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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교용의 정론일침] 혈세 150억 날리고 골목상권 숨통 조인 ‘최악의 탁상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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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의 문화예술계와 지역 경제 전반이 참담한 절망과 분노의 늪에 빠졌다.

 

장장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서천군민과 지역 예술인들이 간절히 품어온 ‘서천문화예술회관 신축’이라는 찬란한 꿈이, 예산 부족을 핑계 삼은 행정의 매몰찬 가위질 앞에 처참히 찢겨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신축 사업 백지화는 단순한 문화예술 인프라 상실을 넘어, 지역 내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의 위축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와 골목상권마저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맹렬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천군은 지난 3일, 당초 202억 원으로 추산됐던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비가 474억 원으로 폭증함에 따라 신축 사업을 전면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군은 그 대안으로 건립된 지 38년이 지난 기존 ‘문예의 전당’을 리모델링하고, 매년 10억 원의 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신축을 포기함으로써 확보된 재정 여력은 농어촌 기본소득 등 복지와 안전을 비롯한 민생에 투입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곁들였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군의 이러한 결정 이면에 수백억 원의 막대한 손해를 군민의 피땀 어린 혈세로 틀어막으려는 무책임한 ‘계산기 행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가장 크게 묵과할 수 없는 대목은 공사 중단으로 인해 허공에 증발해 버릴 천문학적인 매몰 비용이다.

 

서천문예회관 신축 정상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미 투입된 매몰 비용 약 23억 원에 더해 반납해야 할 도비 98억 원, 그리고 시공사 측에게 물어주어야 할 막대한 계약 배상금(12억~50억 원 추산)을 합치면 무려 150억 원에 육박하는 금쪽같은 재원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

 

15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길거리에 버리면서 절감한 예산으로 민생을 살피겠다는 군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에 찬 옹색한 변명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군이 대안으로 내놓은 ‘리모델링’이라는 미봉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건축 전문가들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내구연한은 통상 40~50년에 불과하다.

 

이미 건립 38년 차를 맞이한 낡고 병든 건물에 거액을 들여 화장을 고친다 한들, 이는 붕괴의 시간을 잠시 늦추는 위태로운 땜질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몇 년 후면 다시 허물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신축해야 하는 중복 투자의 덫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번 사태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대형 SOC 사업이 백지화됐다는 점에서 서천군 경제 전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문화예술회관 건립과 같은 대형 공공 인프라 구축 사업은 하도급 업체, 자재 공급망, 건설 장비 임대업 등 지역 건설 생태계에 피를 돌게 하는 핵심 동력이다.

 

당장 대규모 공사가 중단되면서 지역 건설 경기가 급격히 냉각된 것은 물론, 현장 인력 유입 감소로 인해 주변 식당가와 공구상, 철물점, 숙박업소 등 골목상권을 지탱하던 영세 자영업자들의 매출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건설 사업 위축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며, 가뜩이나 내수 침체로 고통받는 서천의 밑바닥 경제에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사형 선고를 내린 격이라는 원성이 골목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분노한 서천 문화예술인들과 지역 주민들은 군의 결정을 “군민을 설득하려는 최소한의 의지조차 내팽개친 기만행위”라며 대대적인 군민 서명운동의 불씨를 당겼다.

 

추진위는 성명서를 통해 “예산이 부족하지 않은 지자체가 어디 있느냐,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행정의 본분”이라며 뼈아픈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군을 향해 낡은 문예의 전당 리모델링에 따른 정확한 내구연한과 안전사고 책임 소재 규명, 소규모 전용 공연장 건립에 대한 실현 가능한 조달 방안 제시, 150억 원에 육박하는 손실 비용을 무고한 군민 세금으로 전가하는 행위의 즉각 중단 등 세 가지를 엄중히 천명했다.

 

예술인들은 “아무런 잘못 없는 군민과 지역사회가 왜 이 끔찍한 오판의 대가를 짊어져야 하느냐”며 손해배상액을 군 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에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150억 원의 매몰 비용을 허공에 날리며 지역 경제의 숨통마저 조이고 있는 서천군이 비판 여론을 수용해 ‘신축 정상화’라는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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