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월이면 그 해 하반기의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된다. 내용에는 소비·투자 촉진 방안, 규제개혁 방안, 고용방안 등이 주로 담긴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지난 1일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 다음 달 초로 잡힌 일정을 한 달이나 앞당겼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밝힌 하반기 경제정책은 예상대로다.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침체 늪에 빠진 경제에 활력에 맞춰졌다.
거기에는 소비·투자 촉진 방안이 담겼다. 또 문재인 정부 집권초 내놓는 규제개혁 방안에다, 일자리 확대도 골자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이 다시 돌아오는 리쇼어링(U턴)기업에 대한 내용이다.
파격적 인센티브도 담고 있다. 물론 리쇼어링은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정책으로 추진돼 온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도 2008년 금융 위기를 교훈삼아 이를 실행한 지 오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우선주의를 고집하며 미국 기업의 U턴을 고집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리쇼어링을 지난 2017년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어 지난달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U턴을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었다.
이는 집권당의 4.15 총선 압승으로, 그 위력을 예상한 터라 리쇼어링을 재차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언급이후 정부도 U턴 기업 유치 확대를 카드를 꺼냈다. 현재 U턴 기업이 세제 지원을 받으려면, 해외 사업장을 청산·양도, 축소·유지하거나, 국내사업장을 신설·창업해야 했다. 이제, 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달라지는 것은 또 있다. 해외 사업장 생산량의 50% 이상을 줄여야 법인세·소득세를 감면받았지만, 이것도 폐지된다. 감면 규모역시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정해진다. 항만 배후단지 입주 기준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입액의 비중을 30%에서 20%로 하향 조정됐다.
재정지원도 있다. 국내 어디든 U턴 기업의 입지·시설 투자와 이전비용 등을 지원하는 보조금도 신설된다. 사업장당 비수도권은 200억원을, 수도권(첨단산업 한정)은 150억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취지는 백번 옳다.
그럴듯한 정책대로 성과가 있길 바란다. 또한 해외에 나갔던 기업들이 정책을 믿고 U턴해 오길 바란다.
그러나 결과는 미지수다. 국내의 기업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다. 리쇼어링을 놓고 기업과 정부의 간극은 2012년보다 더 나빠졌다. 한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 연설 이후 리쇼어링을 고려해보겠다는 기업이 고작 3% 수준이다. 지난 2012년도엔 4.7% 수준였다. 그저 극소수가 고려할 뿐이다.
한 언론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판박이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업들이 체감과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로 사업장을 옮긴 기업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라. 문재인 정부 들어 적잖은 불만의 소리를 들어보란 얘기다. 기업하는 사람들을 마치 범죄집단시하는 문제를 먼저 친다.
또 한결같이 ‘친 노조 반 기업정책’을 꼽고, 이어 ‘고임금’, ‘주52시간제’,‘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등 노동유연성에 질렸다’는 반응들이다.
한입으로 두말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엇박자 불신도 높다. 정부가 국내기업의 U턴을 기대면서, 집권당은 기업을 옥죄법 만들기에 분주하다.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와 법무부는 기업경영권을 제한하고 위축시키는 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 그 예다.
한국에만 있는 과도한 규제라해서 폐기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재추진이 하나다.
법무부역시 같은 날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을 전격 입법예고했다.
민주당은 기업공정거래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설명한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재계는 기업경영권을 제한 또는 축소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판한다.
법안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8년 국회에 넘겨졌다. 그러나 여당 일각과 야당, 재계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반대, 20대 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래놓고 해외에 나간 국내기업을 되돌아오게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에 활력을 넣겠다고 떵떵거리니,한 입으로 두말하는 격 아닌가. 그러니 기업들은 초긴장인데, 이게 싫다며 나간 국내기업인들이 돌아오겠냔 말이다.
만의하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 현대글로비스, SK(주), 한화 등 모두 24곳이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 된다.
개정안에 총수 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 대기업 상장사’에서 ‘20% 이상 상장사’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법 개정안 적용 대상에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업의 자회사(총수 일가 지분 50% 이상)까지 포함되면 무려 381개 기업이 공정위 감시 리스트에 추가된다.
기업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총수 일가 지분율을 낮추는 것뿐이다. 이들 기업 중엔 경영상의 필요나 효율성에 따라 내부 거래를 하고 있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10%대로 낮아지면 그만큼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외국기업만 좋은 일 시킬 수 있다. 외국기업이 몇 해 전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을 산 뒤,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한 예가 단적이다. 이 헤지펀드(투기자본)들은 여전히 국내 기업의 허점만 찾아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총수오너의 지분율이 낮아지면 헤지펀드들은 기업 지배구조를 공격하는 빌미가 되는 꼴이다.
이 법안은 대기업보다 코로나19개 시달리는 국내 중견, 중소기업에게 더 치명적이다. 그래서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다. 일부의 문제만 보고 조급하면 생사기로에 있는 우리 중견, 중소기업을 낭떠러지로 미는 격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재계와 충분한 대화를 이뤄 공감할 때 기업이 살고 경제가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