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도 살아도
잊혀지 않는 게 있더라
흘러가는 구름 속 청춘의 눈물 씻던 하늘과
서쪽 바다, 쪽빛 노을의 일렁이는 고요와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푸르름 떠나지 않는 동산이 그러하고
호숫가에 아름아름 피어나는 안갯속
굴곡진 삶의 자유가 그러하다
살아도 살아도 그리운 것이 있더라
먼 산
밤마다 울어오는 소쩍새며 풀벌레며
애 닮던 그 의미를 가늠할 수 없어
뒤척이던 밤이 그러하고
해 질 녘
얼기설기 삼대 울타리처럼
산마루에 걸터앉자
사라진 뭇별의 이야기를 노래하던 동무들이 그러하다
눈처럼 시린 달밤이면
초가지붕에 하얀 박꽃들의
웃음소리가 그러하고
쑥 향기 가득한 한 여름밤
강냉이의 가지런한 청초함이 그러하다
살아도 살아도 길이 되는 길
내 고향 ‘서천’ 길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