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엎드려도 아픈 소리 내지 않는
철로 위로 바깥 어둠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철컥 , 철컥 지나는 곡선과 직선는 포옹 할 수 없는
흐릿한 장막 같아, 멀어진 길이 만큼 안부의 간격은
불안한 미로였다
저, 묵묵한 마중은 미로를 찾는 일
기운 생각들이 저물어 돌아오는 시간
서천역에 졸고 있던 바람이 눈에 젖는다
몇은 눈발에 젖고
몇몇은 가족 품에 젖는다
지금,
젖는 다는 것은 오랜 지명 속으로 체온을 찾아가는
길이었으므로
떠나는 바람의 방향은 알 수 없으나
외울 수 있는 11시 58분 무궁화호
무궁화 향기에 젖는 역사는 순환하며 꿈틀거렸고
한 번도 허기진 삶을 연착하지 않는 서천역에는
흰 비늘 꽃이 사륵 사륵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