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6일 서천군의 갯벌을 포함한 국내 4개 갯벌이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한국의 갯벌’은 서천갯벌(충남 서천),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 순천) 등 총 4개로 구성된 연속유산으로 5개 지자체에 걸쳐 있다.
해양수산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에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이하 갯벌보전본부)’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32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갯벌보전본부는 ‘한국의 갯벌’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리와 지역 방문자센터 등을 총괄하는 갯벌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해수부 발표 이후, 갯벌보전본부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는 충남 서천군을 비롯해 전북 고창군, 전남 신안군 등 세 곳이다.
하지만 전북도, 전남도 두 지자체는 이미 가열하게 유치전을 벌이고 있지만, 서천군은 언론의 지적을 받을 정도로 유치 의지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에 포착되는 유치 경쟁 움직임으로는 전북도(고창군)가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은 지난달 29일 남원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정책협의회를 열고 갯벌보전본부 유치에 힘을 모으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 내용은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갯벌 보전 관리와 균형발전을 위해 보전본부 유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자는 것이다.
또, 전북도의회는 최근 해양수산부가 갯벌보전본부 평가표 기준을 수정한 것에 대해서도 “갯벌 면적 기준이 축소되고,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기여도 항목이 신설된 것은 특정 지역에 혜택을 주려는 시도”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눈도장을 확실히 찍고 있다.
전북도의 유치 대상지인 고창군은 이미 갯벌보전본부 부지를 확보했다는 점, 충남과 전남의 중간지점으로 체계적 관리가 유리하다는 점을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전남도는 신안군을 갯벌보전본부 유치 지역으로 설정하고 유치전에 나섰다. 전남도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갯벌’ 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논리로 펼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갯벌’ 총면적 1284.11㎢ 중 전남 신안군만 해도 1100.86㎢로 85.7%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전남 순천-보성갯벌 59.85㎢를 더하면 전남도의 면적은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어 충남 서천갯벌 68.09㎢, 전북 고창갯벌 55.31㎢가 나머지 10%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전남도는 해수부가 갯벌보전본부 공모 계획을 알리자 자연유산 갯벌 면적이 각 4~5%대에 불과한 서천군, 고창군과 경쟁해야 하는 것에 당혹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남도의회는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해수부가 일반 사업 성격의 공모기준과 절차를 동일하게 적용하려 한다”며 공모 철회를 촉구하는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전남 건립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전북도와 전남도는 이미 지난 7월경부터 정치, 행정이 합세한 여론전과 대국민 홍보에 나서며 가열하게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천군은 갯벌보전본부 유치를 위해 특별하게 눈에 띄는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모 언론은 서천군의 유치전 활동을 보고 ‘소극 대응 논란’이라고까지 보도하기도 했다.
서천군에서 포착되고 있는 유치 활동은 지난달 24일 서천군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밝힌 대국민 서명운동과 지난달 29일 이지혜 군의원(국민의힘.나선거구)이 5분 발언에서 서천군에 주문한 “입지 후보지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실현 가능한 유치 전략 수립” 뿐이다.
전남 신안군과 전북 고창군이 가용 인맥을 총동원해 갯벌보전본부 유치를 위한 언론전과 대국민 홍보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부실하다.
서천지속협의 주장과 같이 서천갯벌은 유산구역 범위가 전남에 비해 작지만 펄과 모래가 조화롭게 구성돼 있어 전 세계 9대 철새 이동 경로 및 핵심 3대 경로 중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상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인 점을 논리로 개발하는 등 이제라도 논리 개발에 나서야 한다.
또 생태 국가기관인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서천군에 있다는 점도 활용해야 한다.
해수부는 9월 말 사업계획서를 제출받고 10월 중순 최종 입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유치 확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천군의 전망을 밝히려면 모든 것을 쏟아낸 치밀한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