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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관위, 이회창의 전설을 잊고 어쩌다 비판 늪에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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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해관계를 떠나 이회창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때 얘기를 해야겠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1987년 6.29 선언으로 3김( 김대중·김영삼·김종필)씨가 풀려나 그해 연말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결과는 여당 후보인 노태우 씨가 당선됐고, 이듬해 노태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그해 4월 제13대 총선을 치렀다. 당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법관 중 한 명이 겸임했다.

 

선관위원장에 재임용된 이회창 대법관이 맡게 됐다. 알다시피 이회창 대법관은 전두환 정권에서 큰 미움을 산 대표적인 법조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그가 주심을 맡은 16건의 전체 합의 판결 중 10건에 소수의견을 내는 등 서슬이 퍼런 독재정권에서 보란 듯이 약자의 편에서 소신 있는 판결을 했다.

 

이를 계기로 대쪽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신망받았으나, 전두환 정부의 눈 밖에 나면서 1986년 대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런 그가 1988년 대법관에 임용됐고, 겸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선관위원장을 맡자마자 선관위원회의 역할 폭을 기존 개표관리 중심에서 선거운동 감시로까지 넓혔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명언과 함께 6.29 민주화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개표관리 치중에서 벗어나 선거운동 감시로까지 확대했다.

 

그는 여야 정치권의 강한 압박을 받았으나, 굽히지 않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선거풍토를 뿌리를 뽑겠다”라고 외쳤다.

 

그러더니 1989년 강원도 동해시와 서울 영등포구 을 재보궐 선거 당시 후보 전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회창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동해시 선거구에서 신민주공화당 후보를 매수해서 사퇴시킨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에게 친필 경고 서한을 보냈다.

 

또한, 영등포구 을 선거구에서 노태우 대통령의 민주정의당 총재 명의로서의 서한을 대통령의 선거 개입으로 문제 삼았다.

 

노 대통령의 서한이 여권 내에서 문제가 되자 1년 3개월 만에 사표를 던지고 스스로 자리를 물러났다. 이렇게 해서 여러명의 선관위원들을 거치면서 지금의 선관위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런 중앙 선관위가 지금 정치권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북한 해킹 의혹속에 이번에는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비판 의혹에 휩싸여 유감이다.

 

지금까지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며, 크고 작은 선거를 치뤄 국민적 신뢰를 받았던 선관위가 위기 아닌 위기에 놓인 셈이다.

 

말없이 묵묵히 일하는 선관위 종사자들이 대부분인데도, 몇몇 인사와 사안 때문에 싸잡아 비판을 받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잖아도, 지난 2020년 4.15 총선 당시 전자 계수기를 놓고 부정선거 의혹이 법의 심판대에 오른 뒤 아직도 법조계와 정치인들은 ‘뭔가’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상태다.

 

충남 부여, 인천 등 전국의 여러 곳에 개표 조작 의혹에다, 어느 곳은 투표(기표)용지가 거주지가 아닌 곳에 발견되는 일이 나왔어도 깔끔하게 해명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비판 여론과 의혹 속에 집권당인 국민의힘에서 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로선 의혹과 ‘설(設)’의 단계지만, 어찌 됐든, 법의 잣대를 들이대던 선관위의 씁쓸한 뒷맛이다. 집권당은 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아예 고용세습, 또는 ‘선관위 판 음서제’라고 매섭게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6급 이하 직원들의 부모 중 전·현직 선관위 출신이 있는지 전수조사하는 ‘역추적 방식’ 등 더욱 강도 높은 조치들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이 어떻게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곳곳에서 선관위에 대한 의혹, 불신과 근거 없는 루머까지 가세해 난무하고 있다.

 

내년 4.10 제22대 총선을 10개월여 남긴 상태에서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유권자나, 정치인이나 바로 서는 중앙 선관위 행정과 내부 기강을 체감할 때까지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최고의 정보화 시대 운운하고, IT 선거 행정을 그럴싸하게 홍보만 할게 아니다. 선관위의 캐치프레이즈인 ‘공명(公明)’이 드러날 때까지 쇄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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