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서천] 조주희 기자
[앵커]
관광객과 지역주민, 심지어 아이들까지 다녀가는 전시 공간에 성매매 업소를 연상케하는 ‘떡전’이라는 은어가 사용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주민 주도의 다목적 문화시설로써 역사‧문화의 중심 공간을 조성하겠다던 충남 서천군의 ‘장항의집’의 역사 전시회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군은 곧바로 해당 내용을 지우고,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점 등을 인정했습니다.
앵커리포트입니다.
[기자]
얼마 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다녀간 장항의집 2층 전시회장.
전시관 벽면에 옛 장항제련소를 추억하는 글귀가 적혀있지만, 몇 군데는 페인트로 덮여 얼룩덜룩한 모습입니다.
이 벽면에는 ‘떡전골목’과 ‘아가씨’라는 단어들이 노골적으로 사용되며 옛 추억을 회상하듯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떡전골목’은 서천군의 옛 장항제련소 인근 성매매 업소들이 모여 있던 곳을 칭하는 은어로, 현재는 모두 사라진 곳입니다.
5-60년 전 장항제련소와 함께 장항읍이 부흥했던 시기를 기억하는 주민은 ‘떡전골목’이 담긴 내용을 전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박희순 / 서천군 장항읍 주민
옛날에 우리는 알지. 여기 살았기 때문에. (떡전골목은) 추억은 아니고, 장항이 옛날에는 인구도 많고 북적북적하고 (이런 게 추억이지.) 아이들도 보니까 (걱정되죠.)
지난달 31일, 해당 전시회를 관람한 서천주민자치참여연대 측은 참여연대 게시판에 전시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참여연대는 “전시관 벽면이 온통 ‘떡전골목’ 이야기 뿐”이라며 어린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들르는 공간임에도 이런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문제가 된 <빛의 서사> 전시회는 지난 7월 장항의집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한 역사연구 단체에서 ‘회상’을 주제로 마련한 기획 전시입니다.
군은 민원이 들어온 직후 논란이 된 내용을 바로 삭제했으며, 전시회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불찰을 인정했습니다.
서천군 관계자
저희가 토요일에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다음날 지웠어요. 그래서 현재는 다 떼어진 상태인데 그동안 그 문제에 대해서 인식을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불찰을 인정하고...
하지만, ‘여성이 안전한 서천’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성평등을 이뤄내겠다는 목표와 달리 상반된 내용의 전시회가 지난 7월부터 지속된 것은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sbn뉴스 조주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