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최고 의원으로 꼽히는 윌리엄 윌버포스라는 분이 1787년 영국 하원에 당선됐다.
그의 나이 28살이었다. 복음주의자이기도 한 윌버포스는 하원의원에 출마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영국의 노예해방에 대한 사면 받았다’라고 유세했다. 그리고 당선된 뒤 영국 내 노예해방만을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영국의 노예 무역산업은 국가 수입원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영국 식민지 산업의 기둥이자 근간이었다.
국가 안보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윌버포스는 '노예해방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노예제도 폐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왕족과 귀족, 재벌 등 기득권층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압박당하고 모욕당하고, 중상모략에 시달렸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강제로 붙잡아온 사람들을 살기 띤 폭행과 탄압 등 인권을 짓밟힌 이른바 노예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노예를 둘러싼 왕족·귀족들의 뒷거래와 뇌물, 성적 유린이 횡행한 것을 윌버포스는 넘어가지 않았다.
윌버포스는 하나님의 뜻이 노예해방이라는 것을 알고 하나님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믿었다.
왕족, 귀족, 재벌 등이 총합세해 공격해도 영국의 노예는 해방되어야 한다며 뜻이 있는 곳에는 언제든 길이 있다고 외치며 낙심하지 않았다.
그는 매일 아침 기도하며 믿음을 돈독히 했다.
그는 시와 노래를 만들어 노예해방운동을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각계 탄원서를 보냈으며, 노예들이 생산한 영국의 설탕 불매운동도 벌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여론을 확산시켰다.
하원의원으로서 모든 수단을 마련하여 노예해방을 이루고자 했다. 그런 끝에 노예해방이 그로부터 46년 후인 1833년 영국에서 폐지되는 법안이 통과됐다.
윌버포스가 하원으로 46년간 활동하면서 끝내 이룬 결과다.
노예제도 폐지 법안이 하원을 통과된 뒤 열흘 후 윌버포스는 노예제도 폐지라는 감동 속에 눈을 감았다.
46년간 온갖 박해와 탄압과 협박에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노예해방을 추구한 윌버포스, 영국의 정치는 이렇게 해서 발전했다.
윌버포스를 알게 된 것은 내가 41년 전인가, 42년 전인가, 유력언론사 기자 활동할 때 권유받고 책을 읽은 것인데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언론재단에서 정치 분야 초급과정·중급과정·고급과정, 정치전문가과정을 연수받고 이후 정치 대기자로 활동했다.
그때 전문기자 과정 때 강사였던 조선일보 동경 특파원 출신인 고 허주(虛舟) 김윤환 문화부 차관이 꼭 읽을 것을 주문받았다.
정치부 기자라면 윌버포스처럼 노예해방을 위해 46년간이나 행정부와 싸울 정치인이 있는지 찾아보라는 허주의 얘기는 지금 새롭다.
지난 2일 제22대 정기국회 개회했다. 여야는 정기국회 첫날, 개회식을 하고 100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대정부질문, 오는 26일부터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린다.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인 국정감사는 10월 7일부터 10월 25일까지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12월 말까지 올 예산 결산과 677조 원대의 내년 예산을 심의하고 폐회된다.
그러나 이번 22대 국회는 5월 30일 개회된 뒤 개원식도 갖지 못했다.
거대 야당의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진숙 방통위원장 등 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핵과 청문회로 넉 달을 흘려보냈다.
또한 야7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면,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또다시 재의결 후 자동 폐기로 도돌이표의 힘겨루기만 이어졌다.
안타까운 것은 정기국회 개회식에 통상 대통령이 참석해 축하 연설하는 국회 개원식은 최종 불발됐다.
여기에다, 22대 국회는 여야 간 극한 대치의 여파로 1987년 이래 유일하게 개원식 없는 국회라는 오명도 남기고 있다.
제대로 민생법안 하나를 처리하지 못하고 혈세만 축낼 바엔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는 국민적 비난이 팽배한 이유다.
여론에 쫓긴 여야는 부랴부랴 정쟁의 대상이 아닌 간호사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안은 합의로 지난달 28일 통과시켰다.
이번 국회 들어 아직도 2,100여 건의 제출된 법안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안 됐다.
그래서 이번 정기국회에 앞서서 국회의원들의 3무(無), 무책임. 무능력·무배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정부 질의든, 국정감사든 우리 한국의 미래와 후대들에 제대로 구태를 깨고 희망과 자존감을 줄 법안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안보든, 민생이든, 무엇보다 저출생 극복이나, 지역 인구소멸 위기, 양극화를 극복할 법안 마련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가온 2026년 6월 3일 있을 제9대 전국동시지방선거나 2027년 3월 3일 치를 제22대 대통령선거가 먼저가 아니다.
물론 국운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선거지만, 안보나, 민생, 저출생, 지역 인구소멸, 양극화 극복 역시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지금처럼 나라의 장래보다, 당 대표나 보스를 위한 정치도 아니고, 당리당략도 아닌 우리 국민 모두를 위한 법이어야 한다.
윌리엄 윌버포스처럼 영국의 노예해방을 위해 온갖 탄압과 비난에도 46년간 싸웠던 일화를 우리 국회는 배워야 한다.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빚더미의 자영업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 사교육에 멍드는 학부모, 뺑소니 음주 운전자들에게 당한 사고 피해자를 생각해 보라.
금배지 달고 큰소리치는 국회의원들, 그들이 당신의 가족이고 당신의 친지라면 팔짱만 끼고 나 몰라라 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