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조그마한 생명이 숨을 쉬며 허리를 편다 기차타고 내린 서천역에서 버스타고 달려온 송석 바닷가 질펀한 갯벌에서는 갈매리떼 끼룩끼룩 즐겁게 노래부르고 숨구멍을 내밀며 올라오는 동죽사이 무지개 되어 내려오는 물총들 밀려가는 썰물과 함께 바구니에 갈고리를 손에 든 아낙네들 질펀한 갯벌에 한 자리씩 자리하고 연신 움직이는 눈동자와 손들 한 손엔 갈고리를 들고 또 한 손에는 뻘 속에 보이는 동죽을 줍고 조금씩 쌓여가는 바구니를 물길에 흔들흔들 흔들어서 망태기에 넣어 넓은 갯벌 한자리 내어준다 어디선가 들리는 노랫소리에 저마다 흥얼거리며 힘든 한숨을 내뱉고 외지에서 온 객을 쳐다보는 눈에서는 서천의 보물 동죽을 자랑한다 한번 캐보라고 권유하는 손에 이끌려 들어간 갯벌에는 생명이 숨쉬고 우주가 빛나고 내 삶이 평온하다 하나씩, 둘씩 손에 들어오는 쾌감에 나그네도 아낙네도 갯내음에 힘듬도 노랫소리 되어 서천갯벌에 살포시 자리 잡고 내려앉는다
대나무처럼 곧은 절개를 자랑하며 하늘로 올라가더니 머리에 커다란 수술 달고 팔다리에 수염 나기 시작 한다 연노랑 수염이 검붉은 수염으로 자라나고 알알이 굵어져 몸집을 키우더니 살랑이는 바람에 춤을 추는 잎사귀 바스락 바스락 합창소리 아름답다 길게 늘어진 수염이 이제는 나를 데려가라 손짓하고 두툼한 가녀린 손끝에서 툭 끊어지는 소리 한겹 한겹 푸르름을 벗어내면 알록달록 아름다운 점들이 자태를 드러낸다 커다란 아궁이에 시뻘건 불을 친구삼아 바글바글 삶아주는 솥단지에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사우나에 몸을 맡기며 맛있게도 익어간다 옥수수 수염차 사이에 찐득 쫀득 옥수수 수염차 한잔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신선이다 투박한 손들 사이에 영농한 아름다운 옥수수가 뜨거운 태양빛을 받아 알알이 탐스러운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