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서천군의회 제325회 임시회가 파행되었다.
김경제 의장이 숙부상을 이유로 사전에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참한 김기웅 군수의 군의회 불참이 의회를 상호 보완적인 협력관계가 아닌 수직적 상하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군수의 의회 경시 풍조를 이유 삼아 의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이 시간 군정 질의와 답변을 듣기 위하여 컴퓨터를 켜고 대기하고 있던 군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군수의 의회 경시 풍조를 힐난하던 군의회 의장은 대의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정작 주권자인 군민들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회의 속개를 기다리던 군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
김아진 부의장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하여 집행부에서 일방적으로 불참을 요청하면 받아 들여야 되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의회의 권위주의이다.
군의회 기본조례에서도 군수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출석하게 되면 사전에 사유서를 제출하고 관계 공무원에게 대리 출석·답변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군수는 숙부상(叔父喪)을 사유로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관계 공무원들을 통하여 충분히 의회에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군수가 직접 찾아와 양해를 구하지 않아서 괘씸죄에 걸린 것인가? 김아진 부의장의 표현대로 군수가 출상(出喪) 중에, 군의회에 찾아와 직접 양해를 구해야 속이 시원했을까? 이런 사고방식이 군의회 자신들이 주장하는 집행부와 의회 간의 수직적 상하관계 아닌가?
군민들의 눈에는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 합심하여 서천군 발전을 위한 시책개발에 몰두하지는 못할망정, 서로 자기들이 잘났고, 자신들의 권위가 더 높다고 싸움박질하고 있다고 보일 수밖에 없다.
숙부상을 당한 상주(喪主)에게 아침에 발인제만 보고 의회로 달려와야지 무슨 소리냐는 식의 발언은 어이가 없어도 한참 없다.
물론 군수가 아무런 사유도 없이 핑곗거리를 대며 의회에 출석하지 않았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군수가 상중(喪中)임을 잘 알면서도 군수의 불출석을 이유로 군의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서천군의회가 과연 잘한 일인지 따져 묻고자 한다.
어차피 사전에 질문지를 돌려서 답변서를 읽어 나가면 되는 일을 부득이한 사유로 부군수가 출석하여 답변하겠다는데 그것이 군의회를 파행으로 몰고 갈 정도로 심각한 의회 경시인가? 어차피 다음날 군수는 의회에 출석하여 질의에 답변할 것이고, 군수가 답변 전 상중에 의회에 출석하지 못한 점을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될 일 아닌가?
그런데도 굳이 군의회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군의회를 경청하고자 컴퓨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많은 군민을 외면한 채 정회 선포 후 파행으로 몰고 갈 일이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물론 군수는 군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5만 군민 앞에 군정을 설명해야 할 성실한 의무가 있다.
그러나 관혼상제와 같은 특별한 사유로 부득이 의회에 불출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를 두고 개인적인 사유를 들어 참석하지 않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라고 힐책할 수 있는가?
향후 군의원들은 병원에 입원했다가도 의회가 열리면 출석해야 하고, 부모상을 당해도 장례 도중 군의회가 열리면 출석할 것인가?
가장 중요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군의회가 5만 군민들이 컴퓨터 앞에서 의정활동을 살펴보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 임의로 회의를 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5만 군민을 경시하는 풍조이고, 5만 군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이다.
더더욱 서천군의회 기본조례에 규정된 사안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군수가 일방적으로 의회에 불참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군수는 조례 규정에 따라 분명히 사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부군수가 대리 출석하여 답변하도록 조치했으며, 의회에도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집행부의 의회 경시 풍조가 아니라 의회가 집행부에 보이는 권위주의이고, 의회 지상주의의 한 단면이다.
서천군의회 김경제 의장은 이번 군의회를 파장으로 이끈 책임을 지고 군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군민 위에 군의원이 군림하는 것이 아니고, 군의원들은 군민들의 대리인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