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마량리 앞바다가 무책임한 개발 논리와 얄팍한 비용 절감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며 시커먼 절망의 빛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옛 서천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잃어버렸던 아름다운 옛 동백정 해수욕장의 명성을 되찾겠다던 야심 찬 복원 사업이, 총체적 부실과 기만행위로 얼룩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분진과 소음을 묵묵히 감내하며 오직 맑은 바다가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했던 지역 주민들에게 작금의 사태는 단순한 실망을 넘어 씻을 수 없는 배신감과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주민 대책위원회가 고발한 복원 현장의 실태는 실로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투명하고 눈부신 은빛 모래가 채워져야 마땅할 해수욕장 터에는 보령 남포 등지에서 파온 출처 불명의 시커먼 뻘덩어리가 마구잡이로 쏟아지고 있다.
청정 해변의 부활을 꿈꿨던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악취가 진동하는 진흙밭에 파묻힐 처지에 놓인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대목은 발전소의 거대한 기초 콘크리트 잔재물과 수명이 다한 지하 구조물들이 온전히 철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땅속에 암매장되고 있다는 의혹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한 채 미래 세대에게 썩어가는 환경 재앙의 씨앗을 은폐하여 떠넘기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생명의 기운으로 넘쳐야 할 바다를 되살리겠다면서, 이른바 ‘복원’을 빙자해 생태계 파괴를 노골적으로 방조하는 거대한 재앙의 전주곡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버젓이 자행된 근본적 원인은 밀실 행정과 비상식적인 관리·감독의 부재에 있다.
철거 단계에서는 구색 맞추기식으로 감리를 두었으면서도, 정작 가장 세밀하고 엄격한 감독이 요구되는 ‘복원’ 단계에서는 책임 감리를 통째로 누락했다는 주장은 가히 충격적이다.
감시의 눈길이 사라진 틈을 타 오직 ‘원가 절감’이라는 맹목적인 목표를 위해 공기업이 주민의 안전과 자연환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꼴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공기업의 행태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준의 후진적 밀실 행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주민과의 핵심 약속이었던 ‘종합 해양 리조트 건립’마저 예산 절감을 핑계 삼아 슬그머니 설계도에서 지우려는 움직임은 주민에 대한 철저한 무시와 우롱의 정점을 찍는다.
동백정 해수욕장 복원과 리조트 건립은 단순한 선심성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다.
이는 국가 전력 생산이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수십 년간 맑은 공기와 깨끗한 바다를 빼앗긴 채 생존권과 건강권을 위협받아 온 서천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자 국가적 맹약이었다.
이를 하루아침에 비용 문제를 들먹이며 백지화하겠다는 것은 공기업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마저 저버린 처사다.
참다못한 마량리 주민들이 거리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공기업의 오만을 규탄하는 처절한 투쟁에 나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생존권 수호의 외침이다.
현재 지역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행정과 민간이 합심해 ‘민관 합동 TF팀’을 결성하여 발 빠르게 대처하고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사태를 근본적으로 수습하기 위해서는 발주처인 공기업과 관계 당국의 뼈를 깎는 반성과 즉각적인 시정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얄팍한 원가 절감표에 눈이 멀어 수십 년 주민의 숭고한 희생을 기만하는 맹목적인 폭주는 당장 멈춰야 한다.
당국은 제기된 시커먼 뻘밭 조성 및 콘크리트 잔재물 꼼수 매립 의혹에 대해 성역 없는 투명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할 것이다.
위법 사항이 발견된다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하며, 한 치의 거짓 없는 철저한 원상복구를 진행해야만 한다.
아울러 일방적으로 파기될 위기에 놓인 리조트 건립 약속 또한 원안대로 이행하여 추락할 대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칠흑같이 오염된 서천 바다의 신뢰를 다시 푸르게 되살릴 유일한 해법은 투명한 소통과 약속의 이행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