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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 고장의 향토 작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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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凍土)>의 작가 박경수는 자전적인 소설에 보이는 대로 전형적인 농가에서 태어나 학력은 국민학교 졸업이지만 독학으로 성장한 놀라운 문학인이다.

 

작가는 1930년 우리 고장 충남 서천(逝川) 한산(韓山)에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14세에 소학교를 마치고 농사짓기에 땀을 아끼지 않는 한편 밤을 낮삼아 피나는 독학을 해나갔다.

 

고학으로 20세에 국민학교 교사자격 검정시험에 합격하여 국민학교 교단에 서게 되었고, 국민학교 교사로 만족할 수 없던 그는 중학교 교사자격 검정시험에도 합격하면서 중등학교의 교단에 설 정도로 목표에 대한 작가의 성취욕이 강하였다.

 

작가의 소설 <동토(凍土)>은 흙에 뿌리내리고 자라며 살아온 곳을 거룩한 땅으로 알고, 작가는 아무런 가식이나 과장 없이 떳떳하게 돌이켜보고 서술해 나가는 점에서 작가의 강인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강문호는 날품팔이를 하는 아버지와 삯베를 짜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을 끝마치고 나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영숙이네 집에 가곤 했으나 영숙이 어머니에게 밥을 많이 먹는다하여 자주 핀잔을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끼니를 이어갈 정도로 가정형편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학교 모교에 급사로 있으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여 검정고시를 치러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얻기에 이른다. 부임지에서 모교의 선생님이었던 양선생을 만나게 된다.

 

이후 양선생의 등장은 강문호의 인생의 한 축을 이루게 되고, 멘토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게 된다.

 

그러나 강문호의 성장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이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급사로 성장하면서 도둑 소년에 대한 폭행을 가하게 되는데 이는 사디즘의 형태로 띄게 된다.

 

이는 주인공이 급사로의 지위 상승을 이루게 되지만, 주인공은 지배관리가 가능한 하위계층에 대해 피학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또한, 강문호는 하위계층에서 상승해가던 사람으로서 자신의 과거였던 사회적 약자에게는 배려가 없었다.

동토의 작가 박경수는 주로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계층 간의 갈등과 충돌 등 심각한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춘 주제를 다루었다고 한다.

 

작가는 아마도 소설 동토의 주인공 강문호를 통해 계층 간의 괴리가 가져오는 상황에서 주인공의 내면이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하숙하고 있는 부유한 자모 회장의 딸인 여대생 혜경이 강문호에게 호감을 가지고 접근한다.

 

그러나 그녀는 집안의 정혼자인 도시사 아들 성낙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강문호는 혜경의 집요한 접근으로 사귀게 된다.

 

이러한 혜경의 일방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강문호는 빈부격차로 인하여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계층갈등은 시종일관 주인공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결국은 두 사람은 혜경 부모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은 이루지 못하지만 동거하기에 이르고 혜경의 어머니는 강문호와 자신의 딸인 혜경에게 집, 전답 등의 물질적인 면에서 많은 지원을 해준다.

 

자신에게 필요 이상의 부가 안겨졌을까? 강문호는 진정한 혜경이의 마음과는 달리 부유한 혜경이 집안의 배경으로 자신의 성공을 이룩하고자 했지만, 그의 가난과 열등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동거 이후 방황과 술로 여전히 내면적 갈등 속에 지낸다. 혜경과의 진정한 결합, 즉 정신적 및 정서적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내면적 갈등 속에 갇히고 만 셈이다.

 

그 와중에 무척 힘들었던 탓이었을까? 임신하였던 혜경이가 유산되고 불행히도 세상을 뜨고 만다.

 

그 뒤 강문호는 양 선생과의 재회로 도움을 받으며 차츰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소설의 줄거리이다.

 

우리 고장 출신의 농민작가이며 우리 고장의 향토색이 짙은 배경이어서 애착이 더 하였고 주로 사실적이고 격 없는 대화체의 글로 구성되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당시 농민들의 참상은 어떠했는가? 봉건 사회의 제도적・구조적 허구성이 농촌사회에 강요했던가? 농민들이 농촌사회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던 점에 대한 호소 등은 현실의 농촌사회와 견주어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줄 것이다.

 

박경수 작가는 전통사회로서의 농촌실태를 재현해 내며 인간애를 형상화하는 귀소(歸巢)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크게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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