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월,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발생한 화재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던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이 또다시 깊은 절망의 늪에 빠졌다.
잿더미 위에서 눈물로 버티며 부활의 희망을 품어온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상인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기형적인 ‘반쪽짜리 재건축 도면’이다.
수백억 원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사업이 철저한 밀실 행정과 부실한 관리·감독 속에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설계 변경 논란을 넘어 지자체의 행정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인들의 호구지책과 직결된 점포 면적의 무자비한 축소다.
당초 약속되었던 1점포당 5평의 공간은 단독 응찰 업체의 자의적인 재단에 의해 3평(약 9.9㎡) 남짓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3평이라는 옹색한 공간은 수산물 상인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활어 수조와 냉장 설비조차 들이기 벅찬 비좁은 면적이다.
농산물이나 건어물 상인들 역시 매대를 설치하고 나면 물건을 보관할 창고는커녕 손님 한 명 제대로 서 있을 동선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화재 이후 열악한 임시 시장에서 묵묵히 견뎌온 상인들에게 이른바 ‘닭장 점포’를 내미는 것은, 사실상 장사를 접으라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가혹한 처사다.
시장의 주인이 상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마저 저버린 설계가 아닐 수 없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상식의 궤도를 완전히 이탈한 재건축 사업의 예산 집행과 규모다. 당초 이 사업은 연면적 1만 650㎡ 규모에 330억 5,800만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서천군의 핵심 복원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 재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A업체는 연면적을 8,809㎡로 대폭 축소한 기본설계서를 제출했다.
전체 면적의 약 20%인 1,840㎡(약 558평)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입찰안내서에 명시된 ‘기능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경우 ±10% 범위 내 조정 가능’이라는 단서 조항마저 두 배나 초과한 명백한 위반임에도, 총사업비 330억 원은 고스란히 유지되었다.
면적이 대폭 줄었음에도 예산이 삭감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평당 건축비가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졌음을 의미한다.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공공의 이익이 아닌 특정 업체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짙은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토록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서천군이 보여준 태도는 ‘무능’과 ‘직무 유기’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경쟁 없는 단독입찰 상황에서 설계 면적이 난도질당하고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발주처인 충남개발공사와 관리 주체인 서천군은 사실상 이를 수수방관했다.
설계의 기형적인 축소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방치했다면 이는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기만행위이며,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면 수백억 대 국책사업을 관리할 최소한의 자격조차 없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음에도 투명한 해명과 책임 있는 사과 대신 “조만간 설명 자리를 만들겠다”라며 앵무새처럼 변명만 되풀이하는 맹탕 행정은 상인들과 군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을 뿐이다.
서천특화시장은 단순한 상업 시설을 넘어 서천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심장이자, 상인들이 평생을 바친 땀과 눈물의 결정체다.
무너진 잿더미 위에서 다시 세워야 할 것은 상인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반쪽짜리 건물이 아니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온전하고 풍요로운 희망의 터전이어야 한다.
서천군과 발주처는 다음 사항을 즉각 이행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로 면적이 20% 축소되었음에도 총사업비가 330억 원으로 유지된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두 번째로 맹목적인 속도전을 당장 멈추고, 상인들이 생업을 영위할 수 있는 당초 약속된 면적(1점포당 5평)으로 설계를 즉각 복원해야 한다.
상인들의 피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재건축은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더라도 모래성에 불과하다. 서천군은 지금 당장 밀실 행정의 장막을 걷어내고, 진정한 지역 경제의 심장부를 재건하는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