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파인(Refine)이 무엇인가? 어학 사전의 의미로는 작은 변화를 주어 개선 또는 개량한다는 뜻이다. 즉 우리말로 풀어보면 재창조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노박래 충남 서천군수가 ‘리파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언급하며 장항읍 지역주민들에게 군 집행부와 함께 힘을 모아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자며 적극적인 주민 참여를 당부했다.
지난달 26일 서천군 장항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정주권 환경개선과 경기 활성화를 만들어 주민들의 복리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장항 재창조 프로젝트 열린 포럼’이 열렸다.
이날 열린 포럼 주된 주제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폐선이 된 장항화물역 철도용지를 활용해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장항 리파인 문화재생활력사업’의 설명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박래 군수는 ‘리파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며 옛 건물을 허물어 신축하는 것이 아닌 새롭게 각색하고 보존해 역사적인 문화유물로 조성해 지역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힘을 하나로 모아 사업 추진에 성공한다면 장항의 옛 역사 유물들이 앞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그나마 근대건축물과 시설물이 현존하고 있어 근대역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할 만큼 보존가치가 있는 장항 지역에 옛 건축물을 허물고 시설물을 부숴 새롭게 조성하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다.
장항읍은 1990년대를 들어서면서 경기 불황으로 인구 유출이 급상승해 2000년부터는 불 꺼진 암울한 소도시의 대명사로 불려 지역주민들이 애타게 경제 활성화 도모를 희망했던 지역이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조선제련주식회사로 설립돼 공장조업이 개시된 이래 우리나라 비철금속제련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장항제련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외항선, 수산물 공판 등으로 인해 1980년대까지만 해도 외항선 선원, 수산물 냉동공장, 항만 종사자들을 포함, 장항읍에 거주하는 인구가 6만 명에 달해 내·외수 경제가 활성화를 이뤘던 지역이다.
특히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장항선 철도의 마지막 종착지로 군산과 연결하는 여객선으로 시민들이 이용하는 잦은 교통 요지였지만, 현재 1만1000여 명이 거주하는 쇠퇴한 곳으로 변해 버렸다.
이에 서천군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불 꺼진 암울한 소도시의 대명사로 불리는 장항읍을 살리고자 총예산 110억 원을 들여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인 ‘장항 리파인 문화 활력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미래 지향적 문화예술 콘텐츠개발과 문화예술교육이 순환하는 창조 거점화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을 통한 창조산업으로 장항읍을 ‘뉴관광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우 우려되는 점이 있다.
지난 2010년 나소열 군정부터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많은 장항읍에 사회간접자본(SOC)을 투입했고 노박래 군정 역시 각종 사업을 추진해 경기 활성화를 도모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모든 사업이 무위로 끝났다. 남은 것은 각종 사업 중단이 부담스러워 근근이 사업 연장을 위해 위탁 운영을 하는 등으로 서천군 자체 예산만이 충당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면 나소열 군정부터 노박래 군정까지 수천억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SOC)을 투입했는데도 왜 장항읍 재생이 안 될까? 문제는 간단하다. 사회간접자본(SOC)을 투입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은 지역 생산 활동에 직접 투입되지 않으나 간접적으로 기여되는 것으로 신축됐든 재생됐든 지역 활성화를 위해 하드웨어만 조성된다는 것이다.
이 사업 총예산 소요 비율을 보면, 정부는 하드웨어에 80%, 소프트·휴먼웨어에 20% 등으로 지침으로 삼고 있지만, 군은 하드웨어에 약 91%, 소프트·휴먼웨어에 9%를 배정해 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결국, 총사업비 110억 원 중 건축 리노베이션(일부를 새롭게 함)에 100억 원을 콘텐츠 기획운영과 인력·조직 관리에 약 10억 원을 투입,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소프트·휴먼웨어 20% 소요비용인 22억 원을 투입하지 않고 약 10억 원을 하드웨어에 보충한다는 얘기로 볼 수밖에 없다.
걱정스럽다. 앞서 나소열 군정에서도 시도해 실패를 거듭했던 전철을 노박래 군정에서도 또다시 밟지 않을까 해서다.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서는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피부에 와닿는 경제적 도움을 주는 소프트·휴먼웨어의 중요성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는 인근 지자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청양의 흔들다리 유행을 맞춰 예산 예당호 흔들다리, 논산 탑정호 흔들다리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지자체는 흔들다리에 끝나지 않고 이와 연계된 사업과 관광유치에 따른 소프트·휴먼웨어 개발에 예산을 투입, 운영해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는 중이다.
이제 서천군도 하드웨어 사업을 기반으로 소프트·휴먼웨어 사업의 집중적인 개발에 공들여야 한다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곱씹어 볼 때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