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것을 보면 각 잡고 사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모서리의 힘이 필요했으므로
각의 힘을 빌려 ㅁ처럼 사셨다.
때때로 달을 보면 먹먹해지는 날
먹먹함을 말아 올린 담배 연기에
동그라미를 그려 하늘로 보내곤 했다.
얼 만큼 동그라미를 그려야 둥근 하늘이 될지 모른 채
ㅁ의 문을 열고 나가면 ㅇ를 만날 수
있는데 아버지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둥근 것들의 안부만 물어가며
그 흔적마저 지우고 사셨다.
태양이 오후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 시간
미움이 마음이 되는
아니, 아니 마음마저 까맣게 놓쳐버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