌍도는 그 위에 바다의 영혼처럼 살짜기 드러내면서 저 멀리에서부터 푸르름을 불러온다. 때로는 넘실거리는 모습으로 세상과 함께 어깨를 맞추며 춤을 추고, 때로는 충만처럼 넘쳐나는 몸짓으로 세상의 삶을 즐겁게 맞도록 해준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마음을 깊숙이 가라앉히기도 하지만, 때로는 분노하면서 거친 삶의 길을 스스로 열어나가며 설레기도 하는 그리움 속에서 바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곤 한다. 2019년 9월 19일 목요일 오후 1시경. 몇몇과 더불어 선도리갯벌체험마을을 찾는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서 둘레에 심어놓은 동백나무에 매달린 붉은 열매를 만난다. 맑은 햇살을 되받아 빛나는 열매로부터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거대한 주꾸미 한 마리가 갯벌체험마을 관리사무실을 온몸으로 감싸고 있다. 새삼스레 바닷가에 닿고 있음을 실감한다. 3월 중순경부터 펼쳐지는 서천군 서면 마량리(마량포구) 일원의 ‘동백꽃주꾸미축제’를 떠올린다. 만발한 붉은 동백꽃 속에서 주꾸미요리 맛도 보는 멋
019. 한국최초 성경전래기념공원에서 -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서인로 문득 판옥선 위에서 마량포구를 바라본다. 하루가 오고 가는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곳, 아니 하루의 시작과 끝이 가장 아름다워야 삶의 보람을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 분명하다. 저만큼 언덕 위에 세워진 한국최조성경전래기념관과 두 눈을 마주한다. 경전을 펼쳐주고 있는 듯 마음에 고요가 차오른다. 판옥선이 한 자리 넉넉히 채워주는 마량리 경전經典으로 자리하게 되어주기를 빌어본다. 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오후. <한국최초 성경전래기념관>으로부터 빠져나온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마량리 한국최초 성경전래 고증벽화’를 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먼저 두 눈에 들어온 것은 ‘마량포 해돋이 해넘이 명소’라는 안내의 글씨가 붙어있는 마량포구 방파제다. 바로 이 방파제에 올라 바다로 속으로(?) 따라가다 보면 등대가 서있는 곳에 이른다. 바로 이곳에서 이른 아침 바다 건너 육지로부터 솟아오르는 해돋이를 볼 수 있으며, 저물 무렵 뒤를 돌아보아 불타는 해넘이를 볼 수 있다. 아, 머릿속으로 해돋이와 해넘이를 그려본다. 하루해가 저물 적마다 그동안에 지나온
이 세상은, 아니 이 지상에는 작은 나라이든 큰 나라이든,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저마다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선생은 바로 이러한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으려 몸을 던지고 재산을 던지고 난 뒤 몸과 마음의 일체를 이끌고 살아오신 것이다. 일제강점기 임시의정원 전원위원장, 제4대 의정원의장 등을 역임한 독립운동가. 충청남도 서천 출생. 1920년 2월 상해로 망명하여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에 피선되었으며, 특히 재무예산위원으로 재정문제 타결에 솜씨를 보였다. 그 해 4월에는 임시의정원 정무조사특별위원(군사)으로도 활약하였고, 동시에 임시의정원의 부의장을 지내다가 1921년 5월에 사퇴하였다. 1921년 8월에는 임시정부 국무원(國務院) 학무차장과 이어 학무총장대리로 활약하였다. 그 뒤 다시 임시의정원 전원위원장(全院委員長)으로 선임되었고, 1922년 5월에는 제4대의정원의장에 선임되어 입법활동과 함께 독립운동의 방략을 계획, 실천하였다. 그 해 10월 김구(金九)·여운형(呂運亨) 등 16명과 함께 군인양성과 독립전쟁의 비용조달을 목적으로 한 한국노병회(韓國勞兵會)를 결성하였다. 또한, 인재를 육성할 계획하에 중국 각지의 군사강습소·병공국(兵工局)·학생단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충남도 호스릴소화전 설치 및 유지·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37억 원의 예산을 투입, 15개 시·군 농어촌화재취약지역 313개소에 호스릴소화전을 설치하게 된다. sbn뉴스가 호스릴소화전 조례를 대표 발의해 화재로부터 도민의 안전을 보장한 충남도의회 전익현 의원(서천1·안전건설해양소방위원회)을 만나봤다. ◇호스릴소화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소방차가 출동해 진화를 하기까지 농어촌지역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화재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진화다. 화재 시 시골마을은 소방본대가 도착할 골든타임(5~10분) 확보가 어렵다. 소방차가 아무리 빨리 온다고 해도 10분에서 20분은 걸리는데 이미 큰 불길로 번진 상태일 것이다. 이 때 호스릴소화전이 큰 도움이 된다. 호스릴소화전은 화재초기진압을 가능하게 하고 골든타임 확보를 돕는 소방시설이다. 관창을 잡고 당기면 릴이 360도 회전하고 호스가 풀리는데, 혼자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서 사용할 수 있다. 가볍고 반발력이 적어 노약자도 손쉽게 사용이 가능할 뿐더러, 2~300m나 이동이 가능해 유연한 활동 또한 가능하다. 소화기와는 비교할 수
017. 풍정리 산성(豊亭里 山城)의 천제단(天祭壇) - 충청남도 서천군 시초면 풍정리 산성 이제 머지않아 이곳에서는 백제시대 옛 선인들의 호흡과 소망이 살아올라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려 한 민족의 뿌리가 되살아 오르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 민족에게는 우리 민족만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고향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너와 나의 가슴 속에 자리한 향토, 공통된 종족과 언어와 역사적 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 속에서 민족 전체가 그리워하는 마음의 길을 함께 하면서 우리 민족만이 뻗어내려 온 거대한 혼령, 그 혼령이야말로 실재하듯 믿음을 같이 하여온 민족의 영원한 뿌리라 하겠다.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오후, 날씨는 제법이다시피 쌀쌀하다. 판교면의 <시간이 멈춘 마을>에서 빠져나와 문산면 금복리를 거치면서 옛날로 돌아가는 기분에 든다. 바로 서천군 시초면 풍정리 천제단(天祭壇)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판교 사거리에서 판문로를 따라 달린다. 고개 하나 넘고, 성황골에서 시작되는 도마천을 따른다. 그러나 힘없이 걸음을 멈추고 만다. 지난 9월 7일 주말, 제13호 태풍 링링의 힘에 어이없이 부러져버린 노거수(=느티나무)의 흔적조차 이미 사라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