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충남 서천군 판교면 시간마을(현암마을)이 예술 플랫폼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군은 내년 2월 28일까지 기획전시 및 공모 선정 작가전 ‘유토피아적 플랫폼의 경계’를 판교 시간마을 일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유휴공간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시간마을 내 유휴공간을 예술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프로젝트다. 지난 6~7월에 진행된 전국 공모를 통해 총 83팀이 지원했고, 외부 심사를 거쳐 고보연, 고지은, 유기종, 이웅빈, 주기범, 허지예 등 6명이 최종 선정됐다. 작가들은 공간과 시간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해 3기에 걸쳐 전시를 선보인다. 1기 전시(8.1.~9.14.)에는 기획전시 작가 쑨지, 노동식과 함께 공모 선정 작가 이웅빈, 고지은, 유기종이 참여한다. 쑨지 작가는 미디어 설치, 노동식은 솜을 활용한 설치작업을 통해 공간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는다. 고지은, 유기종, 이웅빈 등은 각각 생태적 시선, 사진 매체, 공간 조형으로 주제를 풀어낸다. 2기 전시(10.1.~11.14.)는 허지예와 이웅빈이 참여하며, 이 기간 판교극장에서는 별도 기획전 ‘둔주: 그림자가 된 전통’(9.2
2025-08-18 권주영 기자어렸을 때 산이 울었다 모깃불 옆에 잠드는 졸음에 실려 은은하고 처량히 시집와서 굶어 죽은 며느리가 보릿고개 지나면 나와 운단다 아주 먼 데서 배고파 우는 구슬픈 징 소리처럼 엄니 가슴에서 산 울음 운다 배고프지 않아서는 들을 수 없는 울지 않는 산 포만감에 졸며 밤에 주저앉아 있다 아쉬울게 없는 요즘 산은 울지 않고 내 가슴만 쓸어 내린다
2025-08-18 최명규 원장(서천문화원장/대한민국예술명인)탱자꽃 새 하얗게 속눈섭을 새울 때 초록빛 사이사이 날아드는 작은 새들 울언니 시집가던 날 탱자 나무 울타리에 쪼그려 앉아 눈썹이 젖도록 서럽게 울었지 먼곳으로 둥지 찾아 떠나는 새들을 바라보며 한숨 짓던 아버지 모습 아버지 굳은 등짝에 초록빛 가시가 듬성 듬성 돋고 있었지
2025-08-08 양화춘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서림회원)낯선 방을 독대하는 저물녘 창밖의 어둠을 끌어당겨 방 안의 고요는 팽팽해졌다 흔들림은 엉거주춤했으므로 저 이어진 복도는 세상으로 가는 길 만나거나 헤어지거나 이어진 길은 모두 애증의 덫 집착이거나 유혹이거나 오롯이 흔들려도 부대낀 허기로 남아 어둠을 견딜 때 허공에 펄럭이는 길은 다시 미로 같았으니 방 안에 갇히지 않으려 보일 듯 말 듯 들릴 듯 말 듯 방문을 두드리는 별빛들이 수척해졌다
2025-08-03 김도영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서림회원)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고요하던 세상이 화들짝 놀라서 커다란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켠다 아직도 동이 트려면 먼 시각 하늘의 별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숨바꼭질을 한다 이슬 맺힌 새순을 반갑게 맞이하며 부지런을 떠는 히야신스꽃 봉오리 마냥 살며시 고개를 들어본다 촉촉해진 눈망울 사라지는 별들 붉어오는 먼산주름 너머 잔잔히 불어오는 새벽을 깨우는 미풍이 쿵쿵거리며 대지를 깨운다 조용한 산골의 아침을 그대 향한 미소 가득 담고 내가 길을 가고 길이 나에게 온다
2025-07-23 강정옥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서림회원)화단에 해바라기를 심었더니 태양이 화단에 가득 차 있다 피는 것은 아픈 거라고 까만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해바라기 야위어 갈수록 흙담처럼 흘러내린 눈동자를 털어낸다 눈 감으면 사라지고 누군가 쌓아 놓은 것들은 아프지 않으면 영혼을 잃어버린다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인디언들 씨앗은 힘이 세다고 씨앗 주머니를 차고 다닌다 초록,노랑,빨강 해마다 허락도 없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가 보다 죽은 씨앗을 입김으로 불어 밑바닥 온기를 모아 햇볕에 던져 나는 힘센 화단에 소소한 밀알이 된다
2025-07-12 김한중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장)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고요하던 세상이 화들짝 놀라서 커다란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켠다 아직도 동이 트려면 먼 시각 하늘의 별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숨바꼭질을 한다 이슬 맺힌 새순을 반갑게 맞이하며 부지런을 떠는 히야신스꽃 봉오리 마냥 살며시 고개를 들어본다 촉촉해진 눈망울 사라지는 별들 붉어오는 먼산주름 너머 잔잔히 불어오는 새벽을 깨우는 미풍이 쿵쿵거리며 대지를 깨운다 조용한 산골의 아침을 그대 향한 미소 가득 담고 내가 길을 가고 길이 나에게 온다
2025-07-06 강정옥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회원)아무리 엎드려도 아픈 소리 내지 않는 철로 위로 바깥 어둠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철컥 , 철컥 지나는 곡선과 직선는 포옹 할 수 없는 흐릿한 장막 같아, 멀어진 길이 만큼 안부의 간격은 불안한 미로였다 저, 묵묵한 마중은 미로를 찾는 일 기운 생각들이 저물어 돌아오는 시간 서천역에 졸고 있던 바람이 눈에 젖는다 몇은 눈발에 젖고 몇몇은 가족 품에 젖는다 지금, 젖는 다는 것은 오랜 지명 속으로 체온을 찾아가는 길이었으므로 떠나는 바람의 방향은 알 수 없으나 외울 수 있는 11시 58분 무궁화호 무궁화 향기에 젖는 역사는 순환하며 꿈틀거렸고 한 번도 허기진 삶을 연착하지 않는 서천역에는 흰 비늘 꽃이 사륵 사륵 쌓였다
2025-06-27 김도영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