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문단(文壇)] 그늘 옮기는 지혜

  • 등록 2025.05.18 16: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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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피고 지는 것이 어디 나무뿐일까?

굽은 나무 아래 살려면

내 몸이 뒤틀려야 하는 것인데

 

어린 내게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굽은 나무는 그늘을 옮기는 바람을 봐야 하고

새의 그림자를 읽어야 한다고

넘치면 넘어지는 법이니

둥글게 구르며 살아가라고 하셨다

 

그늘의 공식을 잊고 살아서 였을까

나는 새의 날개를 꺾기도 했고

비 오는 날은 숲속의 어둡고 습한 방언을 듣기도

했고 나뭇 가지들의 삭히지 못한 이야기는

빗소리에 묻어 두곤 했다

 

잎은 빗소리를 달고 자랐고 질서가 바뀐 순간

서늘한 목이 잘려 우듬지를 넘어설 수 없으나

 

그래도 네 이름이 아름다운 건

유배당한 젊음에 햇살 들어 푸르기 때문이었다

 

멀어진 나무의 푸르름을 손 끝으로 만지면

쌓아 온 볕들이 하나씩 부러졌고

눈 부신 조각들은 다른 시간에 사는 것뿐 같은 공간에

서 있는 것이었다

 

물과 불이 그랬듯

곧는 나무와 굽은 나무의 공식은

낮아지고 작아져 모든 그늘을 용서하는 일이었다

김도영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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