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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화의 소중한 이야기] ‘몽골과 서천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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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서천 문예의전당에서 몽골국립예술단의 공연이 있었다. 공연의 제목이 특이하게도 ‘서천아리랑’이었다.

 

호기심에 내용을 살펴보니, 전통예술단 혼과 몽골국립예술단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라 한다.

 

몽골과의 협연인데 어째서 ‘서천아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어쩌면 몽골 예술의 근본은 노마드(Nomad)에서 비롯되고 우리의 예술은 그 뿌리가 아리랑에 닿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방향은 다르지만 떠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있는 그 둘을 융합한 작품을 서천에서 첫선을 보이는 것이라면 ‘서천아리랑’이라는 이름이 썩 어울려 보인다.

 

절로 정감이 가고 입에 착 붙는다.

 

몽골국립예술단의 공연은 매우 흥미로웠다.

 

대초원의 창공을 날아가는 독수리를 연상시키는, ‘흐미’라 불리우는 독특한 발성법과 유목민족 특유의 활달한 춤사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마두금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악기들도 다채로웠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몇몇 악기는 현대적으로 상당히 개량된 것으로 보였고 합주에 필요한 좋은 음색을 갖고 있었다.

 

역시나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단답게 격조 높은 무대였다.

이날 무대에는 또 하나의 보석이 숨어 있었다.

 

서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감미롭고 웅장한 연주로 ‘서천별곡’이라는 곡을 들려주었다.

 

권해경 지휘자가 작곡했다는 그 곡을 들으며 서천의 예술이 풍성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서천의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감성으로 서천을 표현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더 많은 서천아리랑과 서천별곡이 태어날수록, 더 많은 서천의 시와 노래와 그림과 춤이 태어날수록 서천은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고장이 되어갈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서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밑그림을 그리고, 몽골국립예술단이 색칠을 했다면,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전통예술단 혼이었다.

 

그들이 날렵한 몸짓으로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몽골 초원에 봄이 오고 화사한 꽃들이 피어났다.

 

특히, 혼의 무용수가 들고 춤추는 공작선 부채와 몽골 무용수의 모자에 꽂혀있는 공작 깃털의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그 예상치 못한 이어짐에 짜릿한 동질감을 느꼈다.

 

공작선과 공작모가 한 몸처럼 어우러져 마치 공작새가 춤추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서천과 몽골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연은 노력에 의해 필연이 된다.

 

서천의 공작부채와 몽골의 공작모자를 어떤 이는 우연의 일치로 여기겠지만 나는 필연이라 생각한다.

 

그 필연은 십 여년 전 한 기업가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몽골로 사업을 넓히면서 알게 된 몽골 예술인들을 서천의 예술인들과 연결시켜준 서천기업인협의회 장현기 회장이 아니었다면 서천과 몽골의 인연은 시작되지 않았고 이번 공연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장현기 회장의 후원 아래 몽골국립예술단과 서천의 전통예술단 혼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2015년에 몽골에서 혼의 첫 공연이 성사된 이후 해마다 서로를 방문하며 공연을 이어왔다.

 

서천의 문화유산을 활용하기 위해 애쓰던 혼은 한산면에 전래되어온 공작선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드는 등의 노력으로 충남을 대표하는 무용단으로 성장했고, 몽골과의 협연도 결실을 거두어 ‘서천아리랑’이라는 작품에 이르게 되었다.

 

예술을 통해 문을 연 서천과 몽골의 인연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월에 김기웅 서천군수가 몽골을 방문해서 몽골정부와 우호증진협약을 맺었다.

 

이는 지금까지의 교류가 한 단계 더 성장하여 다방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몽골국립예술단도 서천을 교두보 삼아 한국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번 방한에는 서천 뿐만 아니라 충남도청을 비롯해 부여, 청주, 아산, 대전, 계룡 등을 혼과 함께 순회하며 합동공연을 펼쳐 그들의 명성을 높였다.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미래가 된다.

 

전국 228개 기초 자치단체 중에서도 인구 수로 172위인 작디 작은 서천이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15배가 넘는 나라를 상대로 이러한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여 년간 몇몇 사람이 보이지 않게 기울여온 노력이 이제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그들을 돕고 우리가 힘을 더해준다면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침 가을이다. 새삼 풍요롭고 아름다운 서천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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