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정월 초하룻날로 우리나라 명절이다. 올해도 많은 출향 인사들이 고향을 찾을 것이다.
가족 친지들과 어울려 일상의 고달픔을 달래려는 마음에 정성껏 차례를 올리고 크고 작은 선물을 나누면서 웃어른을 찾아뵙고 이웃과 덕담을 나눌 것이다.
이렇듯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았건만,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척박하기 그지없다.
밖으로는 북한 핵 문제와 미국·중국·일본과의 마찰, 안으로는 정쟁, 불경기, 청년 실업으로 인해 어수선하고 우울한 분위기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국방 등 어느 분야 하나라도 제대로 돌아가는 구석이 없다.
양손에 선물을 든 채 들뜬 마음으로 귀향길에 나섰지만, 오랜만에 가족 친지와 정을 나누는, 가장 즐거워야 할 때 주머니 사정 및 나라 걱정까지 해야 할 처지다.
크게는 우리 민족, 작게는 나 자신이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하는 자조감이 우리를 지배할 만한 환경이다. 이렇다 보니 ‘명절 분위기가 실종됐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이 삶이 아무리 팍팍하더라도, 설 명절을 헛되고 무의미하게 보낼 수는 없다. 특히 설 명절은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만복이 깃들 기를 축원하는 그런 날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향을 방문한 각 지역의 출향 인사에게 다가오는 총선 소식은 그 재미가 쏠쏠하며 무게감도 느낀다.
그래서 설 민심은 지역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평가의 잣대이며, 앞으로 나아갈 정치 행보의 등대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번 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국 지각변동으로 국회의원 출마자가 거대 양당 체재로 진행되는지 아니면 새롭고 신선한 인물이 나와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지 가늠하는 시기이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누가 정치 활동을 잘하고 있는지 평가하기에 일정 부분 미진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구를 지지할지 막연한 상태로 자식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는 편이다.
하지만 경향이 다른 자식들은 저마다 지지하는 정당을 앞세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이견도 많아 자칫 말싸움까지 번지기도 한다. 그러기에 설 민심의 향방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특히 명절이야말로 세대 간이나 지역 간의 의견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고 교차하는 최적의 여론 집합장이다. 저마다 처지를 얘기하다 보면 각기 다른 삶의 체온과 애환이 고스란히 한데 묶이고,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답인지 알 수 있다.
설 민심을 제대로 살피면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혜안을 얻을 수 있다. 민의는 선거 때마다 신묘하게 균형을 이뤘고 승패를 갈랐다. 그런 민의가 살아 숨 쉬는 곳이 바로 명절이다.
오는 4월 15일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는 이제 80일 남은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찍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들은 올 설 명절 연휴 동안 지역민을 향해 지지를 구애할 참이다.
각각의 후보자들은 현역 의원의 단점을 동원해 의정활동 평가하며 저마다 의원이 되면 원하는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 약속하면서 설 민심의 방향을 본인의 유리한 고지로 옮겨 놓으려 할 것이다.
이렇듯 설 연휴 차례상 화제는 역시 총선이 될 것이다.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의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누가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후보인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오갈 것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경제 사정은 도대체 어디부터 풀어야 할지, 세계 경제침체로 수출은 얼어붙고 내수마저 고꾸라져 어느 것 하나 온전치 못하니 말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총선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은 눈과 귀를 더 활짝 열기 바란다. 여론의 옹달샘이자 민심의 거울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칭찬보다는 험한 욕을 더 많이 들을 게 틀림없지만, 민심이 어디에 어떻게 모습을 보이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답게 민심이 어디에 어떻게 모습을 보이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며 자유한국당은 거대 야당으로 무엇이 더 필요한지 냉철하게 판단함으로써 미래를 지향해야 함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