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바다의 고혈을 쥐어짠 ‘탐욕의 카르텔’… 서천 S어촌계 수십억 착복 의혹 도마 위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충남 서천의 푸른 바다는 오랜 세월 거친 파도와 싸우며 살아온 어민들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신성한 생명의 터전이다. 하지만, 그 눈부시고 청정한 바다 이면에는 한 권력자의 끝없는 탐욕이 빚어낸 참혹한 비리 카르텔이 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S어촌계를 이끄는 A어촌계장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수십억 원대의 횡령과 리베이트 의혹은 지역 사회를 경악케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할 어민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어떻게 단 한 명의 무소불위 권력자를 위한 ‘추악한 사금고’로 전락했는가. 어민들의 피눈물을 자양분 삼아 기괴하게 쌓아 올려진 ‘탐욕의 제국’, 그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비위 의혹 실체를 매서운 시각으로 심층 해부한다. <편집자 주> ◇수십억 오간 ‘5년 비밀장부’… 지역 상권 목줄 쥔 ‘통행세 카르텔’ 의혹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치밀하고 악랄하게 설계된 ‘조직적 범죄’의 양상을 띠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등장했다. 바로 B업체가 전격 폭로한 ‘5년(2021~2025) 치 입출금 비밀장부’다. 이 장부는 권력을 쥔 자가 지역 상권을 어떻게 유린하고 자신의 발아래 두었는지를 적나라하게 증명하는 치욕의 항해 일지다. 장부에 기록된 자금의 규모와 흐름은 경악 그 자체다. 일반적인 어촌계의 재정 규모를 아득히 뛰어넘어, 마치 거대 범죄 조직의 ‘기업형 비자금 세탁’을 방불케 한다. 제보자에 따르면 2021년 한 해에만 거래처와 특정인 명의를 통해 무려 23억 원이라는 막대한 거액이 유입됐고, 2022년에도 21억 8천만 원이 흘러 들어왔다. 더욱 끔찍한 것은 돈이 빠져나간 경로다. ‘맨손어업인’과 특정인 D씨 등의 명의를 방패 삼아 2년간 수십억 원이 무더기로 인출되었으며, 추적을 피하기 위한 거액의 현금 인출이 쉴 새 없이 반복된 정황도 나왔다. 무엇보다 수의계약을 무기로 ‘조개 1망당 2천 원씩(1일 200~300개)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의혹은 분노를 자아낸다. 공적 조직인 어촌계가 특정 업체에 독점적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막대한 불법 자금을 거둬들였다면, 이는 마을의 권력이 사적 이익을 챙기기 위한 ‘통행세 징수처’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차명 계좌’와 ‘유령 계원’… 공동체를 파괴한 마피아식 수법과 경찰의 칼끝 권력에 눈이 먼 탐욕은 공동체의 근간마저 처참하게 짓밟아버렸다. 양식장 임차인 C씨를 향한 A계장의 뻔뻔한 요구는 마피아의 수금 방식을 연상케 할 만큼 파렴치하다. 보조사업 자부담금 900만 원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요구하며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입금하던가, 아니면 현금으로 주면 좋겠네’라고 지시한 대목은, 범죄의 고의성을 넘어 완전범죄를 꿈꾼 치밀한 은폐 시도다. 여기에 총 3억 7,387만 원의 임대료 중 어촌계 통장에 예치됐어야 할 1억 원은 연기처럼 증발했고, 차액 1,387만 원 역시 A계장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짙은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가장 경악스러운 대목은 마을의 핏줄을 끊어놓은 ‘위장전입’ 사태다. 본래 100명 남짓이던 원주민 계원 이외에 70~80명을 ‘유령 계원’으로 둔갑시켜 어촌계를 장악하려 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 조작된 권력 놀음으로 인해 진짜 어민들의 생명줄인 배당금은 반토막 가까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고, 유령 계원들로부터 걷어 들인 약 3억 원이라는 막대한 가입비마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처럼 은폐된 자금과 조작된 공동체 속에서 유령들이 어민의 미래를 빼앗는 참극이 벌어지자, 결국 서천경찰서가 전격적으로 수사의 칼을 빼 들었다. 경찰은 제보된 치밀한 거래 은폐 정황과 거액의 자금 횡령 의혹 등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소환, 썩어버린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강도 높은 수사에 돌입했다. ◇경로잔치 예산까지 꿀꺽?… 최소한의 도의마저 내팽개친 철면피적 도덕적 해이 여기에 비위의 흉측한 촉수는 굵직한 이권 사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어민들의 소박한 일상 구석구석, 가장 취약한 곳까지 그 검은 입을 벌렸다. 어민들이 매일 거친 바다와 싸우며 땀 흘려 적립한 노조 기금의 일부가 착복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지역 가공공장들이 마을의 발전을 기원하며 내어놓은 지역발전기금마저 어촌계 공금 통장을 우회해 A계장의 ‘개인 통장’으로 직행했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정부 보조사업인 어망 등 어업 필수 자재를 구매할 때도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어 막대한 리베이트를 챙겼으며, 하역 장비와 크레인 운영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정황까지 제기됐다. 무엇보다 지역 사회를 깊은 절망과 분노에 빠뜨린 것은, 마을 어르신들을 위로하는 경로잔치와 화합의 장인 행사 예산 집행 과정에서조차 리베이트를 착복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어촌계장이라는 공적 직분을 망각한 것을 넘어,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와 양심마저 쓰레기통에 내팽개친 끔찍한 도덕적 해이의 극치로 보인다. 투명한 자금 흐름을 확인하자는 어촌계 감사의 정당한 요구조차 철저히 묵살해 자료 제출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어민들의 답답함은 최고조에 달했다. 해당 어촌계 어민들은 “우리 생계와 직결된 자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는데도 감시조차 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관계 당국과 수사 기관이 즉각 개입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