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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빈집의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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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가지, 동쪽으로 길을 내며 푸른 터 넓혀간다.

 

거미줄에 걸린 워낭 바람

 

ㄷ자로 휘어진 달구지/도란도란 지난날 지우며 익어간다.

 

ㄱ자로 등급은 갈고리

 

지을 것도 거들 것도 없다는 듯

 

벽에 걸린 흙 내음 슬슬 쓸고

 

툇마루에 걸린 ‘살다 보면’이란

 

글자에 스며든 땀방울 말갛게 바래져 누런빛을 낸다.

 

대숲 가지들이

 

공명을 내어 식솔을 이루는 동안

 

한 시절 떠난 집.

 

우물에 들어찬 달

 

겹겹이 맨살로 쌓이고

 

바람이 지우는 민들레 홑씨방

 

떨어지는 뭇별의 옷깃을 여민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만든 빈집.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도 아직 못다 한 추억이 남아 있는 집.

 

그 시절 우리는 학교에 다녀오면 책가방을 팽개치고 가마니를 짜고 새끼를 꼬았고 시골 아이들은 공부보다는 산업일꾼이 되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가난만큼은 물려주지 않겠다던 부모님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밭일, 들일 등 심지어 저녁을 먹고 나면 새벽까지 가마니를 짜거나 모시를 삼으시다 앉은 채로 잠드시는 일은 일상과도 같았다.

 

여름에는 우물에 담거든 수박으로 땡볕의 더위를 식혔고 보리죽으로 허기를 달랬다. 이제 지천명의 나이를 살아온 나는 그래도 고달팠던 그 시절이 그립다.

 

집이 주는 따뜻함과 평화로움으로 힘든 삶 속에서도 비틀리지 않고 정직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랫목에 검은 보자기를 씌워 키웠던 콩나물에 물을 주고 한 밤을 자고 나면 내 키도 한 뼘은 자랐을 거란 긍정의 힘으로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으나 배추꽃, 무꽃, 채송화, 봉숭아 등 온갖 꽃들과 지금은 멸종위기라는 벌과 나비는 내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이름 없는 들꽃들도 그때는 희생이란 단어 속에 피고 졌다. 그런 집 때문에 우리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담쟁이처럼 한 뼘씩 올라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런 추억들은 이제 도시로 떠나고 내 고향 서천은 저출산 고령화로 전국에서 제일 먼저 사라지는 소멸 도시 1위가 되었다.

 

노령인구 50%인 만큼 그래서 서천은 빈집이 한 동네 20%를 차지하고 있다. 폐가들이 늘어날수록 환경 문까지 심각해지고 있다.

 

석면으로 만든 슬레이트의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아 우리는 고기를 구워 먹었던 기억까지 있다. 1970년 산업화의 물결로 가격 대비 슬레이트는 좋은 건축 자재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60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식된 부분으로 석면이 흘러나와 하천과 땅을 오염시키고 1급 발암 물질로 분리돼 나라에서도 슬레이트 처리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서천의 빈집 가구는 815가구 정도가 있다. 그중 대부분 집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낳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철거 지원 사업의 비용은 최대 700만 원 정도이다. 먼저 범죄 우려가 큰 빈집을 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발생하는 빈집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외국 사례를 살펴봤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빈집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빈집을 관리하고 있다.

 

개인 재산임에도 권고 명령에 단계적 수단을 통해 조치하고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 집행을 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으며 빈집 관련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빈집을 선정해 리모델링을 하여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귀농, 귀촌인, 신혼부부 등 4년 이상 임대하는 방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빈집을 처리기엔 힘들다. 지금 우리 주변도 서천에 살면서 집 없이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가정에 빈집을 수리하여 저렴하게 매매하고 저리로 융자해 준다면 환경문제나 흉물스러운 빈집이 어느 정도 해결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서천에는 김 공장과 바닷일을 하는 노동자가 많이 소요된다.

 

외국에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체류하는 동안 무상으로 임대하는 방식도 좋을 것 같다.

 

근본적인 문제는 인구의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니 서천에도 인구를 늘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서천은 자연 생태계의 지리의 조건을 활용해서 그에 맞는 일자리를 늘린다면 자연스럽게 빈집에 대한 고민거리는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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