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점을 들어 지난달 정부는 7월부터 일상회복을 위한 새로운 방역지침 시행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방역 상황이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음을 들어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새롭게 정립된 거리두기를 시행하겠다고 자신만만했다.
또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국민의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제외하는 인센티브 카드를 꺼내 드는 등 호들갑도 떨었다.
하지만 14일 현재 돌아보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완화한 것이 얼마나 큰 실책이었는지 모른다.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하겠다는 예고에 여러 의료 전문가는 ‘섣부른 조치로 시기 상조다’라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에다 사적 모임 제한 인원도 6~8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었다.
물론 정부의 생각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오랜 기간 지속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민적 피로감이 쌓인 상태에서 정부의 이 같은 선언은 획기적이었으나 이 완화 방침 자체가, 철저하던 방역 환경을 느슨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연일 발표되는 중대본의 통계를 보면 지난달 30일 25일 만에 하루 신규 환자가 700명대로 늘었다.
이후 이달 들어 나흘간 하루 신규 환자는 1000명대로 늘었고 13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1615명이 늘어난 17만1911명이다.
지난주 3차 유행 정점 기록을 사흘 연속 새로 쓰면서 지난 10일 1378명까지 증가했던 환자 수는 평일 검사 결과가 반영되자 다시 나흘 만에 역대 최다 규모로 나왔다.
7일부터 국내 발생 확진자는 1168명→1227명→1236명→1320명→1280명→1063명→1097명→1568명으로 8일째 1000명대다.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환자 수는 1255.9명으로 직전 주(769.7명)보다 486명 이상 많다.
델타 바이러스니, 인도발 바이러스니 하는 전파력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니 위기감이 커가는 실정이다.
급기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다급하게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인 수도권에 새 거리두기 4단계 카드를 꺼냈다.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관계부처 장관, 당국자 등과 함께 대책 마련을 계획할 정도다.
부랴부랴 내놓은 4단계 카드는 12일부터 모임과 약속을 최소화하고, 외출마저 자제해야 하며, 될 수 있는 대로 집에 머무르며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7월부터 일상회복에 나서겠다던 정부 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국민 일상은 ‘셧다운’(봉쇄)에 마주하고 있다.
4단계 거리두기 시행에 따라 사적 모임은 18시 이전 4인까지, 18시 이후 2인까지 허용한다. 직계가족, 돌잔치 등 각종 예외도 인정하지 않는다.
가족,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돌봄 인력이 돌봄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와 임종으로 모이는 경우만 예외를 인정한다.
즉, 3인 이상 모임 금지 등 사실상 외출 자제령에 따라 국민 불편과 자영업자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이번 새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이 선제적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이미 늦은 게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성급하게 완화 조치를 내놨다가, 느슨해지면서 확진자가 1200명대로 연이어 발생하자 뒤늦게 고삐를 죈다는 것이 그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3차 팩데믹으로 큰 경각심을 느낀 정부가 선제적 조치로 전체 신규 확진자 발생 82% 대인 수도권부터 4단계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하면서도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왜냐면, 국내 델타 변이 감염이 나왔을 때, 2주 전쯤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완화 조치를 취한 만큼 이미 늦었다고 꼬집는다.
일부 방역 당국자조차도 이런 상태로 뒀다간 최악을 맞아 7월 말에는 하루 델타 변이 확진자등 2100여 명을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수도권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 충남, 부산 등 비수도권으로도 크게 늘고 있을 만큼 확산세가 빠르다.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수도권에서 보듯이 지자체별로, 선제적으로 단계 격상 등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알려진 대로 델타 바이러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스크를 썼다고 다 되는 정도가 아니다. 콧등까지 빈틈없이 차단할 만큼 촘촘히 착용해야 한다.
이달 10일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총 1557만3316명으로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134만9116명)의 30.3%에 달한다.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580만1997명으로 전체 국민의 11.3%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코로나19 방역정책에 허점이 있는 건지, 아니면 방역 준수가 느슨해진 건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섣부른 일상회복이라는 완화책이 아니라 허점이 없는 방역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국민 또한 오랜 기간 정책에 참여해왔던 만큼 다시 추스르고 개인 방역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