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 [서천 문단(文壇)] 가을의 그림자(秋影)
높은 빌딩, 그 가장 높은 끝에서 여름을 떠나보내는 매미의 울음이 바람 속에 가늘게 흩어진다 저 매미는 외로움을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토해내고 있다 이 여름 끝자락을 붙잡으려는 아니, 보내지 않으려는 마음이 더 깊어서일 것이다 제 짝을 찾지 못한 채 못내 아쉬움 품은 목청이 오늘따라 더 절절하다 구애의 소리 속에 스며 있는 노총각 매미의 처량한 생을 보라 그 울음의 마지막 고개를 넘을 즈음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도시의 유리창을 타고 스며들고 햇살은 빛을 덜어내어 하늘을 한층 멀게 한다 구름 그림자는 골목을 길게 끌며 발끝에까지 내려와 머물고 가을은 아직 문턱에 있으나 그 그림자는 이미 내 마음 깊숙이 내려와 여름의 뜨거운 숨결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지우고 있었다
- 박강현 시인(한국문인협회 서림지부 회원)
- 2025-11-30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