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 [서천 문단(文壇)] 어머니의 바다
그녀의 무릎에 치자꽃 노을이 앉았다 방파제에 풀어 놓은 기침 소리 익어간 바다의 날들을 기억하는 것일까? 아슬한 물빛 침대 온종일 파도처럼 출렁인다 발돋움에 몸 올려 하늘 점치던 당신 나침판이 뱃머리에 꼬리 감추자 그제야, 남편보다 갯벌을 더 오래 품고 살아서였을까 늘 심연은 진창이었다 아린 먹구름 진창에 비 쏟더니 검푸른 바다가 되고 장막 건너온 지문의 결들이 상처를 짚자 마지막 숨비소리 내는 당신 한생이 바다에 뼈 깎고 피 말려 내는 숨비소리 그 소리 만큼 경외(敬畏)로운 소리가 있을까? 굳어 가는 것, 모두를 피해 단단해진 겨울 생살 찢긴 발로 생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오리발 수평선에 걸려 곧 쓸릴 것을 예감하지만 요양병원 86호실 침대의 젖어 드는 노을이 그리도 좋아하시던 마지막 치자꽃이라 생각하시는 듯 붉어진 꽃대로 물속 청춘을 쓰고 있다
- 김도영 시인(서천시인협회 회원·신문예 신춘문예 등단)
- 2024-09-08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