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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깃털’처럼 가벼운 서천군의회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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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의회 현역 의원이 중징계를 받는 등 군의회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후, 해당 의원이 법원에 징계의결 무효 확인 소송과 함께 신청했던 징계의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번 징계 절차는 윤리특별위원회에 참석했던 모 위원이 말한 것처럼 윤리특위나 군의회가 마치 무엇에 쫓기는 모습처럼 촌각을 다투듯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표결까지 단행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더더욱 징계요구서에 적시된 품위유지 위반, 의회 위상실추, 권한 남용, 신분과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의 징계사유가 추상적으로 보였다.

 

또 사실관계를 명확히 조사해야 할 사안으로 징계 대상자로부터 충분한 소명을 듣고 쌍방의 상반된 주장을 자세히 검토하여 사실관계를 우선 밝힌 후 징계를 결정했어도 늦지 않았을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무엇에 쫓기듯 서둘러 일사천리로 징계안건을 의결하고 징계 대상자가 특위 위원장으로 있던 행정감사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서둘러 재선임하는 등 일련의 과정들이 석연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 이지혜 행정 감사 특위 위원장이 행감장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매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징계요청서에 적시된 징계사유가 법률적 근거를 갖추었느냐는 문제와 윤리특위 위원의 제척사유 해당 유무 등에 관한 판단은 이제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당장 2023년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를 앞에 두고 행감특위 위원장이 2명이 되었다는 문제는 군의회가 얼마나 이번 징계안건을 조급히 판단하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징계 대상자인 이 의원이 소명 과정에서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가처분신청을 대내외적으로 언급했음에도 법원의 결정까지 기다려 주지 못하고 서둘러 행감특위 위원장을 선임한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튼 앞일이 걱정이다. 당장 이지혜 의원이 법원의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라 의회에 출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징계를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리위에 부친 동료의원 간 올바른 토론과 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더더욱 군의회를 지원해야 할 지원업무를 맡는 의회 사무과 직원들과 어떻게 융화를 이루어 서천군의회가 원활히 운영될지가 걱정이다.

 

이번 초유의 현역 의원 징계사태와 관련하여 지역사회의 공통적인 견해는 ‘다들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는 의견들이었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자신만이 옳다며 극단적인 길을 선택한 군의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내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의회를 조화롭게 이끌고 의회의 화합과 공정한 운영을 위한 책임이 있는 군의회 의장 또한 의회 파장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

 

어찌 되었건 이번 군의회 의원 징계의 결과 이를 부정하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서천군 의회의 명예와 위상은 땅 위에 떨어졌다. 명예와 권위를 가치로 여겨야 할 의회의 위상이 실추된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의회는 본연의 직분과 부여된 역할마저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제라도 군의회 구성원 모두가 눈을 감고 하늘과 군민을 올려보기를 권하고 싶다.

 

누구나 자신의 주장이 옳고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에게는 반박과 비난으로 대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이 같은 지나친 이기주의만으로는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없다.

 

특히 이번 군의회 의원 징계사태는 여·야간 정치적 이데올로기도 아니고 개인적인 감정의 표출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제 의회 구성원 모두가 깃털처럼 가벼워진 서천군 의회의 명예와 권위를 일으켜 세우기 위하여 불필요한 개인적 감정을 버려야 한다.

 

징계를 의결한 의원들이나 징계 대상자인 의원 모두 반성해야 한다.

 

군민을 걱정해 주라고 만든 의회가 군민의 걱정거리가 되었다는 군민의 비난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의회의 결정에 법원이 개입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개탄스럽지만 엎어진 물을 돼 담을 수 없듯이 지난 일을 되돌릴 수 없다.

 

징계를 결정했던 사람과 징계를 당해야 했던 사람이 한 공간에서 화합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나는 잘못한 것이 없고 모든 잘못은 네 탓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유지하고는 진정한 화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화합과 이해는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제 군의회 구성원 모두가 혹시 내가 잘못한 일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자리에 서서 실추된 군의회의 명예와 위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군의회 의장이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주기를 바란다. 군의회가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군의회가 이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지 군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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