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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천 고향을 구원하는 ‘50만 원의 기적’… 출향인 최한철 씨의 위대한 3년의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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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 시대에 잊혀진 농촌 마을에 띄우는 가장 화려하고 따뜻한 위로이다
“거창한 구호보다 꾸준한 기억이 중요”… 지방소멸에 맞서는 애향심의 재정의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가을의 문턱,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의 풍요로움 이면에는 ‘지방소멸’이라는 서늘한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도시로 청년들이 떠난 자리, 시골 마을에는 깊게 패인 주름과 헛기침 소리만이 공허하게 맴돈다.

 

하지만 이 삭막한 단절의 시대에, 단돈 50만 원으로 거대한 자본주의가 주지 못하는 ‘연대와 구원’의 기적을 매년 쏘아 올리는 이가 있다.

 

충남 서천군 기산면 출신의 출향인 최한철 씨.

 

그는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기산솔바람공동체후원회에 50만 원을 쾌척하며 3년 연속 나눔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그의 기부는 단순한 구휼이 아니다. 이는 고향의 온기를 지켜내려는 치열한 문화적 방어 기제이자, 고단한 삶을 버텨내는 어르신들을 향한 가장 화려한 찬가다.

 

물리적 단절을 뛰어넘어, 마음의 탯줄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는 최한철 씨와 서면을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50만 원’을 3년 동안 이어갈 수 있는 동력에 대해 “거액을 내놓는 분들에 비하면 제 정성은 보잘것없는 물방울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물방울이 모여 파문을 일으킨다고 믿는다”라며 “화려한 도시의 불빛 아래서 바쁘게 살아갈 때도, 눈을 감으면 언제나 내산정리의 고즈넉한 풍경이 아른거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절에 내려간 고향은 활기를 잃고, 홀로 남은 어르신들의 굽은 등만 남아있었고 그 쓸쓸한 풍경을 목도한 순간, 제가 받은 고향의 넉넉한 품을 어떻게든 갚아야겠다는 일념 하나가 가슴에 박힌 것이 흔들리지 않는 유일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또한, 출향인으로 바라보는 고향의 현실과 이 기부금이 만들어낼 변화에 대해서는 “청년이 사라진 고향은 마치 뿌리 잃은 나무와 같다. 저는 제 기부금이 그 메마른 뿌리를 단숨에 살려낼 마법의 물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다만, ‘당신들은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홀로 명절을 보내실 어르신들의 텅 빈 방바닥에 작은 온기가 돌고, 그 온기를 통해 고향이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살아 숨 쉬는 안식처임을 증명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애향’이라는 단어가 점점 퇴색되고 있는 ‘물질 만능주의 시대’를 맞아 고향의 의미에 대해 그는 “저에게 고향은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품고 있는 ‘영혼의 베이스캠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아무리 빠르고 화려하게 변해도, 우리가 돌아갈 마음의 고향이 사라진다면 그 삶은 지독히도 가난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거창한 약속보다는, 잊지 않고 꾸준히 안부를 묻는 자식의 마음으로 나눔을 이어가 저의 이 작은 외침이 또 다른 출향인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경쾌한 노크 소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고향을 살리는 힘은 크기가 아닌 ‘지속성’에 있다는 그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매섭고도 따뜻하게 꼬집는다.

 

그의 나눔이 남긴 의미는 고독과 소외감에 시달리는 농촌 어르신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고 소액 기부의 지속성을 보여줌으로써 타 출향인들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으며 잊혀져 가는 ‘고향’이라는 공간을 현재 진행형의 가치로 격상할 수 있다.

 

그가 매년 보내는 50만 원은 지폐가 아니라, 고향의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하고 눈부신 폭죽이다.

 

소멸해 가는 우리네 고향을 진정으로 구원하는 것은 정책 입안자들의 화려한 청사진이 아니라, 잊지 않고 뒤를 돌아보는 누군가의 끈질긴 다정함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당신을 키워낸 마음의 고향과 그곳에 남겨진 이들을 위해 어떤 따뜻한 기억을 떠올려 보시면 어떨지.

프로필 사진
권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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