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권주희 기자 = 인류의 절반이 평생 수십 년에 걸쳐 매달 겪어야 하는 생리적 현상.
그러나 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은 오랫동안 개인, 특히 여성 스스로가 홀로 감당해야 할 ‘숨겨진 짐’이자 때로는 무거운 경제적 장벽으로 여겨져 왔다.
2026년 7월, 이 오래된 침묵과 편견의 벽을 허물기 위해 서천군이 충남의 그 어떤 지자체보다 먼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서천군이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공공생리대 지원 시범사업’에 충청남도 내에서 유일하게 선정되며, 보편적 건강권 실현을 향한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군민의 기본적 존엄을 공공이 책임지겠다는 성숙한 복지 국가로의 묵직한 발걸음이다.
과거 생리대 지원사업은 주로 저소득층을 향한 ‘선별적 복지’에 머물러 있었다.
이는 혜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또 다른 상처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전국 12개 기초지방자치단체만을 엄선해 진행되는 이번 국가 시범사업에서 서천군이 보여주는 철학은 확고하다.
군은 특정 계층을 위한 시혜성 정책이 아니라,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군민이 긴급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서 생리대를 재정의했다.
충남 전체를 통틀어 오직 서천군만이 이 선도적인 국가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낙점된 것은, 인구 소멸 위기 속에서도 주민의 삶의 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서천군의 치열한 정책적 의지가 빛을 발한 결과다.
변화는 이달부터 군민의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됐다.
군은 군민의 발길이 잦은 읍·면 행정복지센터와 문화·복지시설 등 총 31곳의 공공시설을 거점으로 삼았다.
이곳에 수동 지급기 30대와 자동 지급기 10대 등 총 40대의 ‘공공생리대 지급기’가 순차적으로 설치된다.
갑작스러운 생리 현상 앞에서 당황하며 화장실을 서성여야 했던 경험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군이 설치하는 지급기는 군민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된다.
군은 단순히 기계만 설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물품 공급과 철저한 위생관리, 직관적인 이용 안내를 통해 이 제도가 지역 사회에 흔들림 없이 뿌리내리도록 체계적인 관리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책의 성패는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메가 프로젝트보다, 때로는 내 삶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한 뼘의 섬세함에서 판가름 난다.
이온숙 인구정책과장은 이번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었다.
그는 “공공 생리대 지원사업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군민의 건강권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생활밀착형 복지사업”이라며, “군민 누구나 필요한 순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복지 체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거창한 인구 정책이나 막대한 지원금만이 지역을 살리는 것은 아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들른 공공도서관에서, 민원을 보러 간 행정복지센터에서 나의 갑작스러운 곤란을 군(郡)이 해결해 줄 때, 주민들은 비로소 자신이 존중받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7~8월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31곳의 거점마다 설치될 40대의 생리대 지급기는, 서천군이 군민을 향해 보내는 가장 다정하고 든든한 연대의 메시지다. 충남을 넘어 대한민국 보편적 건강권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서천군의 작지만 위대한 혁명이 지금, 조용하고도 강렬하게 시작되었다.













