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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쓴소리] 내 부끄러움부터 꾸짖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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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었던 논어에는 유난히 정치에 관한 조언이 많다.

 

법치(法治) 정치보다, 덕치(德治) 정치를 중시했던 공자의 사상, 또는 정신이 배어있는 책이다.

 

그 책 속에 유치차격(有恥且格)이란 단어가 있다.

 

국회에 이어 10여 년간 청와대 출입하는 기자일 때도 이 단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요즘 정치를 보니 이 단어가 딱 맞는다.

 

이 유치차격(有恥且格)은 공자와 그의 제자의 문답을 적은 논어의 ‘위정(爲政)편’에 나온다.

 

공자가 말했다.

 

“나라를 법령(法令)으로만 규제(規制)하고, 형벌(刑罰)로써 다스린다면 백성들은 두려워 나쁜 짓을 못 한다. 하지만 백성들은 형벌을 면하려고만 하지, 부끄러움을 모른다. 백성을 덕(德)으로 감화시키고 예(禮)로 다스린다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할 줄 알고 개과천선을 하게 된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여기에는 군주(임금)와 관리(정치인)들이 몸소 도덕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예절과 도덕으로써 교화하면 백성들이 위정자들이 먼저 보여주는 바를 보고 감동하여 따라하게 된다는 뜻도 담고 있다.

 

혹여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스스로 수치로 여길 줄 알고 그러다 보면 각자 착하고 올바른 사람이 되게 된다는 취지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백성을 감화시키고, 예를 지키고 부끄러움을 알아야 할 그 몫이 바로 대통령이고 여야 정치인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국정을 이끄는 정치지도자들이 사사건건 백성들을 위한답시고 법을 앞세워 부딪히는 지금, 대통령실과 국회에 꼭 맞는 얘기여서 말이다.

 

온갖 법을 앞세워 민초를 피곤하게 하는 우리 여야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온갖 의혹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 일가나, 여야 정당 대표들, 여야 정치인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행동거지는 반성하고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잘못과 오해, 좋지 못한 자신을 반추하고 성찰해야 국민이 감동할 텐데 온갖 의혹에 휩싸인 채 남 탓 공방이 한창이다.

 

이들은 공직자라 정도(正道)와 예의(禮義)가 생명이지만 상대 진영의 흠집 내기 바쁜 탓이다.

 

여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 여사 의혹과 명태균 스캔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 등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끝이 없다.

 

여기서 누가 부끄러워해야 하나.

 

이를 터뜨린 언론이 부끄러운 일인가, 아니면 이를 문제로 삼고 책임을 추궁하는 야당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가.

 

국민을 고단하게 한 일에 책임지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윤 대통령 쪽과 대통령실 아닌가.

 

검찰총장 출신이 처음으로 대통령이 된 한국 정치의 오늘은 이렇다.

 

덕치는 고사하고 법치도 찾아볼 수 없다.

 

덕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동의에 기반한 정치를 지향한다. 아픔과 분노에 공감하는 게 기본이다.

 

야권 역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위험성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대법원 상고심 등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여기에도 공직선거법 1심 유죄 판결, 위증교사 항소심,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북 송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스캔들 아닌가.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나라를 혼란하게 하고, 갈라놓고, 국민에게 정치의 희망을 앗아간 이런 혹을 검찰이 잘못인가, 판사가 잘못인가, 국민이 잘못인가.

 

자녀입시 비리. 자기 딸 장학금 문제에다 유재수 부선사 전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으로 2년 실형을 받아 대법 상고심을 앞둔 조국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재명과 조국 대표는 서울 시청 앞에 나가 정부와 검찰을 비난한다.

 

‘모든 게 내 잘못이며, 내 수치’라는 반성 없이, 가리키는 달이 아니라 손끝으로 판단한다.

 

누구랄 것도 이들은 스스로 진실한 반성이나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송구할 뿐이고, 검찰의 정치보복이자 탄압이라고 둘러댄다.

 

법을 앞세워 그 끔찍한 ‘보복’, ‘복수’, ‘탄압’, ‘배신’이란 말만 난무하고 있다. 나라 꼴이 이 지경인데 국정을 책임지는 인사들은 대체 뭘 하는지 한심하다.

 

스스로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상대의 허물만 캐물어 광야에 내던질 태세이니, 앞일이 걱정이다.

 

잘 잘못을 떠나 정치인 개개인이 반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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