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서천] 홍영택 기자 = 충남 서천군 서천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문옥배/이하 재단)이 정부 주관 공모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26년 지역 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국비 3억 6,000만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예산 확보를 넘어, 서천군이 보유한 문화적 역량이 전국적 수준임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선정된 단체는 전통예술 분야의 ‘전통예술단 혼’과 음악 분야의 ‘서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총 2곳이다. 이로써 지역 고유 유산이 ‘킬러 콘텐츠’로 재탄생된다. 이번 지원사업의 핵심은 ‘지역다움’의 세계화다. 선정된 예술단체들은 서천의 정체성이 담긴 소재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창작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통예술단 혼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한산모시짜기와 관련된 ‘저산팔읍길쌈놀이’를 모티브로 하여, 노동의 고단함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을 준비 중이다. 또 서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은 서천이 낳은 겨레의 스승,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의 정신을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에 담아 지역민의 자긍심을 고취할 계획
싸륵싸륵 흰눈이 쌓인 세상은 숨죽인 듯 눈부시다 산토끼가 찍어 놓은 앙증스런 발자국 따라 고요한 산길 걸을 때 후드득, 꿩 한 마리 빈 하늘로 날아오른다 시린 바람결 따라 우수수 흩어지는 눈꽃., 피지도 못한 마음들이 허공에 흩날린다 스미듯 녹아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쥔 손을 천천히 놓는다 훨훨, 빈 몸으로 허공으로 날아가는 새들 내 손바닥도 하얗게 비어 있다
고비 사막의 모래언덕이 바람에 춤을 춘다 모래를 뿌린 듯 흩어지고 다시 모여 사막언덕을 이루는 저 많은 점 물결치듯 모여들다가 하늘에서 헤엄치는 저 많은 점 누군가 교향악단을 지휘하듯 지휘자의 손놀림에 일순 도에서 솔로 떨어진 음계 위의 춤사위 음악도 없는 망망 허공을 무대로 오선지 위에서 펼쳐지는 약속 없는 깃털의 향연
흙은 늘 낮은 데서 먼저 누워 세상의 무게를 견딘다 말보다 깊고, 슬픔보다 먼저 젖는다 우리가 걷는 땅 아래엔 말 없이 흘러내리는 울음이 있다 한 번도 닿지 못한 뿌리들이 조용히 엇갈려 스며든다 분단이라는 말은 누군가의 입술에서 나왔지만 그 여운은 흙 깊은 곳에 스며 강물의 길을 바꾸고 지붕들은 같은 하늘 아래 서로 다른 쪽으로 기울었다 내 시선은, 가장 낮은 틈에 머문다 가장 깊이 파인 골짜기에서 먼저 피어나는 꽃을 철조망이 휘어진 자리마다 돌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순한 생명을 흙은 늘 누구의 선도 기억하지 않는다 비는 구분 없이 젖게 하고 바람은 어느 쪽에도 머물지 않는다 통일은 지도 위에서 이뤄지는 약속이 아니라 흙이 매일 보여주는 일처럼 서로 스며들고, 엉기며 어디서부터였는지 잊히는 일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멈춘 듯한 저수지 가만히 빛을 모으고 있다 은빛 출렁이며 방울방울 빛나는 울렁임 적막을 친구삼은 작은 마을 풍경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소리 없이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노랫소리도 품어 안는 가슴에 고요한 울렁임만 자리를 잡는다 물속에 잠긴 낚시대의 움직임처럼 간간이 움직이는 파동의 선율에 가만히 마음을 적셔 본다 물 위를 박차고 오르는 백로의 자태 황홀한 듯 바라보던 까마귀 물속에 비치는 너의 모습도 백로보다 더 아름답기만 하구나 들숨처럼 피어나는 연꽃들의 소박함도 들꽃처럼 빛나는 너의 언저리에 화려하지만 조용한 축제가 시작된다 저수지에 드리운 아름다움은 표출해 내는 생각의 온도계처럼 몇 시간 째 움직임 없는 너의 모습에 질투하는 햇빛이 부서지고 있다
흙은 늘 낮은 데서 먼저 누워 세상의 무게를 견딘다 말보다 깊고, 슬픔보다 먼저 젖는다 우리가 걷는 땅 아래엔 말 없이 흘러내리는 울음이 있다 한 번도 닿지 못한 뿌리들이 조용히 엇갈려 스며든다 분단이라는 말은 누군가의 입술에서 나왔지만 그 여운은 흙 깊은 곳에 스며 강물의 길을 바꾸고 지붕들은 같은 하늘 아래 서로 다른 쪽으로 기울었다 내 시선은, 가장 낮은 틈에 머문다 가장 깊이 파인 골짜기에서 먼저 피어나는 꽃을 철조망이 휘어진 자리마다 돌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순한 생명을 흙은 늘 누구의 선도 기억하지 않는다 비는 구분 없이 젖게 하고 바람은 어느 쪽에도 머물지 않는다 통일은 지도 위에서 이뤄지는 약속이 아니라 흙이 매일 보여주는 일처럼 서로 스며들고, 엉기며 어디서부터였는지 잊히는 일이다
시퍼렇게 부어오른 눈탱이를 흙으로 가리고 짱뚱어 한 쌍이 갯벌을 기어오른다 서로의 멍든 눈이 안쓰러운지 말없이 눈만 껌빡인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 미안하다 말없이 암컷 눈탱이에 갯벌 한 줌 발라주는 수컷 농게 한 마리가 엄지발을 들고 흉을 보고 있다 둘은 갯벌 자기집으로 들어가고 갯골에 물이 들어오더니 부부싸움 내외의 집을 살그머니 덮어주었다 오늘 또 짱뚱어 집 막내가 태어나 식구 하나 늘겠다
높은 빌딩, 그 가장 높은 끝에서 여름을 떠나보내는 매미의 울음이 바람 속에 가늘게 흩어진다 저 매미는 외로움을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토해내고 있다 이 여름 끝자락을 붙잡으려는 아니, 보내지 않으려는 마음이 더 깊어서일 것이다 제 짝을 찾지 못한 채 못내 아쉬움 품은 목청이 오늘따라 더 절절하다 구애의 소리 속에 스며 있는 노총각 매미의 처량한 생을 보라 그 울음의 마지막 고개를 넘을 즈음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도시의 유리창을 타고 스며들고 햇살은 빛을 덜어내어 하늘을 한층 멀게 한다 구름 그림자는 골목을 길게 끌며 발끝에까지 내려와 머물고 가을은 아직 문턱에 있으나 그 그림자는 이미 내 마음 깊숙이 내려와 여름의 뜨거운 숨결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지우고 있었다
제 몸을 뒤집는 강물은 완강했다 찰랑거렸거나 차갑거나 단단했던 밀어를 계곡 밑으로 흘러보낸 지난여름 숲은 초록빛 뿌리의 연서를 바람에 실려 보냈으나 강물은 마침표도 없이 깊어졌다 행과 연의 문장들이 물결을 일으켜 연서는 젤리처럼 부드러워졌고 누군가 던진 돌에 파문의 집을 짓기도 하는 하류의 강물은 짐긴 지퍼의 견고함을 기억하고 싶어 세상에 연서를 뚸워 보내는 것이다 흘러야하고 쓰여 져야 하는 시대의 무성한 물줄기의 물음을 강은 펼쳐 놓았으므로 어둠에 구멍을 뚫은 별들이 쏟아질 때 밤의 시간은 휴식으로 유폐됐을 것 강물은 바다에 이르러 익어갈 것이라고 온 몸으로 다독이는 아침은 윤슬로 수천(水川)의 귀를 열어 강물의 문장을 쓰고 있는 것이다 기억해야할 시대의 낮은 소리를
메마른 땅에 단비가 내려오면 부지런한 아낙네들 바쁜 손을 움직이며 들썩인다 여리여리하니 작은 모종들 두 개, 세 개씩 나뉘어 고랑 밭에 심어지고, 하늘이 심술부릴세라 굽어진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밭고랑에 입맞춤을 한다 어찌할까? 어찌할까 바구니에 모종들은 얼굴을 내밀고 어서 나를 데려가라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른다 넓은 밭이 조금씩 조금씩 초록의 물결로 들어차면 시원한 빗줄기 한 바가지 힘차게 뿌려 주기 기다리며 하늘 한 번, 땅 한번 병아리 고개짓이 남사당패 상모 돌리듯 한다 여린 잎들이 가득한 밭에는 고라니가 늦은 점심을 먹으러 뛰어다니고 고라니를 쫓는 강아지 소리 비 내리는 고랑 밭은 어느새 새싹들의 아우성에 나뒹굴며 아낙네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설날 아침, 갓 지은 밥 냄새 사이로 묵은 기침처럼 침묵이 흘렀지요 어머니는 조용히 나물을 무치고 나는 옆에서 국을 데우며 서로의 손등만 바라보아죠 하고픈 말은 어느새 젖가락 끝에 걸려버리고 웃음은 익은 나물처럼 간을 맞추다 사라졌습니다 아이의 한마디, "할머니랑 엄마는 왜 말 안 해 ?" 그 순간, 깊게 쌓인 눈 위에 햇살이 스며들듯 오래된 울타리 하나가 스르르 무너졌습니다 가족이란 마음에 둘러친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참 많은 계절을 견뎌야 한다는 걸 부모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서로 다르되 함께인 것, 그게 가족이라면 울타리란 언젠가 조용히 넘어설 수 있는 마음의 언덕이겠지요
소리 없이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조그마한 생명이 숨을 쉬며 허리를 편다 기차타고 내린 서천역에서 버스타고 달려온 송석 바닷가 질펀한 갯벌에서는 갈매리떼 끼룩끼룩 즐겁게 노래부르고 숨구멍을 내밀며 올라오는 동죽사이 무지개 되어 내려오는 물총들 밀려가는 썰물과 함께 바구니에 갈고리를 손에 든 아낙네들 질펀한 갯벌에 한 자리씩 자리하고 연신 움직이는 눈동자와 손들 한 손엔 갈고리를 들고 또 한 손에는 뻘 속에 보이는 동죽을 줍고 조금씩 쌓여가는 바구니를 물길에 흔들흔들 흔들어서 망태기에 넣어 넓은 갯벌 한자리 내어준다 어디선가 들리는 노랫소리에 저마다 흥얼거리며 힘든 한숨을 내뱉고 외지에서 온 객을 쳐다보는 눈에서는 서천의 보물 동죽을 자랑한다 한번 캐보라고 권유하는 손에 이끌려 들어간 갯벌에는 생명이 숨쉬고 우주가 빛나고 내 삶이 평온하다 하나씩, 둘씩 손에 들어오는 쾌감에 나그네도 아낙네도 갯내음에 힘듬도 노랫소리 되어 서천갯벌에 살포시 자리 잡고 내려앉는다
허공을 밟고 선 바오밥 나무를 보았다 무게 중심이 아래쪽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잎 대신 줄기로, 줄기 대신 텅 빈 몸으로 중심을 잡고 선 나무 겹겹이 쌓인 모래바람으로도 제 속을 채우지 못해 죽은 자의 의식을 꽉 물고 무덤처럼 능선을 잡고 있었다 모래바람으로 휘어지는 허공은 능선과 나무사이 산 자의 족적을 찍듯 넓힌 숨을 한 줄씩 띄우면 말 없는 말들은 걷는 자리마다 푸르게 쟁여지는 생 그늘은 찢어질 듯 팽팽해졌다 모래바람으로 걷는 법을 아는 나무들 햇빛을 등뼈에 새긴 잎들은 칼날처럼 번득였고 어느덧 모래바람은 바오밥 나뭇가지에 죽은 자의 노래처럼 걸려있었다 맨발로 바오밥 나무의 그늘을 옮기는 허공은 한 음도 놓칠 수 없는 가지런한 모래바람의 리듬을 조율하며 먼 길을 걷는 중이었다
여명의 탯줄을 자르고 새벽잠에 빠진 귀뚜라미를 깨워 여행을 하고 싶다 목에 개줄 달아 앞세우고 어느 사막의 능선을 올라 장엄한 사막이 아침에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막여우는 귀뚜라미를 보고 입맛을 다시며 내 뒤에 붙어 물이 없이 죽을 시간을 재겠지 방울뱀과 전갈이 우릴 기다린 댓가를 요구할 거야 그러면 지금껏 살아온 듯 돈이 없다 말 할거야 치렁치렁 일곱을 온몸에 달고 팔십 육년 막걸리 하나로 사막을 걸어가신 아버지 그리고 그 짐을 놓고 능선에서 가쁜 숨을 쉬며 말했지 없다 굽히지 말고 깡으로 살라고 방울뱀과 전갈 그리고 사막여우를 가까이하지 말라 하셨는데 정작 막걸리는 이렇다저렇다 말씀이 없으셨다 주막 없는 사막을 어이 건너 갔을까 눈물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막걸리를 마시지 않아야 하다가 막걸리를 마시다가 사막을 본다 아버지가 걸어가신 황량한 사막을 보고싶다
밭고랑에는 아랫집 할머니 쪼그려앉아 무성한 잡초 쁩기에 구슬땀 아랑곳없다 느티나무 아래 그늘 옆집 할어니 손짓이 애탄다 돗자리끼고 물주전자 손에 든 채 녹음이 더 짙어가라 재촉하는 풀벌레소리는 농부의 일손에도 힘내라 응원한다 파랗게 솟아나는 들녁 보리베고 늦은 모내기 하는 윗집 아저씨의 농심에 희망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