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 [서천 문단(文壇)] 어머니의 기일(忌日)
장미꽃이 검붉게 피어나는 오월 어느 날은 어머니의 기일(忌日)이다. 그 날 친정식구와 산소를 찾아 인사를 드리고 난 후 돌아오는 발길이 어머니 생각에 떨어지지 않았다. 50여년이 지난 이맘때쯤 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이 문득 머리를 스쳐갔다. 초등학교 고학년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곧장 와보니 엄마가 눈에 띄지 않았다. 가방을 내던지고 곧장 뒷산 산마루에 있는 밭으로 단숨에 올라가 어머니를 찾았다. 등교 길에 슬쩍 훔쳐보았던 어머니의 그늘진 표정이 떠올라 걱정스런 마음에 이곳저곳 찾아 헤매었다. 평소 어머니는 힘이 들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할머니 산소가 있는 뒷산에 가시곤 하였다. 집에서 20분쯤 올라가면 산소가 있다. 점심도 거른 나는 엄마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어서 배고픈 줄도 잊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소에 가 보니 짐작대로 어머니는 산소에 엎드려 울고 계셨다. 어머니를 본 순간 안도와 서글픔이 나를 감쌌다. 나는 “엄마… 엄마…” 크게 부르고 싶었지만, 어머니를 부를 수가 없었다. 몸을 일으키며 누가 볼세라 두리번거리던 어머니는 수풀사이로 나를 쳐다보자마자 얼른 얼굴을 소맷자락으로 훔치며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나에게 다가오셨다. “학교 끝났으면 집
- 양화춘 수필가(서천시인협회 부회장)
- 2024-06-18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