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연미복을 차려입은 검은머리물떼새 / 서걱이는 바람 위에 탯줄을 풀어 놓았다
바다를 밟고선 지평선 / 탯줄을 끌어안아 터전을 만들고 /노을에 깃든 생명 /풍요를 퍼 올리다 유부도 아리랑을 부른다
나지막한 그 노래 / 이슬 차는 달빛에 달아 놓았다 / 누군가 그랬던가?
어둠 씻긴 희망을 찾으려면 / 유부도에 오라고 /내 안에 모래바람 일거든 / 유부도에 오라고
그곳에는 어머니의 모성이 / 숨을 죽여 새로운 발자국을 만든다’
삶에 있어 우리는 한 번쯤 넘어진다.
아니 수백 번 넘어지고 일어나 지금 이 자리에 있다.
포기하고 싶거나 포기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필자도 쏟아 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여행을 선택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쉼이 되는 섬이 있었다.
그날은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으나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에 집에서 가까운 유도부도 찾기로 했다.
유부도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한 철새들의 천국이라는데 비상하고 싶을 때 유도부를 찾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유부도를 가기 위해 군산으로 갔다.
군산에서 유부도까지는 3분쯤 소요된 것 같다.
허름한 배에는 안전 장구도 없었고 뱃머리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 주는 호사는 누리지 못했지만, 바닷길을 가르는 바람과 물보라에 잠시 시름을 잊게 했다.
닻을 내린 배에서 내리자 들어오는 유부도의 풍경은 玉水(옥수)라는 문자로 대신이나 할 수 있으려나 무척 정갈하며 아름다웠다.
물이 차지 않아 철새들은 멀리 보였으나 철새들의 풍경은 갯벌을 들었다 놓을 만큼 장관을 이뤘다.
밀물이 차오르니 새들도 물길을 따라 흘러 날아들고 첫 번째 만난 도요새란 녀석이었다.
사람들이 가늘고 긴 다리를 보고 새 다리 같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겠다.
가는 두 다리로 앙증맞게 갯벌을 걸어 다니는 모습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전국 각지에서 철새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많은 사진작가가 셔터를 누르는 소리까지 바람에 취해 흩어졌다.
필자가 주위를 들어오니 경운기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조개를 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유부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유부도에 30가구쯤 살고 있고 전기가 들어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셨다.
급한 물품 살 가게조차 없어 생활하시기가 불편하시다고 하시며 유산인가 뭔가로 되어 보존해야 하니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고 불평을 늘어 늘어놓으셨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로 조개들이 폐사해서 수확량이 줄고 있고 새들의 낙원인지는 몰라도 사람 살기는 무척 힘들다고 하셨다.
배운 것이 없어 할 수 없이 여기 살고 있다고 하지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유부도는 2008년에 국가 습지보호 구역으로 지정되고 서천 갯벌은 2021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이라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보다는 환경을 보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하기에 그곳에 사는 사람은 불편함을 유산을 위해 감당하며 살아야 한다.
어쩌면 그 불편함이 결국 환경을 보호해서 우리에게 선순환의 작용을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곳에 계신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