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교용의 정론일침] 서천군 광역의원 2석 사수는 ‘생존권’ 투쟁이다

  • 등록 2026.03.26 14: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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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이 벼랑 끝에 섰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인구 5만 명 붕괴라는 뼈아픈 현실을 마주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책임을 온전히 지역이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현행 공직선거법의 기계적인 인구 기준에 따라, 현재 2명인 광역의원 정수가 1명으로 반토막 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서천군은 광역의원 선거구 유지를 위해 전 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대적인 서명운동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이는 단순한 정치 권력의 밥그릇 지키기나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 유지가 결코 아니다.

 

지역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낭떠러지 앞에서, 최소한의 방어막이자 정치적 생명줄만은 끊지 말아 달라는 5만여 서천군민의 피맺힌 절규이자 생존권 투쟁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표의 등가성(1인 1표)’과 인구 비례의 원칙은 훼손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엄격한 잣대를 인구 절벽이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 내몰린 농어촌 지역에까지 획일적으로 들이대는 것은 가혹한 탁상행정이자 다수의 횡포에 불과하다.

 

수백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과 농업, 어업, 고령층 복지 등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지역 현안을 단 한 명의 도의원이 온전히 감당하라는 것은 사실상 지역 대표성을 포기하라는 선언과 다름없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의 1석과 인구가 넓게 분산된 농어촌의 1석은 그 물리적, 행정적 무게가 천양지차다.

 

인구가 적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생활권, 지리적 여건, 교통망, 행정구역이라는 ‘비인구적 요소’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또 다른 핵심 가치인 ‘소수자 보호와 지역 간 균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처사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광역의석수 축소가 불러올 끔찍한 연쇄 작용과 파국적 결말이다. 정치적 대변자가 반토막이 나면 충남도정에 참여할 기회와 발언권은 치명적으로 약화할 수밖에 없다.

 

목소리를 낼 창구가 좁아지면 이는 곧바로 지역 발전을 위한 도비 및 국비 예산 확보의 실패와 직결된다.

 

예산이 줄어들면 교육, 의료, 문화, 교통 등 지역의 필수 정주 인프라는 더욱 빠르게 붕괴할 것이며, 이는 결국 청년층을 비롯한 더 큰 인구 유출을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즉, 인구 감소를 이유로 정치적 권리를 빼앗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 다시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소멸의 악순환’으로 지역을 강제로 밀어 넣는 꼴이다.

 

국가가 앞장서서 농어촌의 숨통을 조이면서, 어찌 단상 위에서 국가 균형발전과 화려한 지방시대를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벼랑 끝 위기감 속에서 서천군과 서천군의회가 뜻을 모아 사회단체, 유관기관과 손잡고 마을 단위까지 주민 참여를 독려하며 서명운동에 나선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처절한 자구책이다.

 

이장단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4월 1일까지 들불처럼 번져나갈 이번 범군민 서명운동은, 단순히 숫자를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서천이라는 공동체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풀뿌리 연대의 상징이다.

 

이는 행정 편의주의와 수도권 일극 주의에 갇힌 중앙 정치권을 향해,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와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 엄중한 경고장이기도 하다.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서천군의 외침에 응답하고 결단해야 할 차례다.

 

수도권 집중의 병폐를 해소하고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실현하려면,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광역의회에 지역의 절박한 목소리가 닿을 수 있는 통로부터 확고히 보장해야 한다.

 

서천군의 절규는 비단 서천군만의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소멸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 모든 농어촌 지자체의 공동 과제이자 국가적 숙제다.

 

국회와 행정안전부는 서천군민의 핏발 선 요구가 담길 서명부와 건의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단순한 숫자놀음에 매몰된 현재의 선거구 획정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인구 소멸 지역의 특수성을 깊이 반영하여 최소한의 지역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공직선거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

 

농어촌의 앙상한 정치적 목소리마저 무참히 지워버리고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균형발전은 결코 담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권교용 발행인(서해신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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